<경찰, 성매매여성 `정신지체' 몰랐나>

[연합뉴스 2005-03-30 16:03]
몰랐다면 직무유기.."수사과정 잘못 있지만 장애사실 몰랐다" 감찰결론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경찰이 26일 밤 조사 뒤 업소로 돌려보냈다 27일 미아리 집창촌 화재에서 중상을 입은 성매매 여성 송모(29)씨가 `정신지체 3급' 장애인으로 드러나면서 경찰이 과연 이 사실을 몰랐는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 조사 당시 송씨의 상태를 알았다면 이를 알고서도 보호시설이나 가족에 연락하지 않고 업소로 다시 돌려 보내 결국 화재에 희생될 뻔한 빌미를 경찰이 제공했다는 강한 비판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송씨를 조사한 종암경찰서측은 일단 "말이 어눌해 단순히 머리가 나쁜 여자인 줄 알았다"며 "미아리 집창촌에는 한글도 모르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 못하는 여자가 흔해 송씨도 정신지체 장애인인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종암서측은 "송씨가 감금이나 폭행 여부가 없다고 답했고, 보호시설보다 업소로 돌아가고 싶다고 해 업소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도 종암서에 대한 감찰 결과, 수사과정에서 잘못은 있었지만 26일 조사 당시 송씨가 정신지체 장애자라는 사실은 몰랐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이 경찰서의 다른 관계자는 부실수사 문제가 불거지기 전인 29일 낮 취재진이 "당시 정신지체라는 것을 알았느냐"는 질문에 "정신지체라는 것을 알았지만 왜 업소로 돌려보냈는 지는 상세하게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송씨의 가족도 "겉모습만 보면 정상이지만 유치원 정도의 지적 능력이 있어 조금만 이야기해보면 정신지체라는 것을 바로 의심할 수 있다"고 경찰수사의 허술함과 무성의를 지적했다.

전문의들 역시 정신지체 3급 장애인은 주의깊게 5∼10분 정도 이야기만 해보면 바로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다'라는 것을 알 수 있다는 소견을 내놓았다.

게다가 경찰은 `도와달라'는 신고 전화를 받고 해당 업소를 단속, 송씨에 대한 조사를 착수했기 때문에 송씨에 대해선 더욱 신중을 기했어야 했고, 송씨가 설사 정신지체가 아니었더라도 가족에게 인계하는 것이 정상적인 수사였다는 지적이다.

성매매 특별법이 기존 윤락행위 방지법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을 `상간자'로 규정, 범법자로 보지 않고 성매매의 또 다른 `피해자'로 보고 적극 보호하자는 데 있다.

경찰이 이러한 새 법의 기본 취지에 따라 수사를 했다면 송씨를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비판이 경찰 안팎에서 일고 있다.

경찰은 12시간 전 조사를 했던 여성이 화재로 중상을 입었는데도 신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가 화재 이튿날인 28일 오전에서야 송씨의 이름과 나이, 주소지를 파악해 발표하는 어처구니 없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다른 경찰서 관계자는 30일 "집창촌을 관할하다 보니까 성매매 수사를 하는데 매너리즘에 빠져 기본 절차를 소홀히 한 것 같다"며 "정신지체를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책임추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hskang@yonhapnews.net (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