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용산 성매매촌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르포] 용산 성매매촌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노컷뉴스 2007-01-05 06:58]

05063946421_60200010.jpg

지역 재개발 앞두고 건물주와 업주들 보상금 시비…'성매매 여성' 대책에는 안중에도 없어
새해벽두부터 성매매 지역 업주들이 지역 재개발을 촉구하고 나선 반면 건물 소유자들은 이들을 맹비난하는 기묘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대책은 안중에 없이 오로지 개발 보상금만 더 차지하려는 밥그릇 싸움 때문이었다.

4일 오후 서울의 대표적인 성매매촌인 용산역 주변에는 성매매 특별법 시행 전 110개 업소가 성업중이었지만 현재 43곳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남은 곳들도 많을 때 7명까지 다녀갔던 손님이 최근에는 2~3명 정도로 뚝 끊겼다.

업주들은 급기야 이곳을 빨리 재개발 해달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차라리 영업이 중단되면 그 대가라도 챙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한 업주는 "지주들한테서 그냥은 나갈 수가 없지 않냐"며 "여기가 상가지역이고 우리도 여기서 자식 낳고 먹고 사는 사람인데, 지주 조합쪽 얘기를 들어보고 타당성이 있다면 일시에 비켜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이렇게 필사적인 이유는 대부분 재개발로 수 억 원씩의 권리금을 날릴 처지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보상금을 한 푼이라도 더 타내기 위해 집 나간 성매매 여성을 다시 불러 모으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에 반해 건물 주인들은 업주들에게 보상금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용산 재개발 조합관계자는 "성매매 특별법 이후 장사가 안된다고 집주인한테 집세도 안 주고 있다"며 "그런데 사람들(업주들) 나가는데 무슨 보상금 타령이냐"고 말했다.

실제로 이 지역은 최근 2~3년 사이에 땅 값이 2~3배나 올랐다. 이지역 M 부동산업 관계자는 "재개발 얘기 나오기 전에는 평당 5천만원이었는데, 지금은 1억 정도 나간다"며 "재개발이 끝나고 나면 땅값의 50%는 돌려준다니까 15평짜리면 15억은 남지 않겠냐"고 말했다.

건물주들과 업주들이 개발이익을 두고 밥그릇 싸움을 하는 사이에 뭍히고 있는 것은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대책이다.

영등포에서 4년째 성매매를 해온 하 모(31)씨는 "우리가 제일 불쌍할 수도 있다. 건물주 밑에 업주, 그 밑에가 우리같은 성매매 여성들인데 상황이 이렇게 되면 나라 원망 안할 수 있겠냐"며 "왜 이지역을 그냥 놔두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계속 두기 어려우면 유예기간을 주는 방법도 어려운 것은 아닌데, 재개발 3~4년 늦춘다고 나라가 망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매매 업주들의 엉뚱한 재개발 주장, 그들과 공생관계에서 적으로 변신한 건물주인들, 그 사이에서 여전히 발버둥치는 성매매 여성들의 모습은 2007년 정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묘한 풍경이다.

CBS사회부 권민철/심훈 기자 twinpine@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