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부터 내놓고 정책을 펴라” -완월동 집결지여성들 단체 ‘해어화’를 만나다

“대책부터 내놓고 정책을 펴라”

완월동 집결지여성들 단체 ‘해어화’를 만나다

조이여울 기자
2005-06-07 18:19:26

성매매집결지 현장시범사업이 진행중인 완월동에서 성매매피해여성지원센터 ‘살림’과 더불어 이 사업을 굴려나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성매매집결지 여성들의 단체인 ‘해어화’다. 해어화가 결성될 당시부터 집행부 역할을 해오고 있는 김지은(33)씨를 만나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직후 한터(포주연합) 소속 집결지 여성들이 대대적인 집회를 했다. 그 때부터 해어화는 한여연 등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한터 소속 한여연과 우리 해어화는 집결지 여성들의 생존권을 주장하는 부분에 관해서는 입장을 같이 하지만, 방법론적인 부분에서 서로의 길이 달랐다. (설명 생략) 우리 해어화는 바람직한 형태의 ‘전업’을 토대로 한 우리 집결지만의 집회를 추진해왔다. 여성들이 앞장 서고, 정부와 시민들, 업주와 상인들을 향해서도 우리 생존권에 대해 이야기했다.”

-방법뿐 아니라 입장에도 차이가 있었는지, 해어화의 요구는 무엇이었나.
“유예기간을 달라는 주장에 절대 동의할 수 없었다. 우리는 정부가 어떠한 법 시행을 종용한다 해도 집결지 내 거주하고자 하는 성매매 여성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정부가 강제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무런 대책 마련도 없는 유예기간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정부의 충분한 지원과 연계가 이루어진 후 집결지 내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약간의 생각 차이가 있었다.”

-업주들에게 빚 탕감 각서를 받아낸 것은 획기적인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가능했는지.
“일단 서로의 생존권이 달려있는 일인만큼 업주들도 호응해줬다. 함께 살아갈 수 없다면 같이 길거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었고, 어떤 연유로건 집결지 내부에서 바람직하고 건설적인 ‘전업’의 꿈을 키울 수 있다면 서로에게 나쁠 게 없다는 부분에 뜻을 함께 했다. (설명 생략) 내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공권력 개입에 관한 염려도 큰 힘을 발휘했다고 본다. 어찌됐건 시범사업은 정부 및 상담소, 집결지 여성, 업주 모두가 상호 협력하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다.”

-시범사업을 하고 있는 현재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우리 나라는 정부 따로 있고 경찰 따로 있나 싶다. 정부 시범사업을 하는 데인데 경찰이 더 단속을 심하게 하고 인권침해를 하는지 모르겠다. 신고 받고 경찰이 나와서 옷 벗고 자는 여성들 방을 신발 신고 뒤지고, 미아리 불 나고 나서 아가씨들 신분증 검사하고, 여기가 집인데 집에 들어오면서 신분증 검사를 받아야 하나? 경찰 인권침해가 가장 문제다. 그것 때문에 여성단체가 경찰을 데려오는 거라고 ‘살림’이 그런 불신 많이 받았다. 공권력만 조금 더 협력적이면 더 많은 효과 낼 수 있다.”

-‘살림’과 함께 준비한 ‘언니야 놀자’ 행사가 상인들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안다. 여성들의 반응은 어떤지.
“이번에 ‘언니야 놀자’ 행사를 상인들 저지로 못하게 된 것이 충격을 줬다. 상담소 선생님들 맞고, 집결지 대표가 두들겨 맞는데도 경찰이 저지를 안 했다. 여긴 정부가 지원하는 합법적인 행사고, 상인들은 불법집회를 한 건데, 우리가 행사를 못하게 되다니, 생각을 해보라. 여기 아가씨들은 아, 우리 울타리, 방패막이인 단체가 이렇게 힘이 없구나. 여성부보다 경찰서가 더 힘이 세구나, 이렇게 생각하지 않겠나.”

-상인들은 행사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고 그 장소에서 하지 말라고 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장소에서 할 계획인가.
“다른 장소에선 할 수 없다. 우리가 가장 우려하고 신경질 나는 게 ‘주홍글씨’인데 집결지에서 행사를 해야지, 남포동 최고 시내에서 ‘나 성매매 여성이오’ 하고 참여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상인들과도 이야기 중이고, 언젠가는 행사를 다시 할 계획이다.”

-지금 현장의 여성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나.
“집결지 여성들 많이 빠져나갔다. 더 험한 곳으로 가고 있다. 술3종 같은 데는 유흥업소 허가 냈다고 성매매 해도 단속도 하지 않는다. 법망을 피해가는 포주들만 더 키워주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집결지에 있는 여성들도 심리적으로 많이 지쳐있다. 목표가 있으니까 어려운 시기를 참고 있는 거다. 과연 정부가 우리의 손을 놓지 않고 얼만큼 우릴 지원하고 기다려줄 것인가 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다. 그러나 상담소 선생님들에 대한 신뢰는 있다. 여성부는 그 선생님들의 요구에 의해 움직여지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여기는 상담원 선생님 한 명당 관리하는 여성들이 너무 많다. 인력도 더 필요하고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사후 관리도 해줘야 하지 않나. 장애여성 상담 전문가도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앞으로 정책 마련할 때 꼭 실사를 해보고 만들기를 바란다. 주거 지원이 필요한데 해주겠다고 하고 얘기가 없다. 이런 것도 미리 조사를 하고 정책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아울러 음성적 성매매에 대해 대대적으로 단속을 벌이길 촉구한다. 또, 집결지 내부에서의 공권력의 인권침해 사례는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시범사업을 앞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조언을 해달라.
“시범사업이 전국적으로 확대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어느 지역이든 여성들의 필요는 다 비슷할 거다. 그러나 시범사업은 우리처럼 이 정도 진통을 겪으면서 가야 한다고 본다. 업주들과 합의할 부분은 해야 하지만, 거기에 휘둘리지 않게 튼튼한 (성매매 여성들의) 집행부가 서야 한다. 단체선정도 어떤 단체가 하느냐, 얼마나 열의를 갖고 하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시범지역을 그냥 선정해서 시도하면 예산 낭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여러 가지 다양한 입장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 때, 할 수만 있다면 서로 함께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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