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누가 '테마방'을 말하는가

[시론] 누가 '테마방'을 말하는가

[중앙일보 2007-03-07 22:03]

[중앙일보 조영숙] 이른바 '테마방' 형태의 강남 고급 성매매 업소 세 곳이 경찰에 적발됐다. 2년 동안 고소득 전문직 남성 20만 명에게서 '화대'로 400억원이나 벌어들였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성매매 방지법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테마방은 이미 일본 등지에서 유행하던 변형 성매매 업소다. 이번에 발각된 업소는 테마방을 '블루오션' 전략으로 삼아 고객을 확보하고 틈새시장 창출에 성공한 사례였다. 하지만 유사 업종들의 견제와 경찰의 단속으로 시장에서 퇴출당하게 됐다.

이번 일로 특정 업체는 사라졌지만 그렇다고 우리 사회에서 성을 돈으로 사고자 하는 수요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성매매 방지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또 업체 단속이 시장을 왜곡시키며, 나아가 경제적 수익 창출 기회를 차단하는 규제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 같은 규제를 완화해 수요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국제사회는 마약.총기.장기밀매나 아동과 노예노동, 그리고 성매매와 인신매매 같은 범죄행위를 단순한 상품교역의 대상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고 있다. 보편적 인권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강남의 테마방을 이용한 남성들은 대부분 고소득 전문직이었다. 일부에서는 성매매 방지법 시행 이후 내놓고 하던 성매매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욱 교묘하고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음성화' '풍선효과'를 얘기한다. 성매매 여성들이 이미 주택가까지 진출했으며, 보건 당국의 통제에서 벗어나면서 성병이 만연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을 뒷받침해 줄 근거는 취약하다. 전문직 고소득층 남성들의 하위 문화를 형성해 왔던 '강남 룸살롱'의 성문화는 꾸준히 존재해 왔다. 동일 남성 집단이 성매매 방지법 이전과 이후에 성 구매의 행태와 빈도 수, 비용 등에서 변화가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어떤 비교 통계자료도 존재하지 않는다.

테마방은 한국 사회에서 남성들이 성적 욕망을 성매매로 해소하려는 이른바 '섹슈얼리티의 매춘화' 현상이 심각함을 보여 주고 있다. 성 구매자들은 포르노와 인터넷, 그리고 동료들과의 집단문화를 통해 성적 탐닉에 빠져들고 성매매 업소를 드나든다. 그러면서 가상현실 체험의 장으로 제공된 테마방에서 자신들의 성적 판타지를 습관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결국 남성들이 돈과 권력으로 여성들의 몸과 성을 대상화.도구화하는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여성들은 성적 폭력과 인권침해의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바로 이 대목에서 여성 인권운동이자 성 평등운동으로서의 반(反)성매매운동의 정당성은 다시 한번 확인되는 것이다.

성매매 방지법 이후 최근 발생하고 있는 사건들은 성매매가 성매매 여성의 문제라기보다 성매매 산업과 성 구매 남성들의 문제임을 보여 주고 있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대책이 사건 처리의 핵심이 돼야 한다. 사법 당국은 유착.비리.방조.공모.자금 및 건물 제공 등 성매매 알선행위와 관련된 일체의 범법행위를 가려내 일관성 있는 처벌로 사회적 경종을 울려야 한다. 법무부 역시 그동안 실효성 문제를 지적받아 온 성 구매자들에 대한 '존 스쿨(John School.성 구매 초범에게 기소유예를 해 주는 대신 성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 제도의 실제화를 위해 보다 철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남성 중심 성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술과 여자를 접대하고, 술자리 이후 성매매에 나서는 것에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에서 성매매를 몰아내기는 어렵다. 성은 사고파는 게 아니라 남녀가 함께 아름답게 가꿔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영숙 여성인권중앙지원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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