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해외여성 인신매매, 성노예 문제 심각

英 해외여성 인신매매, 성노예 문제 심각-

[뉴시스 2007-03-20 11:37]

【서울=뉴시스】

영국 내 해외 여성 인신 매매 실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영국 BBC방송 인터넷판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방송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매년 수천명의 외국 여성들이 인신 매매단에 속아 영국 사창가로 팔려가고 있다.

영국은 이미 200년 전인 1807년 법으로 노예 매매를 금지했지만 21세기 된 지금까지 여성 성노예 거래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 입국하자마자 공항에서 팔려가기도

영국 내무부는 지난 2003년 약 4000명의 외국 여성들이 자국 전역의 사창가로 팔려간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내무부는 또 이 같은 여성들의 수가 이후 계속 늘어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아동 매춘 역시 성행하고 있다. 아동보호단체와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현재 영국 내에는 수천명의 미성년자가 성노예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영국 인권센터는 이 같은 인신매매와 아동 성매매를 뿌리뽑기 위해 지난해부터 사법당국과 함께 피해 여성 구조에 나섰지만 이들의 손길이 닿는 곳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물론 매춘 여성 중 일부는 영국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역시 가난 등의 이유로 고향을 떠나 다른 마을의 사창가로 팔려간 여성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들보다 훨씬 많은 수의 외국 여성들이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인신 매매단에 속아 사창가로 넘겨지고 있는 것이 현실.

1990년대 중반 영국 내 매춘 여성의 85%는 영국인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 현재 영국 내 매춘 여성의 85%는 외국인이다.

이들 중 대부분은 친구나 친지들에 속아 영국으로 입국한 후 사창가로 팔려간 동부유럽 여성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친구나 동료, 친지들의 권유로 영국에서 접시닦이, 청소부, 입주 가정부 등의 직업을 찾기 위해 입국했지만 결국 매춘부 신세로 전락했다.

심지어 이들 중 일부는 영국에 도착하자마자 공항에서 인신매매단에 끌려가 바로 팔려가기도 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들이 육체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치유되기 어려운 심각한 상처를 입는다는 것.

피해여성 중 1명인 리투아니아 출신의 지에라(19)는 친구들과 함께 영국에서 휴일을 보내려다 인신매매단에 끌려간 뒤 사창가에 넘겨진 경우.

지에라는 자신이 겪은 끔찍한 경험을 친구들뿐 아니라 자신도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증언하고 있다.

영국 내무부는 지난해 1월~6월 '펜태미터계획'이란 명칭의 성매매 피해여성 구조계획을 실시했다. 이 계획에 힘입어 14~17세의 피해여성 84명이 구조됐으며 포주와 인신매매단 등 약 230명이 체포되고 25만파운드 이상의 자금이 압수됐다.

하지만 팬태미터계획 관계자는 당시 자신들의 손길이 미친 곳은 전체 매춘업소의 10%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여전히 나머지 매춘여성 90%가 폭력과 강요에 의해 포주와 인신매매단의 손에 착취당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2003년 성매매 피해여성의 사회 적응과 생활 지원을 위해 출범한 파피프로젝트는 출범 이후 자신들에게 도움을 청한 피해여성의 수만 581명에 이른다고 전하고 있다.

특히 파피프로젝트는 2004년 실태 보고서를 통해 런던 내 33개 자치구 모두에서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으며 런던 내 사창가, 사우나, 마사지업소 등에서 일하는 여성의 절대 다수가 외국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영국 경찰은 현재 외국 여성 성매매를 막기 위해 특별 전담팀을 별도 운영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순번제 의장국을 맡고 있었을 당시인 2005년 인신매매 근절을 최우선 문제로 제시했던 영국 정부도 수주 내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정부나 경찰의 움직임은 더디게 느껴진다.

이에 영국 내무부의 한 대변인은 인신매매는 사기, 착취, 학대가 합쳐진 최악의 범죄로 인간 자체를 파괴시킬 뿐 아니라 다른 조직범죄에도 좋지 않은 여파를 미친다며 인신매매를 근절하기 위해 국내외적 대응과 지원계획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엄성원기자 swum@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