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8/30 17:47 송고
여성가족부 '앞선 남자 행동수칙' 논란
여성단체 "설득력 부족한 비상식적 표현"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여성가족부가 성 문화 개선을 위한 '화이트 타
이 캠페인'의 하나로 배포한 '앞선 남자의 근사한 행동수칙'이 논란을 빚고 있다.
30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성 문화 개선 캠페인을 정식으로 시작하기 앞서 지난
19-29일 정부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서울시내 주요 번화가와 유흥가, 지하철에서 시민
에게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티저 방식의 캠페인을 선보였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시민에게 '앞선 남자의 근사한 행동수칙'을 담은 엽서가 배
포됐다.
10개의 행동 수칙에는 '부장님의 룸살롱 행 권유에 부드럽게 거절할 줄 압니다',
'김 마담과 2차 나갈 돈을 모아 부모님 비상금을 챙겨드립니다', '업소아가씨와 2차
를 나가는 대신 그 돈으로 자기 관리에 투자합니다'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한 '몸과 마음 모두를 아내에게 올인합니다', '회사 법인 카드를 2차, 3차 접
대 유흥비로 탕진하지 않습니다', '사랑과 성을 돈으로 사지 않습니다' 등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티저 광고 기간 막대사탕에 '2차 대신 집에 갔다. 20만원 굳었다', '
모든 여인을 품을 수 있는 자유. 그러나 한 여인을 사랑할 수 있는 나의 선택' 등의
문구를 단 막대사탕도 시민에게 배포됐다.
여성단체 관계자는 "여성가족부가 회식문화 개선과 성매매 피해자 보호 등 성숙
한 시민 역할을 강조해 남성에게 보편적 인권의식을 일깨워야 할 텐데, 이 수칙으로
는 의식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남성들에게 거의 효과가 없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행동수칙이 체계적이지 않을 뿐더러 남성을 적으로 보는 것 같아
엽서를 받아보는 남성에게 불쾌감을 줬을 것"이라며 "문구 점검을 제대로 했는지 의
문"이라고 덧붙였다.
행동수칙을 본 일부 남성들도 "정부부처가 예산을 들여 이런 표현을 써 가며 행
동수칙을 만들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비난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캠페인을 진행하는 홍보대행사가 행동수칙안을 가져와 이
를 내부 검토했으며 다소 걸리는 문구는 있으나 재미있고 흥미롭게, 감성적으로 다
가가자는 것이 취지였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내달 대학가를 중심으로 화이트 타이
캠페인을 선보일 예정이며, 행동수칙을 담은 엽서를 일반인에게 배포하는 등 홍보사
업을 연말까지 전개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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