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정신을 타락시킨 독일 성매매촌
국회의원 손봉숙
2006.06.16 금
(아래의 글은 여성인권중앙지원센터 종이학 홈페이지에서 가져왔음을 밝힙니다http://www.stop.or.kr/newsletter/view.php?kind=02&id=78 )
지금 독일에선 전 세계인의 열광과 환호 속에 월드컵 축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당연히 본 의원 역시 우리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기대하며 ‘붉은 악마’의 응원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환호성의 이면에 ‘성매매’라는 독버섯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여간 마음이 불편한 게 아닙니다.
월드컵이라는 스포츠를 매개로 전 세계인이 ‘친구’가 되고 화합과 평화의 장을 만드는 자리에 경기 특수를 노린 반인권적 성매매가 기승을 부린다는 것 자체가 용납될 수 없는 일입니다. 게다가 누구보다 이번 독일월드컵을 화합의 정신에 걸맞게 성공적으로 치러내야 할 책임이 있는 독일월드컵위원회가 성매매 산업을 홍보하고, ‘스포츠와 섹스는 함께 간다’는 왜곡된 선전을 하고 있다는 것은 직무를 유기한 것입니다.
독일은 우리와 달리 2002년부터 성매매가 합법화되어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월드컵 특수를 노린 과잉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타국 여성 4만명을 수입해 성매매특설촌을 건립했다는 것은 어찌해도 납득하기 힘든 일입니다. 자국에서 합법화하고 있다는 이유로 전 세계에서 독일을 찾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성을 팔고, 외국 여성을 상품화시키는 행위가 ‘자본’의 논리라는 이유로 정당화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본 의원이 지난 8일 독일월드컵위원회의 성매매 홍보에 대해 경고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뒤 제 홈페이지에는 비난성 글이 쇄도했습니다. 한 네티즌은 우리나라의 개고기 문화를 야만으로 취급했던 브릿지드바르도와 저를 동급으로 취급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개고기 먹는 식문화나 독일이 성매매를 통해 월드컵 특수를 이용한 이윤을 확대하는 것이나 같은 맥락이라는 주장을 편 셈이죠.
물론 각 나라마다 독특한 문화가 있고, 법제도 역시 다른 부분이 많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서로 각국의 상황을 존중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개고기를 먹는 식문화와 인간의 성을 사고파는 성매매가 같은 선상에서 동급으로 취급되어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혹자는 2006년 월드컵 개최국인 독일월드컵위원회가 월드컵과 관련된 사업에 대해 일정 권한을 갖기 때문에 자국 내에서 합법화된 성매매를 관광상품으로 적극 홍보할 수 있다고도 주장합니다. 만약 이런 주장이 정당하다면 우리는 세계인의 화합과 평화의 제전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세계 월드컵의 정신은 ‘위선’이었다고 밖에 볼 수 없을 것입니다.
특히 여성의 성이 월드컵상품으로 독일 성산업의 부획득의 수단이 되는 점에서 이번 월드컵은 여성이 제물로 바쳐진 남성들의 축제로 전락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2차세계대전 때 일본군이 자국군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위안소를 만들어 우리나라 여성들을 성노예로 만들었던 아픈 기억이 불현듯 떠오릅니다. 20세기 약소국 한국이 겪었던 이런 굴욕이 2006년 독일에선 여성의 성이 ‘상품’으로 둔갑해 합법이라는 탈을 쓰고 독일의 천민자본의 배를 불리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FIFA는 세계인의 화합과 평화의 제전이라는 허울좋은 명목만을 내세운 채 반인권적인 성매매를 상품이라는 논리로 접근하면서 독일월드컵위원회의 성산업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FIFA가 여성의 성이 월드컵 제전의 부산물로 제공되는 현실을 계속 외면한다면 월드컵의 세계인의 자랑이 아니라, 그 순간 ‘치욕’의 산물로 자리매김될 것이라는 것을 경고합니다.
일부에선 본 의원의 문제제기가 ‘내정간섭’이라고도 하더군요. 심지어 우리나라 정부 관계자도 외교적 상황을 거론하며 껄끄러운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본 의원은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성국회의원으로서 여성의 성이 스포츠 축제에 제물로 바쳐지는 이런 반인권적인 국제적 행사에 쓴소리를 낼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번 독일월드컵에서 FIFA와 독일월드컵위원회가 행한 반인권적 행위에 대해서는 성매매에 반대하는 전 세계인의 응징이 뒤따라야 할 것이며, 독일월드컵을 관람하기 위해 독일을 찾은 수많은 관광객들에게는 독일월드컵위원회가 지원한 성매매텐트촌을 독일 월드컵이 낳은 최대의 추태로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