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의 사각지대',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쓸쓸한 겨울
[노컷뉴스 2006-12-24 09:34]
성매매 여성 편견 때문에 도움의 손길 없어 자활의지 꺽여
연말연시를 맞아 어려운 이웃을 향한 도움의 손길이 잇따르고 있지만 성매매 피해여성은 사회적 편견이라는 벽 안에 갇혀 여전히 소외된 채 쓸쓸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카드 빚 2백만 원 때문에 4년 동안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다 지난해 7월 인천의 한 성매매 여성 자활센터를 찾은 이 모(가명. 25)씨.
이곳에서 입시 학원도 다니며 새로운 삶을 준비하던 이씨는 최근 실의에 찬 나날을 보내고 있다. 1년 동안 자격증도 따면서 전문대 산업체 전형을 준비해 왔지만 등록금이 없어 대학 입학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뭘 해보려해도 자꾸 좌절되니까 너무 힘들다"고 한숨을 쉬었다.
지난 7월부터 자활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김 모(24)씨도 마찬가지다. 센터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의 도움을 받으면서 사회복지사의 꿈을 키워온 김씨도 일반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김씨 역시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다.
정부에서 받는 월급 70만원으로는 성매매 당시 진 빚을 갚기에도 버거워 대학 진학은 꿈꾸기 조차 힘든 형편이다.
또 정부 지원금을 받는 대신 다른 부업을 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라 경제적으로 늘 빠듯할 수밖에 없다.
김씨는 "한달에 30만원 등록금으로 저축하고 교통비 등 쓰고 나머지 20만원으로 자기 생활한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제2의 인생을 꿈꾸며 대학 입학을 준비하고 있지만 정작 대학 교육에는 정부 지원금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누군가의 도움의 손길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인천 여성의 전화 자활지원센터 장혜란 활동가는 "도와주겠다고 했다가 성매매 여성이라는 말을 듣고 거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성매매 피해여성들은 자신들의 성매매 경험을 드러낸다면 도움을 주겠다는 제안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커밍아웃을 하라는 얘기였다.
성매매 여성이라는 편견 때문에 여전히 소외돼 있는 이들은 "지지해주면 우리가 딛고 일어날 수 있게 우리들에게도 관심 많이 가져주면 좋겠다"며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CBS사회부 곽인숙 기자 cinspain@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