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모르고 한 性구매 이토록 큰 죄인줄…
[부산일보 2005-10-11 12:12]
"다른 사람들 다 하는데 왜 나만 가지고 그럽니까." "내 남편이 그럴리가요,절대 그럴 사람이 아닙니다.
" "자식을 잘못 키워서 죄송합니다…." "돈만 준다고 뭐든지 시키는 대로 다해야 하는 건가요? 비록 배운 게 없어 몸 팔아 먹고살지만 인격까지 당신에게 판 것은 아닙니 다.
" 부산지역에서는 처음으로 10일 부산 금정구 청룡동 부산보호관찰 소에서 열린 '존 스쿨(John School)'.
그 프로그램 중의 하나인 '역할극(소시오드라마)'에 나선 참가자 들은 자신이 직접 성매매 여성이나 업주,단속반원,가족 등의 역 할을 맡아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성매수 행위가 타인에게 초래하 게 될 고통을 느꼈다.
처음에는 쭈뼛거리며 소극적이던 남성들은 시간이 갈수록 자신이 맡은 역할에 적극성을 보이며 연기에 점점 몰입해 들어갔다.
이날 교육에는 교육이수를 조건으로 기소유예처분된 성 구매 남성 25 명이 참가했다.
이에 앞서 특별강연자로 나선 탈성매매 여성 A씨가 16세 때부터 집창촌 생활을 해오며 겪은 감금,구타,성폭행 등 무수한 비인간적 인 경험을 생생하게 증언하자 참가자들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해 시종 숙연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여러분이 저를 한 번이라도 동등한 인간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 습니까? 하루가 멀다 하고 포주들에게 걷어차이며 선불금을 갚기 위해 생리기간에도 욕망에 굶주려 짐승처럼 달려드는 남성들을 하 루 30명까지 받아내야 했던,그러면서도 겉으로는 웃어야만 했던 내 심정을 당신들이 생각이나 해봤습니까?" 참가자들은 '앞으로 다시는 돈을 주고 성매매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하는 것을 끝으로 이날 8시간의 교육을 이수했다.
참석자 B(35)씨는 "교육을 받기 전에는 호기심에 성매매 한 번 한 것이 뭐가 그렇게 잘못인지 솔직히 납득하기 어려웠는데 성매매 여성들이 업주들에게 얼마나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있는지 알게 됐고 돈을 냈다는 이유만으로 여성들을 짐승 부리듯 하는 남성들 의 행태가 얼마나 폭력적인 범죄행위인지 새삼 느끼게 됐다"고 밝 혔다.
'존 스쿨'은 미국에서 성매수 혐의로 체포된 남성들이 자신의 이 름을 감추려고 가장 많이 둘러대는 이름 '존'에서 유래된 학교. 성매수 초범 남성들에게 형사처벌 대신 성매매 방지교육을 실시하 자는 취지로 도입된 이 학교는 누구도 입학하기 싫어하지만 미국, 유럽 등 10여개국에서 개교 이후 성매수 초범자들의 재범률이 크 게 떨어지는 등 그 효용성을 인정받은 '신흥 명문학교'다.
부산보호관찰소는 매월 1회 첫째주 월요일에 부산,울산지역 성매 수 남성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존 스쿨'을 실시할 예정이다.
부산보호관찰소 김영환 사무관은 "프로그램의 도입 취지가 성매수 남성들에 대한 일회성 처벌보다 재발방지에 초점을 두고 있는 만 큼 성매수 남성들의 근본적인 의식 전환을 모색하는 장으로 만들 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태우기자 wideneye@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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