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실랑이 속 불 꺼지는 간판들
[한겨레 2007-03-06 05:09]
[한겨레] 미아리등 철거 돌입…용산역앞 ‘노른자땅’으로
건물주에 이익 환수 추진-포주들 저항 예고
사람이 지나칠 때마다 주홍등 아래의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들이 얼굴을 빼꼼 내밀고 ‘오빠’를 불렀다. 지난 3일 일명 ‘천호동 텍사스’인 천호동 423번지는 여전히 영업중이었다. 하지만 100여m 거리에 10집 정도만 문 열었을 뿐 250여 곳이 불야성을 이루던 ‘영광’을 찾기는 힘들었다. 천호동 텍사스 지역에 30층 높이의 친환경 고품격 아파트 조성이 추진되는 등 집창촌에도 재개발 바람이 불고 있다.
어느 정도 진행됐나?=가장 잰 걸음을 하는 곳은 성북구 미아리 지역이다. 이곳 하월곡동의 2구역은 이미 시행사가 땅을 매입해 철거가 진행 중이다. 용산역 앞 역시 조합이 결성돼 상당히 빠른 편이다. 천호동 텍사스, 청량리 588은 추진위원회가 꾸려진 상태이다. 인천은 남구 학익동(일명 끽동)이 오는 4월 마지막 남은 8개 업소를 끝으로 사라질 전망이고, 숭의동(일명 옐로하우스)은 오는 2010년까지 폐쇄될 운명이다. 경기 성남시 중원구 ‘중동촌’도 인근 지하철역 등과 연계한 복합 상권으로 재개발이 추진 중이다. 파주시 용주골은 재개발이 아니라 불법건축물에 따른 철거가 진행 중이다.
개발이익은 얼마나 될까?=가장 각광을 받는 곳은 용산역 앞이다. 1만3천평에 4개 블록이 들어서고 1개는 공원이 들어선다. 용산구청은 새 도로를 조성해 기부체납을 하는 것을 전제로 용적율을 960%로 책정했다. 이곳은 평당 1억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미아리 텍사스, 천호동 텍사스 등도 최근 불어닥친 ‘부동산 광풍’으로 인해 땅값이 급등했다.
반면 영등포는 개발이익이 얼마 안 될 것으로 평가돼 아직 미진한 상황이다. 최근 땅주인들은 분양에 대한 기대가 떨어지자 영등포구청에 주거 기능이 들어간 주상복합건물을 짓도록 해달라는 청원을 한 상태다. 주용서 영등포구 도시계획팀장은 “도심공동화현상으로 4대문 안 상업지역에도 주거기능을 집어넣는 추세”라며 “서울시랑 협의해 결정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순조롭게 진행될까?=재개발에 따른 ‘돈 잔치’는 급상승한 땅값처럼 순조롭지는 않을 전망이다. 여성가족부가 불법인 성매매를 통한 이득으로 보고 환수를 추진하고 있다. 박현숙 여성가족부 권익기획팀장은 “용산, 미아리 등 일부 집창촌에서 건물주에게 부당하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가 제기돼 이익 환수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행 성매매특별법에 따르면 성매매알선사범과 건물주에 대해 범죄수익을 몰수·추징할 수 있다”며 “개발이익과 범죄수익간의 인과관계, 범죄수익 규모 산정법 등을 엄밀하게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갈등은 이것만이 아니다. 천호동 텍사스에서 영업하는 이아무개(61)씨는 “여기 남은 사람들은 ‘악’ 밖에 안 남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철거전까지만이라도 영업을 할 수 있고, 철거 전 일부의 ‘권리금’을 보상받길 바랐다. 대부분의 집창촌에서 소위 ‘포주’들은 이전 영업을 한 사람들에게 적게는 4천~5천만원, 많게는 1억~2억원의 권리금을 지급했다. 이들은 재개발이 진행되면 이 돈을 한푼도 건질 수 없게 된다.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이들이 거칠게 저항할 것으로 예상 ‘오빠’ 소리와 맞은 편에서는 ‘재개발’ 소리가 가득할 전망이다.
수도권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