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보다 더 무서운 ‘10대 포주’ 급증
[헤럴드 생생뉴스 2007-02-22 10:53]
또래 여학생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고 돈을 가로채는 이른바 ‘10대 포주’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몸을 팔아 손쉽게 돈을 벌려는 청소년들이 그들만의 ‘조직’에서 하위 조직원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고 돈을 갈취하는 수법을 쓰는 등 성인 폭력조직 흉내를 내고 있다. 한 10대 포주는 한때 성매매를 강요받던 피해자 처지에서 포주로 변신해 활동하다 경찰에 덜미를 잡히는 등 죄의식 없는 ‘무서운 10대’가 충격을 주고 있다.
22일 경찰청에 따르면 10대 포주 수는 지난 2005년 30명에서 작년엔 80명으로 3배 정도 늘어나는 등 수직 상승하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인터넷 채팅으로 알게 된 여중생 이모(13) 양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고, 감금한 채 담뱃불로 얼굴에 화상을 입히는 등 가혹행위를 한 10대 가출 청소년 4명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성매매를 알선한 10대 포주들이 적발된 것은 올해 들어 서울에서만 벌써 세 번째다.
특히 10대 포주들은 기성세대의 집창촌 포주들보다 훨씬 악랄한 수법으로 또래들을 성의 노리개로 만들어 경찰조차 혀를 내두르고 있다. 이들은 ▷일진회 등에서 여학생들을 빼내오면서 도움을 준 이들에게 보답으로 성매매를 강요하거나 ▷철저한 위계질서 속에서 부하 조직원을 찍어 성매매를 시키고 돈을 갈취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엔 원조교제를 당했던 성매매 피해자였던 A(17) 양이 10여명의 또래를 모아 포주활동을 하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 박현이 기획부장은 “가출 청소년은 물론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10대도 소비 문화 속에서 돈을 써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성을 사고파는 것으로 인식해 성매매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특히 10대 포주들의 수법이 점점 대담하고 교묘해지는 데 바짝 긴장하고 있다. 노원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선팔규 계장은 “요즘 아이들이 영악해서 자신은 피해를 입지 않으면서도 손쉽게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포주들은 성매매를 할 청소년을 모집하기 위해 채팅방을 개설해 놓고도 성매매에 관한 얘기는 채팅으로 하지 않고 별도로 전화를 통해 거래하기 때문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선서의 한 형사도 “포주 노릇을 하는 것도 그렇고 돈이 필요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들이 점차 대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의 이 같은 파렴치한 범죄가 일차적으로 기성세대의 무분별한 성문화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조아미 교수는 “10대들이 포주까지 한다는 것은 기성세대로부터 학습한 것으로 ‘아이들이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라고 묻지만 전부 다 성인들의 행동을 보고 따라하는 것”이라며 “아이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피해자고 사회 전반적인 성문화 변화없이는 개선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오연주ㆍ김하나 기자(oh@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