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알바’ 여중고생 아르바이트
[헤럴드 생생뉴스 2007-01-15 11:41]
성수기를 맞은 청소년들의 방학 아르바이트가 위험수위를 넘어 아슬아슬하다. 인터넷이나 일부 지하철역 부근에서 즉석으로 만나 10분 동안 돈을 받고 키스를 해주는 이른바 ‘키스 알바’가 여중고생 사이에 급속히 번지고 있는 것. 시작은 키스로 하지만 이후 다른 신체부위 접촉은 물론 유사성행위와 성매매로까지 이어지며 탈선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땀 흘리지 않아도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은 가뜩이나 느슨해진 성의식을 가진 청소년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며 ‘막가는 알바’를 부추기고 있다. 경찰은 심각한 상황을 파악하고 있지만, 함정수사 논란 때문에 단속에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14일 밤 11시 서울 영등포역 인근. 야심한 시간에 앳된 얼굴의 여학생 두 명이 서성이고 있었다. 이들은 술에 취한 듯 얼굴이 벌개져 있는 두 명의 젊은 청년에게 다가갔다. 남녀 4명은 곧바로 역내 상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상가의 구석진 곳에 이르자 남성들은 여학생들에게 키스를 퍼붓고 온몸을 더듬었다. 낯 뜨거운 광경은 10여분간 지속됐고 남성들은 여학생들에게 돈을 준 뒤 몇 마디 얘기를 나누고는 곧바로 헤어졌다.
여학생 중 한 명은 “돈이 떨어지면 이곳을 자주 찾는다”며 “인터넷을 통해 남자를 만나면 ‘키스 이외의 것’을 요구할 때가 많아 여기서 즉석으로 상대를 물색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학생은 “거칠게 몸을 만지는 남자를 상대할 땐 솔직히 무섭다”면서도 “입술만 내주면 순식간에 몇 만원을 벌 수 있어 매력적”이라며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키스 알바’는 키스로만 끝나지 않고 청소년들의 탈선은 종착역을 향한다. 영등포역 일대에는 어린 여학생과 함께 지나가는 성인 남성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고, 이들 중 일부는 유흥업소와 모텔이 밀집한 곳으로 들어갔다. 인근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는 정상근(52) 씨는 “지하철역에서 헤매고 있는 남자들이 딸아이 정도 되는 애들을 데리고 돌아다니는 것을 종종 본다”며 혀를 찼다.
‘키스 알바’를 하는 여학생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고 있다는 한 남성은 “유명 채팅 사이트나 아르바이트 전문 사이트를 통해 ‘잘못된 만남’이 시작된다”고 알려줬다. 인터넷 공간에는 ‘키스 알바 합니다. 10분에 2만원입니다’는 글이 버젓이 떠다닌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만난 두 명의 학생과 계속 만난다”며 “처음엔 키스만 했는데 친해진 이후에는 술 마시고 놀면서 가끔 잠도 같이 잔다”고 털어놓았다. 만날 때마다 용돈을 쥐어 주고 가끔은 최신 휴대전화를 사주기도 한다는 그는 “인터넷 채팅방만 돌아다니면 ‘키스 알바생’을 쉽게 만날 수 있다”고 전했다.
아르바이트 전문 사이트 알바몬 관계자는 “키스 알바와 같은 단어를 금칙어로 정하는 등 필터링 시스템을 갖추고 사이트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있으나, 교묘하게 금칙어를 벗어나는 광고 글을 올리는 사람이 많다”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런데도 경찰은 예방책을 내놓기는커녕 단속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서초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관계자는 “일부 사이트를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성매매 현장을 잡지 않는 한 법적으로 제재할 길이 없다”며 “수사관이 채팅 사이트에 ‘키스 알바’방을 개설하고 이에 응대하는 이들을 조사하는 방식도 사용하고 있지만, 이러한 경우 함정수사 논란이 있어 단속 자체가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남현 기자(airinsa@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