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03-14 세계일보)
14일 출근길에 택시를 탄 A씨는 무심결에 조수석 사물함에 붙었는 금연 스티커를 들여다 보다 깜짝 놀라고 말았다. 스티커에는 ‘금연’이라고 쓰인 큼지막한 붉은 글씨 아래 조그마한 글씨로 ‘xxx 안마시술소(433-xxxx)’라고 적혀 있었다. 놀란 A씨가 주위를 둘러보니 사물함은 물론 조수석 출입문, 룸미러 등에도 비슷한 상호들이 적힌 스티커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서울 시내를 운행중인 택시들에 윤락업소에서 뿌리는 광고물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이들 광고물은 ''안전벨트 착용'', ''금연'', ''하차시 오토바이를 조심하세요'' 등 건전 교통문화 캠페인 문구를 표기한 채 교묘히 업소의 전화번호를 집어넣어 승객들의 눈을 감쪽같이 속이고 있다.
특히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윤락업소에 손님을 소개하거나 호객행위를 하는 것도 엄격한 처벌 대상에 포함됐지만 경찰 등은 아직 이같은 실태파악 조차 못하고 있다. 또 각 택시회사에서도 ‘성매매를 중개할 경우 택시기사도 똑같이 처벌받을 수 있다’는 공지문을 붙여놓고 주의를 당부하고 있지만 혼자서 움직이는 택시들을 단속하기엔 역부족이다.
택시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들 불법 광고물은 크게 스티커 형태와 함께 업소 연락처 외에 약도까지 들어간 조그만 달력 등과 같은 걸이식으로 구별, 터미널과 가스충전소 등 택시 밀집지역에서 각 윤락업소가 고용한 아르바이트생들에 의해 부착된다. 또한 이처럼 택시 내부가 불법 윤락 광고물로 도배가 된 이유는 기사들이 승객들을 특정 윤락업소 측에 소개해줄 경우, 손님당 일정액의 소개비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택시기사 박모(31)씨는 “업주들이 성매매특별법 이후에는 한동안 뜸하다가 최근엔 단속이 느슨해졌다고 안심하고 손님을 데리고 오라고 말한다”면서 “예전에는 1만원씩 주던 것을 단속이 강화된 때문인지 1만5000원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택시기사 이모(52)씨는 “집창촌을 찾는 손님 4명만 태우고 가면 웬만한 장거리를 뛰는 것보다 훨씬 짭짤하기 때문에 기사들로선 업소 측의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면서 “5번 정도 소개하면 추가로 돈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택시 관리감독을 책임지고 있는 서울시와 성매매 단속에 나서야할 경찰은 아직 실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교통국의 한 관계자는 “택시에 사적 홍보물을 붙인다고 해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아직 없는 상황”이라며 “윤락업소 등의 광고물 부착이 사실이라면 택시운송사업조합에 대해 사업개선명령을 내리는 등 조치를 취해 시정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일선 경찰서 관계자는 “아직까지 그런 광고물이 있다는 것을 들어보지 못했다”며 “만일 실제로 성매매 중개가 이뤄진다면 당연히 처벌 대상”이라고 말했다.
양원보 기자 wonbo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