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드는 성매매집결지] (하) 떠나지 못하는 여성들

[고개 드는 성매매집결지] (하) 떠나지 못하는 여성들

[부산일보 2007-05-10 12:42]

"이 일 말고는…" 무력감 자활사업도 도움 못 돼

성매매집결지 여성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큰돈을 벌지 못하지만 여전히 집결지에 남아있다. 경찰의 단속도 소극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자활사업도 차질을 빚고 있어 집결지 여성에게 탈성매매를 유도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집결지 종사자들은 통상 성매매로 버는 돈의 40%가량을 챙기고 나머지는 업주와 호객꾼들이 가져간다. 여기에 방세,청소비 등 생활비 100여만원의 기본적인 지출을 빼면 결국 집결지 여성이 가질 수 있는 돈은 매달 몇 십만원 수준. 10년 동안 집결지에서 영업과 호객행위를 하고 있는 정모(40·여)씨는 "대다수 종사자들이 빚이 안 늘면 다행이라는 얘기를 할 정도로 돈을 못 모은다"고 말했다.

성매매집결지를 담당했던 모 구청 사회복지사 이모(38·여)씨는 "일수 등으로 생긴 빚은 점차 늘어나 여성들의 부담은 증가한다"며 "하지만 일의 특성상 다른 일을 구하기 어렵다는 심리적 무력감 때문에 점차 세상과 담을 쌓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심리적 무력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자활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최근 들어 업소들의 거친 저항으로 자활정보 제공마저 어려워지고 있다. 강력했던 단속은 형식적인 수준으로 변했고,'성매매특별법'시행 2년을 기점으로 특별법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벌어진 게 업소들의 반발을 키운 계기가 됐다.

경찰은 2004년 이후로 집결지 단속을 통해 부산지역에서 101명을 입건했지만 인권유린이 발생하거나 신고가 접수돼 수사에 착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찰은 위장안마시술소 같은 보이지 않는 업소들과의 형평성,지역경제에 대한 우려 등으로 집결지 단속에 적극적이지 못하다고 밝히고 있다. 더욱이 성매매 단속을 맡고 있는 각 경찰서의 여성청소년계 직원은 통상 5명이지만 노인·미아실종,학교폭력,성범죄 등을 모두 맡고 있어 현실적으로 체계적인 감시가 어려운 구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결국 업소의 영업이 서서히 정상화되면서 업주들의 반발도 덩달아 커져 '집결지자활사업'조차 차질이 생기고 있다. 이 사업은 시민단체들이 여성가족부의 지원을 받아 실시하는 것으로,부산 서구의 '완월동'과 부산진구 '300번지'를 대상으로 자활센터 상담원들이 직접 현장을 방문한 뒤 의료·법률지원,직업교육 등을 통해 재활을 유도하고 있다.

현장방문을 통한 자활정보제공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제한적이었지만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집결지 출입 자체가 어려워져 대부분 서구와 부산진구에 있는 자활센터를 직접 찾아오는 집결지 종사자들만을 대상으로 상담과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집결지자활사업이 1년 단위여서 가장 필요한 정서적 치료를 하기에도 기간이 부족하고 그 후엔 직업교육이 거의 없는 등 제도적 지원과 뒷받침이 부족한 형편이다.

성매매피해여성센터인 '살림'의 정경숙 소장은 "탈성매매를 하려는 여성이 거주할 수 있는 부산 내 쉼터의 수용인원은 다 합쳐도 30명 내외로 언제나 만원"이라며 "제대로 된 환경만 주어진다면 성매매여성은 크게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백상기자 k103@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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