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내 친구의 성매매 경력이 여성부 캠페인보다 더 큰 망신
[오마이뉴스 2006-12-28 18:56]
[오마이뉴스 박상규 기자]
▲ 성매매특별법 시행과 특별단속 한달이 지난 2004년 10월 23일 저녁 경찰들이 서울 용산역 앞을 지나고 있다. ⓒ2004 오마이뉴스 권우성
"박상규 기자님, 요즘은 성매매 안 해요?"
언젠가 내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에둘러가지 않는 게 좋겠다. 어차피 조사하면 다 나오니까 말이다.
나는 시민기자로 활동하던 지난 2003년 12월 1일 "다시는 '사창가'를 찾지 않겠습니다"라는 기사를 썼다. 요란한 반성문일 수도, 성숙하지 못한 글일수도 있다. 어쨌든 그날 이후 나에게 붙은 성매매 경력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 됐다.
그래서 나는 기사쓰는 일이, 누군가를 새롭게 만나 명함을 건네는 게 부담스런 기자다.
누군가 "박 기자님, 그동안 쓴 기사 잘 봤어요"라고 인사를 건네면 괜히 얼굴이 화끈거린다. 후배 인턴 기자가 "선배, 과거에 별 짓 다했더군요"라고 말할 땐 멀리 도망가고 싶었다.
내가 다시 부끄러워진 이유는
최근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성매매 방지 다짐 릴레이'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외신에 보도됐다며 너도나도 "국제적 망신"이라고 개탄하고 질타한다.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라"는 네티즌 의견도 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 이 문제는 나를 비껴가지 않았다.
"상규야, 여성가족부 '사건' 네가 한 번 써봐라. 너 '경험'도 있잖아."
27일 오후 한 선배가 제안했다. 망설여졌다. 부끄러운 이야기를 다시 꺼내야 하니까 말이다. 처음엔 쓰지 않겠다고 선배의 제안을 거부했다. 그런데 마음을 바꿔 다시 이렇게 쓰는 건, "박 기자, 요즘 성매매 안 하나"라는 댓글이 무서우면서도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는 건 국제적 망신이라는 '여론의 힘' 때문이다.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성매매 방지 다짐 릴레이'는 정말 국제적 망신일까. 그리고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라"는 주장은 과연 타당할까. 행사를 먼저 살펴보자.
이 행사는 연말 회식 뒤 성매매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기업, 단체, 개인 등에게 회식비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6일부터 26일까지 벌어진 온라인 캠페인에는 총 1400여 팀 2만여 명이 서명했다.
여성가족부는 서명에 동참한 사람이 많은 팀 1~3등에게 현금으로 회식비를 지원할 방침이었다. 1등은 100만원, 2등 두 팀에게는 각각 50만원, 3등 세 팀에게 20만원을 준다는 것이다. 여기에 참가상 열 팀에게도 10만원씩 지원할 예정이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은 "남성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있다" "범죄 저지르지 않았다고 법무부에서 회식비 지원하냐"며 비난의 화살을 여성가족부에게 날렸다. 비난 여론이 거세자 여성가족부는 다시 "현금 대신 상품권을 주겠다"고 했다. 장하진 장관도 직접 "적절치 못한 행사"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난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물론 여성가족부의 정책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굳이 현금과 상품권을 걸지 않더라도 성매매 방지 캠페인은 세련되게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적절하지 못한" 여성가족부 행사를 지적하는 언론의 질책은 적절한 것일까? '성매매 방지'보다 '현금과 상품권 지급'에 초점을 맞춰 비난을 퍼붓는 우리의 자세는 공정한 것일까?
성매매를 통해 남자로 우뚝 선 친구들
성매매 방지 캠페인이 국제적 망신으로 전이되는 과정을 보며 떠오른 몇 가지가 있다.
먼저 2년 전 취업에 성공한 친구의 이야기다. 친구의 회사는 입사 일주일만에 '신입 직원 환영회'를 열었다. 1차 술자리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술자리가 2차로 옮겨갈 때 여자 직원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그 때 친구의 직장 선배들은 2차 술집 장소로 단란주점을 정했다.
폭탄주가 몇 잔 돌았다. 술이 많이 취했을 즈음 친구와 직장 선배들은 여자 한 명씩을 데리고 모텔로 향했다. 친구는 "1차 삼겹살, 2차 단란주점, 3차 모텔로 이어지는 코스를 마친 후에야 사회의 성인으로, 한 회사의 '남자' 직원으로 우뚝 선 느낌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너무 개인적 이야기가 아니냐고? 나도 그렇게 믿고 싶다. 그러나 적어도 이 상황은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해 사회에 진출하는 남자 후배들의 이야기는 '남자 재생산 코스'가 강력하다는 걸 보여준다.
다른 경우도 보자. 올해 공무원에 합격한 후배 B. 그는 다달이 날아오는 거액이 적힌 신용카드 이용명세서 때문에 고민이다. 그의 카드 명세서에는 '**단란주점', 북창동의 술집 이름, '**노래방'의 흔적이 남아있다.
"상사들이 '남자라면 이런 곳도 알아야 한다'며 자주 데리고 간다. 그들이 '쏘면' 나도 가끔 '쏴야' 한다. 무조건 N분의 1이다. 돈이 아깝지만 재미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이야기에서 자유로운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단지 내 주변 사람들만 '저급한' 것일까? 그게 사실이라면 사회적으로는 차라리 다행이다.
▲ 지난 4월 여성단체와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여성폭력추방공동행동이 '여성폭력 없는 세상' 선포식을 갖고 가정폭력·성폭력·성매매 등 사회 곳곳에 만연되어 있는 여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였다. ⓒ2006 오마이뉴스 남소연
지금 필요한 것은 여성가족부 폐지운동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이 100만 명이 넘는다.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말이다.
성매매 방지법이 있지만 시내 곳곳의 '홍등'은 여전히 꺼지지 않고 있다. 고소득 고학력의 화이트칼라 노동자가 몰려 있는 광화문에서는 '도우미'가 없는 노래방을 찾기 어렵다.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도 '북창동식 서비스'라는 간판을 당당히 내건 술집이 많다.
우리는 왜 이런 모습에는 "국제적 망신"이라는 타이들을 붙이지 못하는 것일까. 수많은 구타와 타살, 그리고 인권침해가 있었던 국방부에는 관대한 반면, '적절하지 못한 캠페인'을 벌인 여성가족부는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는 우리의 태도는 도덕적으로 올바른가.
나는 여기자를 성추행한 사람이 국회의원을 하는 우리 현실이, '노래밤'이 아닌 변변한 '노래방' 하나 제대로 없는 서울의 광화문이, 성매매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사람에게 회식비를 주는 여성가족부보다 더 창피한 '국제적 망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돈을 주겠다고 나선 여성가족부보다, 돈을 주고 성을 샀던 나의 과거가 더 큰 세계적 망신이라고 생각한다.
글의 시작처럼 개인적 이야기로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솔직히 가끔 나의 성매매 경력을 공개한 걸 후회하곤 한다. 훗날 내 아내가 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된다. 그리고 내 아들딸이 "아빠, 젊을 때 '이상한 짓' 했더라"고 물을까봐 공포스럽다. 그러나 나의 행위로 인간적 수치심을 느꼈을 여성을 생각하면 나의 우려와 공포는 사치스럽다.
지금 필요한 건 여성가족부 폐지 운동이 아니다. 솔직함, 그리고 성매매가 인간을 얼마나 황폐하게 하는 지 아는 게 더욱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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