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여성NGO포럼 이모저모
[아태여성NGO포럼4]반미, 레즈비언, 민족문제 등 논란
작성날짜: 2004/07/08
장성순기자
이번 포럼은 여성장애인, 레즈비언 등 여성문제에 있어서 소수자 문제가 부각되지 않아 참여자들의 강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또한 민족주의와 여성주의 간 긴장도 표출됐다. 중국과 대만간, 무슬림 여성인권 문제에 대해 현저한 입장차를 보였다. 10대 여성주의자들도 참석해 당당히 '영'여성파워를 보여줬다.
왼쪽부터 수파트라폰 타나티콤 국제아시아태평양 지역 장애인 사람들 코디네이터, 유엔 원 천 홍콩 장애인여성연합 의장, 이예자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상담대표 모습. 장성순 기자
■ 여성장애인은 여전히 주변부= 35여 개국에서 1천 여명의 여성운동가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이번 포럼은 이예자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상담대표, 유엔 원 천 홍콩 장애인여성연합 의장, 수파트라폰 타나티콤 국제아시아태평양 지역 장애인 사람들 코디네이터. 이렇게 단 3명만이 여성장애인이었다. 참석 숫자가 이러하다보니, 총 80개 워크샵 중 여성장애인 관련 주제는 아예 열리지 않았다. 이들은 포럼 둘째날인 7월 1일 전체 토론에서 여성운동은 마이너러티 그룹에 민감한 게 본질인데, 이번 대회에는 마이너러티 그룹에 대한 반영이 안됐다는 문제를 제기해 청중으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왼쪽이 필리핀의 '여성교육, 개발, 생산성, 연구와 지지 조직' 사무총장 격인 말레아 무에(Marlea P. MuN~EZ)는 자신이 레즈비언이라고 당당히 밝히고, 레즈비언 운동이 여성인권운동으로 함께 가야함을 역설했다. 장성순 기자
■ 레즈비언운동 = 필리핀의 '여성교육, 개발, 생산성, 연구와 지지 조직' 사무총장 격인 말레아 무에(Marlea P. MuN~EZ)는 자신이 당당히 레즈비언임을 밝히고 많은 카메라의 후레시 세례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번 대회에서 레즈비언 역시 소외됐다며 강한 문제제기를 했으며, 이제 레즈비언운동을 포함해서 동성애운동은 여성인권운동의 큰 축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자 역시 2000년 나야로비 회의에 참석한 여성들 중 2/3가 레즈비언이었다며 이제 여성이슈 중에서 레즈비언 운동은 주류화될 시점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 대만vs중국 격돌= 7월 2일 포럼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여성의 인권, 민주주의와 도전'을 주제로한 플래너리 4번째 세션에서 대만대 리홍 왕 사회학과 교수는 "중국에 의한 대만 여성의 인권탄압이 심하다"는 자유발언을 했다. 그러자 바로 세션 공식 논평자였던 중국 와우왕 슈 교수는 "대만은 우리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발언으로 일축했다. 이후 리홍 왕 대만대 교수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울면서 항의를 했다.
■ 무슬림 논쟁= 포럼 마지막날인 7월 3일 주요분야 선언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D: 여성과 폭력' 분야 초안에 '무슬림 여성'이 폭력에 시달린다는 표현이 들어있었다. 이에 대해 굳이 특정 종교를 넣을 필요가 없다며, 종교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무슬림 여성들이 항의했다. 미얀마 활동가는 국가권력이 여성의 폭력을 가져온다며 국가권력이라는 표현을 넣어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성적 노동자 논란= 성매매 합법화를 주장하는 인도, 태국, 홍콩 등의 여성단체는 '성 노동자(sex worker)'의 합법화를 주장했다. 성 노동자보다는 성산업 종사자라는 표현을 쓰자는 지적도 나왔으며, 성매매 여성들을 위한 각 나라별 여성운동의 접근이 달라 논쟁이 있었다. 심지어 성 노동자는 남성의 노리개에 불과한데 굳이 그들을 위한 운동을 펼 필요가 있느냐는 보수적인 발언도 튀어나와 청중을 당황시켰다.
포럼 마지막날인 7월 3일 15세에서 35세까지 젊은 여성들이 여성 선언문을 읽고 있다. 장성순 기자
■ 영 여성 파워=포럼 마지막날인 7월 3일 선언문을 작성하는데, 'L: 소녀와 아이들' 선언에 '모든 여성'이라는 표현을 '젊은 여성'과 '나이든 여성' 등 세대 개념을 넣자고 얘기한 10대 여성들도 참석해 세대표현에 대한 실랑이를 한창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오는 2006년 중국 북경에서 15세-35세 여성을 대상으로 한 '젊은 여성들 대회'를 개최할 것도 선전하기도 했다. 결국 초안대로 세대 구분없이 '모든 여성'으로 결정됐다.
■ 때마침 반미 논쟁='G: 여성의 인권'에서 '일방주의가 여성의 인권을 제약한다'는 표현 앞에 '미국의 일방주의'라고 명시해야한다는 입장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사회자인 패트리카 리쿠아난 의장이 우리가 굳이 선언문에 명시하지 않아도 어짜피 미국의 일방주의란 걸 모두 알지 않느냐며 미국을 명시하지 않았다.
■성적 정의(gender justice)= '성적 권리(gender rights)'가 아니라 '정의'라는 개념을 전략적으로 사용해 유엔의 '인권'개념이 서구중심적인 것에 대해 제 3세계적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 고 김순덕 할머니 추모= 포럼 둘째날인 2일 정대협 김순덕 할머니의 부음 소식이 전해졌다. 포럼 참가자들은 이날 한국, 일본, 인도, 등 50 여명이 정대협 문제 등 여성폭력과 군사주의를 반대한다는 시위를 했다. 3일 폐막식에서 7백 여명의 참가자들은 고 김순덕 할머니에게 헌화를 하면서 다함께 추모식을 갖기도 했다.
통역= 조응주 choeungujoo@yahoo.com
방콕=장성순 기자 newvoice@ngo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