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드는 성매매집결지] (상) 현장 실태 르포  

[고개 드는 성매매집결지] (상) 현장 실태 르포  

[부산일보 2007-05-09 12:21]

무관심 틈새 다시 켜진 홍등

지난 4일 오후 11시께 한때 부산의 대표적인 성매매집결지였던 서구 충무동의 속칭 '완월동'. 줄지어 늘어선 업소의 쇼윈도 안에서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이 지나가는 남성을 유혹하고 있다. 20대로 보이는 남자 2명이 탄 승용차 한 대가 업소들 사이의 골목길로 들어오자 속칭 '이모'들이 길을 막는다. 심지어 차문을 열고 "싸게 해 줄 테니 놀다 가"라며 악착같이 매달리는 호객행위가 이어진다.

비슷한 시간대,'300번지'로 불리는 부산진구 범전동의 성매매집결지도 마찬가지였다. 재개발 문제로 상당수 업소가 떠났지만 남은 업소들은 붉은 조명 속에서 여전한 호객행위를 하며 '당당히' 영업을 하고 있다. 인근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김모(52)씨는 "2005년 초까지만 해도 대부분 문을 닫았지만 언제부터인가 서서히 장사를 시작해 지난해 말부턴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대구 우동의 속칭 '609'. 이곳은 오히려 최근 들어 점차 업소 수가 늘고 있다. 특히 유동인구가 많은 도로변 업소들도 빨간 조명을 켜고 정상영업을 알리고 있다. 밤늦은 시간 취한 손님들은 몇 분 간격으로 2~3명씩 '609' 골목으로 들어갔다. 5일 오전 1시께 이곳을 지나가던 노모(23)씨는 "길을 따라 가다가 우연히 업소들을 지나갔다"며 "성매매 영업소가 사라진 줄 알았는데 호객행위까지 하는 걸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성매매 집결지에 다시 불이 켜졌다. 성매매특별법으로 폐쇄 직전까지 갔던 대표적인 성매매집결지가 예전처럼 버젓이 영업을 하며 부활하고 있다. 경찰은 5월 현재 부산의 성매매집결지 업소는 모두 86곳에 종사자는 183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여전히 가장 규모가 큰 완월동은 130명의 여성이 55개의 업소에서 종사하고 있다. 부산진구 300번지는 12개 업소에 종사자 수는 26명이며 해운대구 609는 19개 업소에 27명이다. 2004년 9월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기 직전 132개 업소에 516명의 종사자에 비하면 종사자 수가 3분의 1로 줄어들었지만 영업행태는 과거로 돌아갔다.

성매매방지와 피해자 보호 및 성매매알선 처벌에 대한 법률 시행 초기인 2004년 말까진 철저한 단속으로 성매매집결지가 모두 철퇴를 맞았지만 2005년 초부터 일부 업소가 커튼을 치고 슬슬 은밀한 형태의 영업을 재개했다는 게 주변 상인들의 증언. 서서히 커튼이 걷히고 쇼윈도 안에 청바지 차림의 여성들이 나타나더니 2005년 하반기부턴 여성들의 옷차림이 드레스로 바뀌고,업소의 창문마다 불이 들어왔다. 특히 지난해 성매매특별법 시행 2년을 넘기면서 호객행위가 증가하고 버젓이 예전과 같은 형태의 영업이 시작됐다.

현재 경찰은 집결지 주변을 순찰하고는 있지만 적극적인 단속은 하지 않고 있다. 부산의 한 경찰서 관계자는 "드러나지 않는 변종 성매매도 많은데 굳이 성매매집결지만 단속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은 것 같아 경찰도 입장이 난처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매매피해여성지원센터 '살림' 정경숙 소장은 "한때 떠들썩하던 단속이 소극적으로 변해 성매매집결지도 고개를 들더니 성매매특별법 실효성 논란이 일자 오히려 노골적으로 영업을 하는 지경까지 왔다"고 말했다.

김백상기자 k103@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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