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매매 문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남성구매 수요를 차단하는 것인데, (여성들의) 자발과 강제를 구분하는 것은 성매매의 원인을 성매매 여성에게로 전가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송경숙/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대표)
벌금 갚기 위해 또다시 성매매 유입
성매매특별법 시행 2년을 맞아 법 적용과정에 대한 점검과 대안을 모색해보는 토론회가 여성인권중앙지원센터 주최로 18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렸다.
조진경 다시함께센터 소장은 현행 성매매특별법에서 성매매 여성의 처벌근거가 되는 ‘자발적 성매매’와 ‘강제적 성매매’ 구별은 “비현실적”이라며, 알선업자와 성구매자만을 처벌하는 스웨덴 식으로 처벌법을 개정할 것을 제안했다.
경찰과 검찰이 성매매를 개인의 선택 문제로 보고 있기 때문에, 성을 파는 여성들을 대부분 자발적으로 범법행위를 선택한 범죄자로 간주하고 있어 “단속 시 성매매 여성이 적극적으로 피해자라고 주장하지 않는다면 모두 입건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강제적 성매매’가 입증되지 않을 경우, 재판부는 벌금형 등 실형을 선고하고 있어 여성이 벌금을 갚기 위해 다시 성매매 시장에 유입되는 악순환이 비일비재하다는 지적이다. 조진경 소장은 여성인권 보호의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했다고 말한 여성이라 하더라도 이를 보호사건으로 처리, 상담 위탁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경숙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대표도 현행 성매매특볍법이 여성을 성매매 피해자와 성매매 행위자로 구별하는 것은 문제라며, 강제와 자발의 구분을 없애 모든 성매매 여성을 비범죄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을 사는 남성의 ‘자율성’과 성을 파는 여성의 ‘자율성’은 이미 구조적으로 “불평등하게 분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경찰조사 때도 상담과 지원 받을 수 있어야
송경숙 대표는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성매매 여성들은 법 내용을 잘 몰라 수사과정에서 알선업자가 가르쳐준 대로 “선불금은 없다. 내가 원해서 했다”고 진술한 후 나중에 진술을 번복하고 탄원서를 제출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업주들이 직접 선불금을 제공하지 않고 사채업자나 금융권을 통해 선불금을 주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에, 여성들은 이전 업소와 직업소개소 그리고 현 업소 등 선불금 빚이 나눠져 있는 경우가 많아 자신이 피해자로 보호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처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탈업소 및 성매매 피해신고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조사관이 성매매 여성을 조사할 때 성매매를 전제로 한 채권이 무효라는 사실과 지원시설 등을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고지해야 하는 의무도 실제 적용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한 지역에서는 업주와 여성을 대질해놓고 조사하는 등 여성들의 인권이 보호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현행법은 선불금 사기고소 사건을 수사하는 경우 성매매 관련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에 참작하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막상 선불금 사기고소 사건을 일반대여금 사기고소사건으로 수사하는 사례가 많으며, 담당 경찰에 의해 상담원 동석이 거부당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따라서 상담원의 동석 등 성매매 여성이 “상담과 지원을 받으면서 경찰 조사에 응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담당경찰에 의한 상담센터 연계와 적극적 인권보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변정희 부산 성매매피해여성지원센터 ‘살림’ 상담원도 성매매 여성 지원단체의 역할을 법에서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 구매자에 대한 처벌과 교육 ‘절실’
2005년 8월부터 법무부는 초범인 성구매 남성의 재범방지 교육으로 기소유예 처분 대신 보호관찰소 8시간 수강명령 프로그램(존스쿨)을 실행하고 있다. 반면, 성매매 행위자로서 여성의 경우 프로그램이 20~80시간에 이른다고 한다. 송경숙 대표는 “성구매 남성에 비해 현저하게 차별적인 법 집행”이라며, 성매매 여성이 성구매 남성과 알선업주들과 함께, 같은 시간에 수강명령을 받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정희 상담원은 존스쿨 등 성매매 재범방지 교육프로그램에 전반적인 점검과 개선이 필요하다며, 지난 1년간 모니터링 해온 결과 성 구매를 반성해야 할 남성들이 오히려 억울함을 표출하는 등 교육을 받을 자세가 전혀 되어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조진경 소장은 법의 취지를 살려 성매매 산업을 축소시킬 수 있는 장치로 성 구매자에 대한 “보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고, 존스쿨이 성 구매자 의식을 바꿀 수 있도록 교육시간을 늘려야 하며 사회봉사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성구매 남성들이 지불하도록 되어 있는 교육비용의 일부는 성매매 피해여성들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소장은 또, 업주들의 재산몰수 추징금도 성매매 피해여성들을 위해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연숙 한국여성의전화연합 가정폭력추방팀장도 성매매특별법 실시 2년이 지나도록 성구매 남성에 대한 연구나 통계자료도 없고 구매자 남성에 대한 처벌이 미흡하다며, “처벌부터 보호에 이르는 성매매방지법의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법무부와 사법부 관계자들의 의식 개혁필요
토론회에선 노래방, 스포츠마사지, 휴게텔 등에서 이루어지는 성매매 알선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이들은 자유업종으로 등록과 영업이 쉽고 법적 처벌이 미약하기 때문에, 영업 정지나 업소 폐쇄 등 행정처분이 가능하도록 법안이 정비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해외 성 구매행위에 대해서도 국내법에 의해 처벌 받아야 하며, 티켓다방이 법망을 피하기 위해 고안한 입금제도, 직업소개소나 사채업자를 통한 성매매 알선에 대한 처벌 등이 더 논의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참가자들은 또한 성매매특별법이 실질적으로 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성 산업을 축소시켜나갈 수 있기 위해선 경찰과 검찰을 비롯해 사법당국 담당자들의 의식변화가 시급하다며, 이들을 대상으로 한 인권교육이 계획되고 실시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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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저널 일다 조이승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