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주골 폐쇄대책 세워야 한다”
[오마이뉴스 2007-01-31 10:21]
▲ 성매매 여성들에게 탈성매매시 지원내용을 알려주는 홍보엽서. 눈길을 끌게 만들었다. ⓒ2007 유혜준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생매매집결지가 존속하고 있고,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 대표적인 곳이 바로 파주의 용주골이다. 미군부대가 있을 때는 기지촌이었으나, 미군부대가 이동하자 성 구매자가 내국인으로 바뀌어 성매매집결지 형태로 남게 됐다는 것이다.
파주에는 용주골 외에서 대능리에 성매매 집결지가 있다. 용주골과 7~8분 거리에 있는 대능리는 2000년 이후 신축빌라 분양이 잘 안 되자, 단속에 밀리던 서울 지역의 성매매업소들이 빌라를 구입하면서 새로운 집결지를 형성하게 됐다고 한다.
파주에서 파주여성인권센터 '쉬고'(she go)와 파주집결지자활지원센터 '위고'(we go)를 운영하고 있는 고서경 에코젠더 대표를 만나 파주의 성매매 현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고 대표에 따르면 현재 파주에는 120여 곳의 성매매 업소가 있으며,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은 350여명 정도라고 한다. 여름에는 성매매 여성 수가 늘어나고, 겨울에는 줄어드는 추세라 현재는 인원이 조금 줄어든 상태라고 한다.
'쉬고'는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상담과 지원을 주로 하며, '위고'는 집결지 여성들을 대상으로 상담과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위고'는 24시간 상담체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상담원들이 업소관계자들의 언어적, 육체적 폭력에 상시적으로 노출돼 신변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고 체력 등 소진이 심해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었다. 업무량에 비해 받는 보수가 적어 그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고 대표는 말한다.
고 대표를 만난 '쉬고'는 내부가 가정집처럼 꾸며져 있고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 수 있게 돼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위고' 역시 아늑하고 편안하면서 화사하게 꾸며져 있었는데, 거기엔 다 이유가 있었다. 성매매 여성들이 와서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고심했다는 것. 그리고 대부분의 성매매여성들이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 따뜻하게 밥 한 끼라도 먹이고자 일반 가정집처럼 꾸몄다고 한다.
다음은 고서경 대표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활동에 지장이 있을지 모르므로 사진을 찍지 말아달라는 고 대표의 부탁에 따라 사진은 찍지 않았다.
"쉬고와 위고의 목적은 성매매 여성들의 탈업소"
- 에코젠더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
"비영리 민간단체로 NGO다. 회원은 100여 명으로 쉬고(she go)와 위고(we go)를 운영하고 있다.
에코젠더의 활동지역이 파주이다 보니, 용주골이라는 성매매집결지 문제를 빼고는 여성문제를 논할 수 없게 됐다. 그래서 성매매 문제로 활동분야를 특화했다. 파주에 성매매에 관한 활동을 하거나 관심을 보이는 단체가 없어서 우리라도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쪽에 관심을 기울이고 활동하게 됐다."
- 쉬고(she go)와 위고(we go)는 무엇인가?
"파주여성인권센터가 쉬고(she go)인데, 성매매 여성을 대상으로 상담과 지원을 한다. 실질적인 지원은 돈과 연결되는데, 주로 법률지원과 의료지원을 한다. 선불금 문제가 있을 때 법률지원하고, 아플 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파주의 경우 성매매집결지 문제가 워낙 크기 때문에, 집결지만 전담하는 곳이 파주집결지자활지원센터인 위고(we go)다. 용주골의 마을회관에 센터가 있다. 파주에는 집결지가 두 곳(용주골과 대능리) 있는데, 두 곳은 7~8분 정도 거리다.
위고 사업의 목적은 성매매 여성들의 탈업소를 도와주는 것이다. 탈업을 하는데 장애가 되는 선불금, 신용회복 문제 등 걸림돌을 제거할 수 있도록 법률지원을 해주고, 의료지원도 한다. 그리고 탈업을 하고 사회에 나와서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도 지원한다."
