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농촌 타깃 티켓 다방 '독버섯처럼'
[한국일보 2007-02-05 20:42]
경북 북부권 농촌지역에 '티켓 다방'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인구 1만9,000여명으로 육지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경북 영양군 영양읍. 읍이라야 인구가 8,000여명에 불과하지만 다방은 무려 20개나 된다. 다방마다 6,7명의 여종업원이 있으며 배달을 위해 1,2대의 차량과 운전수를 확보하고 있다.
주말 오후에 들린 한 다방에는 6명의 종업원 중 5명이 1시간에 2만원의 '티켓비'를 받기로 하고 손님과 나갔다. 술자리에서 흥을 돋구거나 노래방 도우미 역할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은밀한 뒷거래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북 북부지역 자치단체들에 따르면 1월말 현재 이들 지역 티켓 다방수는 영양 44개, 봉화 51개, 청송 98개나 된다. 규모가 큰 다방은 여종업원이 10명에 수송용 차량만 4대에 이르는 곳도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리면서 티켓비가 시간당 평균 2만원으로 지난해보다 5,000원 오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다방의 한달 매출도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동절기 여종업원 대부분은 매일 20만원을 입금하면 한달 200만∼25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스카우트 돼 온다. 한명이 한달 6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셈이다. 종업원 10명이면 6,000만원의 엄청난 금액이다. 웬만한 부농의 연간 총소득보다 더 많다.
하지만 매일 할당된 금액을 입금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보니 부족한 수입을 벌충하기 위해 손님과 은밀한 거래가 비일비재한 실정이다. 그러나 단속에 적발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지난해 티켓영업 적발건수는 영양과 청송군이 각각 4건, 봉화군은 단 1건도 없다.
영양군에서 농사를 짓는 황모(45)씨는 "겨울철에 일감이 적은 막노동꾼과 농민들의 주머니를 노린 다방 티켓영업이 성행하고 심지어 매매춘까지 은밀하게 이뤄지지만 형식적인 단속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제적 원인 뿐만 가정불화까지 야기하는 경우가 많아 강력한 단속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 지역 다방 여종업원이 연중 이렇게 많은 것이 아니다. 고추와 산채 외에 이렇다 할 특수작물 재배가 적어 농한기가 존재하는 경북 북부권의 겨울철에 볼 수 있는 풍속도다. 타 지역보다 소득은 적은 데 티켓영업은 더 활개를 쳐 피해가 막대하다.
영양군의 한 관계자는 "상반기 중으로 단속계획을 수립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으나 그 때는 이미 티켓다방 성수기가 끝난 뒤여서 또다시 사후약방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안동=권정식 기자 msyu@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