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성매매 여성→여성활동가로 변신 ..시민의신문

강간→성매매 여성→여성활동가로 변신
[인터뷰] 국회의원돼서 성매매여성 위한 입법활동하고파

작성날짜: 2004/06/24
장성순기자

강간을 당한 여대생이 성매매 여성이 됐다가 여성활동가로 변신한 소설 속에서 나올 법한 현실이 여기 있다. 현재 그녀는 영화 '대한민국 헌법 1조' 여주인공인 고은비를 꿈꾼다. 그녀는 평범한 여대생이었다. 중학교 때 버스 안에서 성추행을 당한 경험을 삭제하면 말이다.

김지은(가명)씨를 만난 것은 우연히 몇번 취재현장에서였다. 하지만 기자는 그녀를 특별하게 기억하지 못했다. 어느 날 그녀는 우먼타임즈 송옥진 기자와 인터뷰를 하면서 낮술을 먹다가 시민의신문 사무실로 불쑥(?) 들이닥쳐서 기자도 동참해 술을 먹게 됐다. 정말 우연한 술자리에서 운 좋게 그녀를 알게 됐고, 그녀의 삶을 엿보게 됐다.

경상도에서 태어난 그녀는 중학교 1학년 때 무더운 여름 7월 어느날 만원 버스 안에서 낯선 남자에게 성추행을 당한다. 뻔뻔한 성추행범은 그녀의 여름 교복 앞 단추가 떨어질 정도로 심하게 성추행을 했다. 하지만 도와달라는 그녀의 외침은 버스 안 무관심한 시민들로부터 외면당했다. 그 여름의 악몽같은 기억은 잊혀져갔다.

김씨는 대학에서 음악를 전공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수난은 다시 시작된다. 대학교 1학년 때 미팅을 나간 자리에서 그녀를 찜한 남성이 그녀의 스토커가 됐다.

하지만 그 스토커는 김씨의 친구들을 모두 친하게 사귀고, 결국 술을 함께 먹는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자취방에서 그녀를 강간한다. 친구들도 그들이 연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밖에서 문을 잠궜다.

데이트 강간이라도 억울할텐데, 그녀가 스토커에게 당한 일에 대해 주변 사람들은 "빠져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며 무심코 상처주는 말을 툭툭 던진다. 무너져 버린 가슴이 더 무너진다.

그녀는 대학을 졸업하고 잠시 음악학원 강사를 하기도 했다. 이후 김씨는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기 위해서 돈이 필요했다. 딱 한달만 돈을 빨리 벌기 위해서 접대룸에서 일하고 있던 고등학교 동창인 친구를 따라 일을 시작한다. 가장 빠른 시간에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앞섰다. 고향 집에는 시외로 음악강사를 한다고 적당히 둘러댔다.

"나이도 어리고, 몸도 가늘고 그러니깐 전국에서 돈 잘버는 동네에서 일할 수 있었어요." 당시 1차는 한 테이블당 2만원, 손님과 (성관계를 하는) 2차를 나가면 7만원을 벌 수 있었다고 한다.

1백만원 선불금을 받아서 옷도 사고, 다른 생활비로 먼저 다 사용하니깐 어쩔 수 없이 한달만 하겠다고 결심했던 그 일을 계속 하게됐다고. 가지각색의 손님들을 만났다고 한다. 김씨가 만난 손님 중에 기억하는 사람은 '세면발이'(사람 몸에 나 있는 털에서 사는 이)를 잡아줬던 남자다.

"한 손님과 여느 때처럼 2차에 갔는데, 어두운 곳에서 관계를 가지려고 하는데 몸이 간지럽더라구요. 불을 켜고 그 남자의 몸을 자세히 보니깐, 세면발이가 퍼져 있는 거예요."

다른 접대부였다면 아마 기겁을 하고 자신의 몸에 옮을까봐 도망갔을 텐데, 김씨는 일일이 면도기로 털을 밀어주고, 세면발이를 잡아줬다. 이후 그 남자 손님은 고마워서인지 계속 김씨를 찾아왔다고 한다.

중간에 몇년 쉬면서 그일을 어언 10년 했다. 목돈이 필요할 때는 특별한 기술도 없고. 30살이 되니깐 나이도 들고, 몸도 살이 찌고 그 바닥(?)에서 상품가치가 떨어졌다.

김씨가 일했던 마지막 가게는 마담시켜주겠다는 얘기에 솔깃해서 16개월을 일했는데 결국 업주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업주는 '삼종'(일명 사창가)이나 가라고 했지만 도저히 삼종까지는 못갈 것 같아서 동생한테 울면서 전화를 했다. 동생이 알려준 여성부에 전화를 걸었다. 김 씨는 가까운 모 상담소에 상담을 받고 탈성매매를 하게 된다. 그녀는 수면제 ·알콜 중독으로 몸이 말이 아니었다.

"우리나라가 '공창'을 인정하지 않지만, '보건증'이 있으면 접대일을 다 시켜줘요. 현장에서 보건복지부가 사실상 공창제를 허용하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이발소, 식당, 접대 룸 등에서 일하려면 보건소에서 발급해주는 보건증을 받아야한다.

'삼종'은 보름에 한 번씩, '일종'인 접대룸은 한달에 한번씩 건강검진을 받아야하고, 피검사를 통한 성병검사는 3개월에 한번씩 받아야한다. 심지어 업주가 의료보험 등 세금을 포탈하기 위해 아가씨 명의로 세금을 내게 한다.

상담을 받고 성매매를 그만 둔 후 상담활동가가 권해 준 것이 바로 '성매매여성을 위한 현장활동가'였다.

"처음에 겁이 많이 났어요. 하지만 점차로 나같은 경험을 한 사람을 도우면서 용기를 주고 싶었어요." 이후 그녀는 모 성매매여성을 위한 단체의 상근간사 활동을 하다가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한다. 지금은 방송대 3학년에 편입해서 공부를 하고 있다.

그녀가 존경하는 사람은 한소리회 이옥정 대표라고 한다. 이옥정 대표는 86년 한소리회를 만들었다. 미국인인 노마 호올링도 역시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이다. 노마 호올링은 캘리포니아 주 정부와 경찰·검찰과 함께 성매매여성을 위한 쉼터를 운영하고, 탈성매매활동을 했다. 이옥정 대표는 천주교 재단의 도움을 받아 순수 민간단체인 한소리회를 만들었다. 그녀가 노마호올링보다 이옥정 대표를 더 좋아하는 이유다.

김씨는 성매매여성을 위한 단체에서 하던 일을 그만두고, 성매매여성들을 개인적으로 만나 상담도 하고, 여성단체에서 강의도 하면서 지낸다. 그녀는 그 어느때 보다도 삶의 행복을 느낀다.

김씨는 "성매매여성의 현실이 언론이나 여성단체에 의해 왜곡되지 않고 성매매 여성의 삶이 그대로 여과없이 세상에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성매매여성들이 상담을 원한다고 개인적으로 전화를 하면 바로 달려간다. 그녀는 지금 거창한 꿈도 있다. 국회의원이 돼서 성매매여성을 위한 입법활동을 하는 거다.

대만에서는 실제로 성매매여성 출신의 국회의원이 나왔다. 김씨도 천천히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놓고 있다. 성매매 출신이라는 점이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사회가 그녀를 수용할 때가 그녀의 꿈이 이루어지는 날이 될 것이다.

장성순 기자 newvoice@ngo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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