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에 피해와 도움 요청, "철저히 무시당해"

국가에 피해와 도움 요청, "철저히 무시당해"

[뉴시스 2007-03-28 20:24]

【서울=뉴시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 이하 인권위)는 27일 서울 중구 인권위 소위원회에서 '범죄피해자인권보호 그 현안과 쟁점'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미성년성폭력피해자부모모임 곽모 회장은 사건 피해자로서 국가에 피해와 고통을 호소하고 도움을 요청했으나 철저히 무시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례 발표에 따르면 2002년 11월부터 4개월간 한 아이(당시 만 5세)가 가까이 돌봐주던 친한 지인으로부터 상습적으로 성폭행과 협박으로 고통을 받았다.

이 아이의 부모는 아이가 협박을 받은 사실을 알지 못했고 점점 이상한 행동이 잦아져 2003년 8월 아이가 성폭행 당한 사실을 알고 같은 해 9월 고소를 했다.

경찰서에 조사를 받으러 갔지만 3시간을 기다려도 형사를 만나지 못해 돌아갔고 다시 조사를 받기 위해 찾은 경찰서에서는 아이와 부모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공개된 장소에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아이에게 사고 상황을 그대로 재연시키고 많은 사람 앞에서 옷까지 벗고 재연을 하는 것은 물론 엄마에게 아이를 진술 교육시킨 건 아니냐는 말까지 했다.

이후 아이는 처음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까지 사회에 대한 불만과 불안감으로 난폭해졌으며 엄마는 사회에 대한 배신감과 아이에 대한 미안함으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곽 회장은 "피해자 측이 청와대, 국회, 대검찰청, 법무부, 각종 민원 기관에 진정서와 탄원서, 호소문을 내면서 도움을 청했지만 담당검사에게 모든 민원서류가 돌아와 피해자의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곽 회장은 또 "이런 잘못된 현행법의 원칙으로 인해 많은 피해자들이 오히려 더 가해자 취급을 받는 사회 현실로 고통 받고 있다"며 "피해상황을 은폐하고 신고 조차하는 것을 꺼려 피해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피해자들에게는 의료나 법률적 지원도 중요하게 고려돼야 하지만 가해자의 진심어린 사과와 주변의 따듯한 위로가 치유에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처럼 여성비하 의식이나 피해자의 비난논리가 잔존하는 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범죄는 피해자들에게 전폭적인 지원과 의식개선을 위한 사회구성원들의 노력이 없다면 개인적인 지원 효과는 생명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이어 "최근 피해자를 위한 여러 가지 관련 정책들이 마련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의 권리보장을 위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관련 기관이나 단체로 한정하지 않고 폭넓은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호중 한국외국어대 법학과 교수, 김지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윤덕경 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 김경석 법무부 인권국 구조지원과 과장, 최혜선 한국범죄피해자지원중앙센터 사무처장,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 등이 참여했다.

배민욱기자 mkba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