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남성이 성매매를 하는가

어떠한 남성이 성매매를 하는가

[일다 2006-12-26 00:27]

어떠한 남성이 성매매를 하는가? 이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 일본의 시민단체가 일본남성들을 대상으로 ‘성구매 의식조사’를 실시, 결과를 분석한 자료가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성들이 변해야 성매매 문제 해결할 수 있어

일본 아시아여성자료센터는 1997년 8월~10월까지 3개월 동안 성매매에 대한 남성들의 의식조사를 실시하여 이듬해 3월 보고서로 발표했다. 이 조사는 성구매 경험의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연령대의 일본남성들에게 2만부의 설문지를 배부하고, 그 중 회수된 2천502부의 결과를 토대로 분석한 것이다.

설문 항목은 성구매 경험과 성매매에 대한 인식을 묻는 항목과, 응답자의 연령과 직업, 지역, 배우자 및 연인 여부를 묻는 항목, 성매매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서술하는 항목으로 구성돼있다.

아시아여성자료센터는 그간 일본에서 연구자료나 잡지 기획 등으로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조사들은 이루어졌지만, ‘어떠한 남성이 성매매를 하는가?’에 대해선 보고된 바 없다는 사실에 대해 지적하며, 이 설문을 실시하게 됐다고 한다. 보고서는 “남성들과 함께 성매매를 문제를 생각해나가지 않는 한, 1년에 10조엔(약 80조원)에 달하는 일본의 거대한 성 산업의 상황을 바꿀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유인경로는 ‘동성 친구나 지인의 권유’

<매춘(買春)에 대한 남성의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2천502명 중 46.2%인 1천157명이 성구매 행위를 한 적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80%에 해당하는 807명은 20대 중반 이전에 처음 성매매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성구매 행위를 한 남성들 중 절반 이상인 578명이 성매매를 하게 된 동기로 ‘동성 친구 및 지인의 권유’를 들고 있다.

흥미롭게 보고되고 있는 것은, 성매매 경험을 한 적 있는 남성들은 주변의 남성들도 성매매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성구매 행위를 한 적이 없는 남성과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성구매를 행위를 한 적이 있는 1천157명 중에서 ‘주변남성들 90%정도가 성매매 경험이 있을 것’이라고 응답한 이는 297명, ‘주변남성들의 80~90%정도가 성매매 경험이 있을 것’이라고 응답한 이가 158명, ‘주변남성들의 70~80%정도가 성매매 경험이 있을 것’이라고 응답한 이가 105명이다. 이에 비해, 성구매를 하지 않은 1천345명의 남성들 중에는 42명 만이 ‘주변남성들의 90% 정도가 성매매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성매매 경험, 파트너 유무와 관계없다

성매매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묻는 항목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남성들이 성매매 경험을 하는 것과 파트너가 있느냐 없느냐는 상관관계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배우자나 연인 혹은 성관계 파트너가 있는지 여부는 성매매 경험자 남성들이 성매매를 하는 이유와 별로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성구매를 한 남성의 16.4%인 503명이 “자극이 필요해서”라고 그 이유로 들고 있으며, “생리적 욕구에서” 했다고 한 응답자는 460명(15%)이다. 412명은 “파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라고 답했고(13.4%), “가정을 파괴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라고 답한 이는 288명(9.4%)이다. 이에 비해 “파트너가 없으니 어쩔 수 없어서”라고 응답한 남성은 전체 경험자의 5.2%인 158명에 불과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아시아여성자료센터의 이케다 에리코씨는 “성욕이란 사회에서 구성되는 산물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남성들은 성 문제나 성 의식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남성성’이니 ‘본능’이니 하는 용어를 사용하며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성욕 본능론’을 주장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확장된 성 산업이 남성들의 성의식 왜곡시켜

이케다 에리코씨는 가장 큰 문제가 ‘왜곡된 성의식’이라고 지적했다. 일본남성들의 성 의식 형성에 영향을 끼쳐온 것으로, 패전 후 지난 50년간 일본에서 확장되어온 성 산업을 간과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아시아여성자료센터가 “남성 매춘(買春) 의식 조사”를 할 당시, 성매매 경험이 가장 많은 연령층은 일본의 30대 후반 남성들인데(35~39세가 64.5%를 차지함) 이는 다른 연령대(평균 49%)에 비해 더 높은 빈도수를 보이고 있다. 이케다 에리코씨는 그 이유로 1980년대 일본 경제 호경기를 배경으로 호황을 누렸던 성 산업을 들고 있다.

30대 후반 남성들이 20대 성장기를 보낸 1980년대는 속옷을 입지 않고 웨이트리스가 차를 서비스한다는 일명 ‘노팬티 찻집’이 붐을 이루는 등 일본의 성 산업이 비대하게 커진 시기였다는 것이다.

아시아여성자료센터는 또한 성 산업이 확대된 시기에 성장기를 보낸 30대 남성들의 경우, 1990년 중반 ‘원조교제’로 알려진 10대 여성들의 성 구매자였음을 지적하고 있다.

대화의 화제가 음담패설, 성매매 정보교환?

이 보고서는 성구매를 하는 남성들이 “성에 관해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응답하면서도, 막상 이들이 서로 간에 나누는 대화의 주요화제는 음담패설이나 성매매 정보교환에 그치고 있는 점에 대해 꼬집었다.

성매매 경험 중 오직 여성의 성(賣春)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줄 알지, 자신들이 사는 성(買春)의 경험에 대해선 진지하게 돌아보거나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성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하면서도 막상 자신들의 성적 고민이나 정체성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거나 타인과 소통해보지 못하는 ‘남성성의 현 주소’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조사결과에서는 성매매 경험과는 상관없이 과반수 남성이 ‘성매매가 없는 사회가 바람직하다’고 답했으며, ‘성매매가 합법화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성매매가 강간 등 성폭력에 대한 억제효과가 있다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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