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 전까지 영업 이상무 "막가는 포주들"

▲ 화재 사건이 일어난 지 두 달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여전히 홍등을 켠 채 성매매 영업을 하고 있는 하월곡동 성매매집결지 모습(위). 눈에 띄는 호객행위는 예전에 비해 줄었으나 업주들은 주위를 살피며 성 구매자 사냥을 하고 있다./노민규 기자 nomk@iwomantimes.com

불켜진 하월곡동 성매매 집결지를 가다
우먼타임즈,

채혜원 기자] "멀리 갈 것 없어. 우리 아가씨들 얼굴이나 보고 가."

과거 포주들의 이같은 호객행위가 이곳 저곳에서 울려 퍼지던 하월곡동 성매매 집결지. 지난 19일 찾아간 이곳에서는 호객행위 대신 지나가는 행인이 고객인지 아닌지 살의를 띈 눈빛으로 살피는 포주들이 가득했다.

성인남자가 주변에 10초 정도만 서 있어도 여러 포주들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고객인지 확인하러 달려나올 정도였다. 하월곡동 집결지는 다른 집결지와 달리 골목 곳곳에서 영업을 하고 있어 입구를 통해서만 출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4개 정도 되는 입구마다 포주들이 고객을 잡기 위해 서 있었다.

해가 질 무렵인 오후 8시가 가까워지자 켜지는 홍등의 수는 점점 증가했으나 호객행위는 찾아보기 힘들었고, 약 500여명으로 추산되는 성매매 종사 여성들은 그저 조용히 홍등 아래 앉아 있을 뿐이었다.

지난 3월 화재가 났던 건물에 둘러쳐져 있던 폴리스라인은 어느새 사라진 채 화재의 잔재들만이 어둠 속에 남아 있었고, 주위 건물에는 변함없이 홍등이 켜진 채 영업을 하고 있었다.

화재사건 이후 포주들은 포주협회 이름으로 집회를 두 번 진행하며 "2007년까지 집결지 폐쇄를 결정한 이상 그때까지는 우리의 영업을 방해하지 말라"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여성단체 관계자로 보이는 이들의 옷을 찢고 "칼로 찌르겠다" 등의 폭언과 폭행을 서슴지 않고 있는 상황. 이같은 포주들의 협박에 경찰들은 그저 "몸조심하라"고 당부할 뿐이다.

이같이 현재 포주들이 '적'으로 삼고 있는 것은 범죄행위를 단속하는 경찰이나 주무 시행부처인 법무부가 아니라 여성부와 여성단체들이다. 하월곡동 성매매 집결지 맞은편 건물에서 포주들의 온갖 협박에 시달리며 성매매 피해여성들의 자활을 돕고 있는 김미령 자활지지공동체 대표는 이같은 포주들의 행동에서 문제의 본질을 봐야 한다고 전한다.

경찰과 법무부가 제대로 업무를 수행한다면 성매매 여성들을 도우려는 여성부와 여성단체에게 왜 거센 비난이 가해지겠냐는 것. 또한 성매매와 관련해 처벌받아야 하는 이들은 버젓이 성매매 영업을 하고 있는 '포주'들과 성매매 상품을 이용하는 '성 구매자'들인데 이들이 경찰 앞에서 오히려 당당한 모습을 보인다.

지난 9일 포주와 한 성구매자가 경찰서에 조사를 받으러 왔을 때도 "내가 내 돈 내고 여자랑 자는 게 왜 문제고, 왜 하필이면 운 없게 나만 잡혀 오냐!"고 행패를 부린 바 있다.

포주들이 동종범죄를 40범까지 저지르면서도 성매매 영업을 지속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처벌 규정에 '하한선'은 없고 '상한선'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1년 이하나 7년 이하의 징역'을 받는다 해도 하한선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벌금형으로 처리해 40범이라는 범죄자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

처벌 규정의 문제뿐 아니라 군산과 하월곡동의 성매매 집결지 화재사건 이후에도 여전히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안전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도 큰 문제다. 화재사건 현장검증에 나섰던 김 대표는 "정오 즈음에 건물 안에 들어갔는데도 햇빛 한 줄기 들지 않아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는데 그 암흑 속에서 소화기나 경보기 등이 대체 무슨 소용인가"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요즘 잠들지 못한다. 오전·오후에는 경찰서에서 성매매 피해여성들의 끝없이 이어지는 소송문제를 돕고 있고, 밤 10시경에 사무실에 돌아와서는 상담업무를 보기 때문. 현재 49제 추모제에서 가슴에 딸을 묻고 오열했던 유가족들은 현재 포주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 소송을 지원하기로 한 민변 성매매지원팀의 원민경 변호사는 "아직 화재의 원인이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이 아니라, 불법구조변경이나 감금의 근거 등이 밝혀지고 수사기록이 공개되면 그때부터 구체적인 소송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2005/05/25 오전 1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