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돈벌면서 즐기는 직업 아니다"

성매매 "돈벌면서 즐기는 직업 아니다"

[한국일보 2005-03-31 10:39]

성매매는 사회를 유지해나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요악인가, 아니면 국가가 개입해서 꼭 근절해야 하는 절대악인가.

최근 미아리 집창촌 화재로 성매매 여성 5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조중근(정신과 의사)씨, 변정수(시사평론가)씨, 조진경(다시함께센터 소장)씨가 30일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에 출연해 성매매를 둘러싼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논의했다.

이들은 성매매특별법의 효과, 성 문제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성을 사고 파는 권한이 과연 각 개인에게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성매매특별법에 대해서 이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변정수 씨는 "성매매를 불법으로 인식하고 국민들이 성매매 여성의 인권유린 사실에 대해 인지하게 됐다"는 여성부의 발표를 인용해 특별법 시행 이후 국민들이 성매매가 범죄라는 인식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른바 죄의식의 수치를 높여 놓았다는 것이다. 그는 집창촌의 수가 준 것도 특별법의 가시적인 성과라는 의견을 밝혔다.

조진경씨도 "성구매자의 구매 욕구가 준 것이 사실"이라면서 "법 시행 초기에는 경찰이 (단속에 대한) 의지를 보이면서 성 구매자들이 위축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업주의 강요나 감금, 구타, 협박, 선불금을 통해 착취를 당한 성매매 여성들을 피해자로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면서 이 여성들은 비교적 쉽게 성매매의 수렁에서 빠져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어쩔 수 없이 성 산업에 유입된 여성들, 즉 가족 부양 여성이나 어렸을 때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성매매에 뛰어든 여성들은 여전히 성매매특별법에 도움을 요청하기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윤락행위방지법과 별 차이가 없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라고 말했다.

성 문제를 바라보는 한국사회의 이중적인 시선도 토론에 부쳐졌다. 조중근씨는 성을 윤리적인 차원에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과 권력은 항상 억압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권력은 성을 억압하고 성은 권력에서 벗어나려고 한다면서 그 사회의 지배 이데올로기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구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으면 도저히 성 문제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휘황찬란한 조명을 걷어내면 (성매매가 이뤄지는 곳은) 성매매 여성들의 쓸쓸하고, 황량하고, 피눈물 나도록 혹한 노동의 현장이라는 것을 볼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사람들은) 집창촌 같은 곳에 완결된 욕망의 기호가 존재할 것이라는 환상을 쫓아가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사회에서 그런 자극들을 배제해 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면서 성매매를 단속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토론자들은 성을 사고 파는 권한이 과연 각 개인에게 있는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변정수씨는 누구에게나 능력껏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된다면 굳이 몸을 팔지 않아도 될 것이라면서 성매매가 활성화된 이유가 국민들의 직업적 만족도를 충족시키지 못한 국가에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조진경씨는 "성매매는 개인의 선택이 아니다"라고 못박은 후 "돈을 벌면서 즐기는 그런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남성은 돈을 쓰면서 즐기는지 모르겠지만 여성은 (성매매) 대상을 선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중근씨는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권력이라는 것이 결코 성을 상품화시키는 것을 늦추지 않는다"면서 "자발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인간의 욕망에 자본주의의 계략이 등록돼 있기 때문에 사고 팔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아이닷컴 뉴스부 reporter@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