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어학연수, 성매매의 유혹
필리핀으로 떠나는 한국인 유학생 수는 한 해 평균 4만명. 마닐라에 있는 한국 어학원 수만도 무려 200곳이 넘는다. 그런데 최근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남자 유학생 일부가 성매매를 하거나 마치 ‘현지처’처럼 상대 여성과 동거를 한다는 제보가 MBC ‘PD수첩’ 제작진에 입수됐다.
‘PD수첩’이 필리핀 현지에서 성매매에 빠진 한국 학생들의 실태를 취재한 ‘필리핀 현지보고, 성매매에 빠진 어학연수’ 편(연출 이영백·임경식, 사진)을 17일 밤 11시5분 방영한다.
제작진에 따르면 마닐라의 금요일 밤 한국 유학생들이 일제히 어학원을 빠져나오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거리로 나온 이들이 주로 찾아 가는 곳은 유흥가 밀집 지역. 어학원에서 10분만 나가면 유흥업소를 쉽게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제작진은 그 중 한 술집을 찾아 갔다. 술집은 한국의 단란주점이나 룸살롱과 비슷한 형태를 갖추고 있었고 손님들의 대부분은 한국 학생들이었다. 그곳에선 한국에서 수십만원에 팔리는 양주 한병이 고작 1∼2만원선이고, 여성의 성을 사는 데엔 채 만원도 들지 않는다고 한다.
제작진은 한국 유학생과 직접 접촉을 시도했다. A군은 취재팀에 “한국에서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을 경험해 보려고 (유흥가를 찾았다)”면서 “일단 싸니까 (즐기는 게 가능하다”고 털어놨다.
유학생 중엔 성매매를 통해 만난 여성과 살림까지 차리고 심지어 아이를 갖게 한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책임질 능력이 없는 한국 학생들 대부분은 임신한 여성을 버린 채 떠난다고 한다. 제작진은 한국인 유학생의 아이를 가진 여성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그중 B라는 여성의 사연은 믿기 힘들 정도였다. 그와 두명의 여동생, 이렇게 세 자매가 무려 다섯 명의 한국계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었던 것. 이들은 “아이 아버지는 모두 어학연수생이었고, 그들은 함께 연수를 온 친구 사이”라고 주장했다.
취재팀은 “한국인의 해외 성매매가 문제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영어를 배우러 간 어린 학생들까지 어른의 추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현실은 충격적”이라며 “영어를 배운다는 핑계로 이국 땅에 와 잘못된 길로 빠져드는 어학연수생들의 실태를 고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