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부끄러운 우리 사회 性모럴
[세계일보 2007-03-06 09:12]
지난주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끈 사건은 단연 기업형 성매매 업소 적발이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들 3개 ‘기업’은 지난 2년간 총 20만명 이상의 고객, 그리고 4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기업형 업소가 놀라운 것은 단지 그 규모만은 아니다. 이들 기업은 이른바 ‘선진적인’ 영업 방식을 사용했다. 매매 행위 장소를 갖가지 ‘테마’로 치장하고 정보기술(IT) 국가의 명성에 걸맞은 인터넷 마케팅, 그리고 호기심과 입소문을 이용한 다채로운 홍보 방식을 차용했다. 다양한 고객층 역시 관심을 끈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 관계자의 말처럼 고객들은 ‘성직자를 제외한’ 모든 직업군을 아우른다.
밝혀진 사실 이외에 두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먼저 성매매 기업의 실적은 상향 조정돼야 한다. 성매매 업소의 특성상 현금 결제 비중이 클 것이기에 실제 매출이 밝혀진 액수보다 훨씬 높을 것이다. 그리고 적발된 기업들이 위치한 강남에만 유사 업소들이 50여개 있다고 한다. 모든 성매매 업소들이 적발된 곳처럼 ‘탁월한’ 실적을 만들지는 못할지라도 그만큼 성매매 문화가 ‘일반적’ 현상임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지난 연말 여성부가 ‘성매매 근절운동’의 일환으로 실시한 ‘연말 회식’ 이벤트는 ‘선량한 한국 남성’들의 공분을 자아냈다. 어떤 신문은 이를 ‘남권 침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면서 모든 남성들을 잠재적 성 매수자로 몰아세우는 여성부를 비난했다. 성매매 기업의 모습은 그러나 여성부의 입장을 정당화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 그 짧은 기간에 엄청난 매출을 달성했다는 것, 매우 다양한 직업을 지닌 이들이 고객이었다는 점, 그리고 유사한 업소들이 매우 많다는 것은 ‘성 구매로부터 자유로운 한국 남자’가 얼마나 있을지 돌아보게 한다. 바로 여기서 우리 사회의 ‘도덕 회복운동’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 나라에서 성매매 문화와 무관한 곳이 있는지 질문한다. 물론 이러한 질문은 분명 과장이다. 하지만 그 질문의 핵심, 즉 신체와 인간의 능력이 화폐 가치로 평가받고 직간접적으로 시장에서 매매되는 것은 현재 지구상의 모든 사회와 국가에 유효하다. 다시 말해서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신체와 능력이 화폐 가치로 평가되고 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은 매우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사항이다. 예를 들어 대중문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몸의 상품화, 일명 ‘섹시 코드’ 경쟁이 강화되는 실정이다. 여성만이 몸의 상품화 대상은 아니다.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한 남성 대중예술인이 밝힌 바처럼 열심히 노래하는 것보다 언더셔츠 한 번 올리는 것에 관객들은 더욱 열광한다.
대중문화에서만 몸이 매매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각종 사회영역에서 우리 몸이 매매된다. 현재 학생들은 노동시장의 매력적인 상품이 되기 위해서 노력한다. 현재 직장인들 역시 기업조직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온갖 ‘자기계발’을 통해 몸을 단련한다. 국가 역시 기관 명칭을 바꿔가면서 몸의 매매에 앞장선다. 과거 교육부로 불리던 곳은 이제 교육의 사명을 인적자원을 개발하는 기관으로 변신했다. 인간자원을 개발함은 결국 노동시장에서 구매가치가 높은 인간을 만드는 것이다. 통칭 ‘몸값 올리기’라는 사회적 히스테리가 거의 모든 사회영역, 예컨대 대중문화, 기업, 교육기관, 더 나아가 국가를 휩쓰는 것은 현대사회가 바로 ‘인신매매 시장’이기 때문이다. 성매매, 인신매매, 혹은 장기매매는 현대사회라는 ‘인신매매 시장’의 특수한, 물론 불법적인, 따라서 지탄받고 처벌돼야 하는 경우다. 시장질서의 도입은 많은 사회영역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계기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문제를 부과하는 것이기도 하다.
전상진 서강대 교수·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