- 구체적인 지원내용은?
"성매매를 그만두겠다고 결심하는 여성들은 760만원 한도 내에서 신용회복, 병원진료비, 학원수강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창업을 원할 때는 1인당 3천만원 한도 내에서 무이자로 대출받을 수 있다. 그건 사회연대은행과 연계해서 한다.
집결지의 성매매여성에겐 이러한 지원 외에도 생계보조비가 지원된다. 성매매를 그만두겠다고 결심하면 6개월 동안 매월 44만원의 생계보조비가 지원된다. 작년보다 2만원이 오른 금액이다. 성매매를 그만두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상담을 주 1회 하며, 우리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의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6개월이 지나면 탈업해야 한다. 그러면 6개월간 지원이 연장된다. 집결지 성매매여성에 대한 혜택이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원이 1년 내에 이뤄져야 하니까 숨이 가쁘다. 6개월은 탈업 여부를 고민하고, 6개월 내에 직업훈련을 받고 독립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성매매 여성들은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십년 넘게 성매매에 종사해왔기 때문에 새롭게 사회에 적응을 해야 한다. 그런 그들에게 1년은 너무 짧고 (그 사이에 탈업하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계속해서 여성가족부나 정부에 지원기간 연장을 요청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 <일랑일랑>은 성매매여성과 현장상담을 할 때 나눠주는 소식지. '일랑일랑'은 성적인 스트레스를 완화해주는 효과가 있는 향으로, 소식지에 일랑일랑 향이 배게 해서 나눠준다고 한다. ⓒ2007 유혜준
- 상담하러 오는 성매매여성은 많은가?
"돈을 주면 상담을 하러 많이 올 거라고 생각하는데, 신상 공개가 두려워 많이 오지 않는다. 게다가 업주들이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느냐, 나중에 결혼해서 살면 다 받으러 온다'고 얘기하면 그 말을 그대로 믿는다. 그래서 안타깝다. 상담하러 오는 사람들 중 반 정도가 탈업한다고 보면 된다. 상담하러 올수록 생각이 바뀐다. 상담하면서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예정보다 빠르게 탈업하는 경우가 많다. 지원받으면 효과가 있고, 지원기간이 길수록 탈업을 많이 한다.
탈업했다가 재유입하는 경우도 있다. 적응하는 게 쉽지 않으니까. 일단 탈업하면, 이미 몸이 만신창이가 돼 있기 때문에 최소 두 달은 쉬어야 한다. 성매매여성들은 십 년 넘게 시달렸는데, 두 달 쉬는 건 짧다고 할 수 있다. 쉬면서 치료하고, 탈업한 뒤 무엇을 할 것인지 탐색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며, 또 현실이 생각한 것과 달라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다 보면 1년은 금방 가고, 지원이 끝나게 된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안타깝다. 정부는 책임지려면 끝까지 져야 한다."
- 지난 연말에 여성가족부에서 '연말회식 모임에서 성매매를 하지 말자'는 캠페인을 벌였다가 엄청난 공격을 받았다. 정말로 연말에 성매매 수요가 늘어나나?
"우리나라 성매매 특징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삼삼오오 짝을 이뤄 성매매집결지를 찾는다. 직장동료끼리 가는 경우도 많다. 회사 로고가 새겨진 점퍼를 입고 오는 경우도 많다. 남자들이 서로 회사의 직책을 부르는 것도 봤다.
매주 업소에 나가서 성매매 여성을 상대로, 우리가 하는 일과 어떤 지원을 할 수 있는지를 소식지와 물품을 주면서 홍보하는데 그걸 아웃리치(현장상담)이라고 한다. 업소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유리를 사이에 두고 만난다. 작년 연말에 실제로 현장에 나가서, 회식 뒤에 무리지어 오는 것을 많이 목격했다.
설날이 다가오고 있는데 명절 때는 두세 배 수요가 늘어난다. 명절을 대목이라고까지 한다. 조사했더니 사실이었다.
