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투어’가 기가 막혀

‘황제 투어’가 기가 막혀

[스포츠칸 2007-02-05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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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기모씨(43)는 요즘 집에서나 친구들 사이에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 꿈처럼 달콤했던 3박4일의 후유증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기씨는 지난해 11월 말 회사 업무차 중국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친구 3명이 진작부터 ‘준비한’ 그들만의 여행을 떠났던 것이다.

베이징에 도착한 3명은 대충 저녁을 먹은 뒤 곧장 현지 노래방으로 ‘출동’했다. 소문으로만 듣던 베이징의 노래방은 그들에게 낙원이었다. 파트너를 고를 때는 수십명의 모델급 ‘나가요걸’이 들어왔다. 벽에는 음란한 행위를 금한다는 의미의 ‘황(黃)’을 써 놨지만 문제가 될 리는 없다. 800위안(약 10만원)짜리 양주를 2병 마신 그들은 파트너를 데리고 호텔로 돌아왔다. ‘중국에서는 부부가 아니면 호텔에 함께 투숙할 수 없다’는 말은 말짱 거짓말이다. 함께 목욕을 하고, 안마를 받고, 밤새 침대를 뒹굴다 아침에 ‘나가요걸’에게 건넨 돈은 1000위안. 국내와 비교하면 절반 값도 안되는 금액이다.

이들은 3일 밤을 그렇게 보냈다. 낮에는 안내원을 따라 보양식을 파는 음식점에 가거나 마사지를 받는 게 고작이다. 하루는 마사지를 받으며 ‘낮거리’를 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을 ‘완전 범죄’로 처리한 기씨는 기분좋게 가족의 선물을 사들고 돌아왔다. 하지만 귀국 1주일 만에 비뇨기과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죄상이 낱낱이 드러났다. 그 때문에 친구의 집도 발칵 뒤집혔다.

최근 들어 기씨처럼 ‘황제투어’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황제투어’란 최고급 여행이 아니라, 한때 사회문제가 됐던 ‘매춘관광’이 업그레이드된 형태다. 이같은 퇴폐여행은 성매매특별법 시행 후 더욱 심해지고 있다. 특히 겨울 골프 여행까지 포함해 직장인 사이에서 ‘계’까지 만들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소규모 여행사에서는 ‘섹스관광’ 상품을 은밀히 팔기도 한다.

이들이 판매하는 상품에는 마치 ‘현지처’를 둔 것처럼 돌아오는 날까지 ‘풀서비스’를 받는 것도 있다. 그뿐 아니라 스와핑이나 그룹섹스 등 온갖 추태도 벌어진다는 게 현지 가이드의 전언이다.

섹스관광 대상지도 글로벌화하고 있다. 중국이나 태국 등 동남아는 옛말이고, 캄보디아나 우즈베키스탄 등지로까지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베트남과 캄보디아의 경우 3박5일 일정에 무제한 골프 라운딩과 매일 저녁 술자리, 그리고 매일 여성과 잠자리를 하는 ‘황제투어’가 120만~15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슬람국가라 매춘행위를 철저히 금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도 한국인이 넘지 못할 산은 아니다. 현재 수도 타슈켄트에만 한국인이 운영하는 가라오케가 20여곳 성업 중이며, 이곳에서 섹스파트너를 구하기란 식은 죽 먹기다.

한때 일본인을 ‘섹스 동물’이라며 손가락질했던 한국인이 동남아 등지의 국민으로부터 그런 소리를 듣게 된 것이 지금의 해외여행 풍속도다.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