남자들을 일반화시키는 건 아니지만 성매매를 아무 의식 없이 하는 게 문제다. 예전에는 버스를 대절해서 단체로 오기도 했다. 주차장까지 완비된 성매매집결지가 바로 용주골이다. 성매매를 하면 처벌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성매매가 범죄라는 것을 계속 이슈로 제기하고 문제로 만들어서 성매매 자체를 감소시켜야 한다."
- 서울의 성매매집결지가 재개발된다고 하는데 그 여파가 경기도에 미칠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보나?
"서울만 깨끗하게 만들고, 그곳만 개발해서는 안 된다. 경기도도 같이 해야 한다. '풍선효과'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같이 없애야 하는데, 행정구역이 다르다보니 성매매 업소가 경기도로 밀려올 수밖에 없다. 경기도의 성매매집결지 규모가 점점 커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지금도 눈에 띄지 않게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경기도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집결지 폐쇄대책을 내놔야 한다. 경기도만의 문제가 아니므로 정부가 같이 개입해서 해결해야 한다.
서울에선 집결지를 없애고 상업지구로 개발하는 게 가능하지만, 파주의 경우 집결지를 없앤다고 해서 상업지구가 들어설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 상업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정부가 공익차원에서 투자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파주는 성매매업소로 인한 환락지구가 될 것이다. 성매매방지법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 성매매업소에 설치된 유리방이 철거된다고 하는데?
"지난해 11월 국정감사 때, 손봉숙 의원이 용주골에 국유지와 도유지, 시유지가 있다고 발표해서 문제가 됐다. 국유지 등에 불법건축물이 있으니 철거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성매매업소의 유리방은 전부 불법건축물이다. 그래서 2~3월경에 철거에 들어간다고 한다. 성매매집결지에서 유리방이 철거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물론 유리방이 철거된다고 해서 성매매 업소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위축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업주들은 '그런다고 성매매나 집결지가 없어지지 않는다'고 큰소리치고 있는 상황이다."
- 활동하다보면 업주들과 갈등을 빚거나 부딪치는 경우도 있을 텐데?
"다행히 지금까지는 큰 트러블이 없었다. 다른 지역과 달리 '위고'가 마을에 있다 보니, (업주들 쪽에서) 주변을 의식해서인지 별 문제는 없었던 것 같다. '위고'는 마을회관에 입주해서 건물의 반을 빌려 쓰고 있다. 뒤에서는 이야기들이 오가는 것 같지만, 대놓고 앞에서 하는 건 없다. 하지만 유리방 철거를 앞둔 요즘엔, 분위기가 그리 좋진 않다."
- 쉬고의 활동으로 지역에 변화가 있다면?
"파주에 대규모 성매매집결지가 있는데도, 파주경찰서가 2급서이다 보니 성매매를 전담하는 여성청소년계가 없었다. 지난 1년간 꾸준하게 성매매 단속 부재 문제를 제기하고 여성청소년계 신설 필요성을 주장한 결과, 작년 12월에 2급서임에도 여청계가 신설되고 전담인력이 생겼다. 우리 상담소가 있었기 때문에 생긴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단속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 성매매 근절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상담소에서 여성들을 대상으로 상담하고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육 홍보도 필요하다. 현재 인력도, 예산도 부족해 교육에 어려움이 많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성매매 방지 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성매매 현장으로 청소년들이 유입되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
교육은 한 달, 두 달 혹은 일 년 내에 효과를 거두지 못하더라도 장기적으로 계속해야 한다. 씨를 뿌려서 결실을 맺으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 앞으로 활동 계획은?
"용주골을 소재로 한 성인만화가 무척 많다. 용주골을 미화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많이 미친다고 본다. 지금 그것을 분석하고 있는데 분석이 완료되면 그것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그리고 성매매를 홍보하는 명함 크기 정도 되는 홍보지가 있는데,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한다. 여기저기 함부로 뿌려져서 청소년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홍보지에 대한 여론조사를 할 계획이다. 그래서 관련법을 개정하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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