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합법화? 말도 안돼요”
[문화일보 2005-07-13 14:14]
(::성매매→1366에 전화→쉼터입소→취업…새삶 ‘20대 여성’의 고백::)
“제 인생에서 가장 후회스럽고 잘못된 선택은 (성매매)업소에 가게 된 것, 제일 잘한 선택은 1366(여성긴급전화)에 전화해 지 옥에서 벗어난 것입니다.”지난해 9월23일 성매매방지법 시행 이후 ‘철창없는 감옥’ 성매매업소를 극적으로 탈출, 평범한 직장인이 돼 새 삶을 살고 있는 김숙희(가명·26)씨를 수소문 끝에 찾았다. 그러나 그는 직장에서 자신의 전력을 알게 되면 불이익이 생길 것이 뻔하고 가족과 남자친구에게도 상처를 줄 것이기 때문에 실명과 사진을 공개할 수는 없다고 했다.
4년여에 걸친 성매매생활을 청산한 그는 한달 전쯤 새 직장에서 첫 월급도 받았다. 그는 “80여만원의 많지 않은 돈으로 어려운 가정형편에 보태고 나니 몇푼 남지 않았다”면서 “그래도 뿌듯 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일부 성매매여성들이 ‘성매매를 합법화하고 성노동자로 인정해달라’고 주장하는 것을 보고 할 말이 많았다고 했다.
차분하던 목소리도 갑자기 커지면서 “정말 말도 안된다”고 흥 분했다.
“제가 그 속에 있어봐서 잘 압니다. 업소에는 포주나 다를 바 없는 여성들이 몇몇 있게 마련이에요. 포주들과 유착돼 있으며 소위 돈맛을 아는 여성들이죠. 힘없는 여성들을 못 살게 굴고 감시해 업주에게 고자질하는 이들입니다. 지금 그런 일부 여성들이 포주들의 지시에 따라 앞장 서서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고 있는것입니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억지로 끌려나오 는 것일 뿐이에요.”그는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된 줄도 모르고 업주의 말에 속아 더 심한 착취를 당했다.
“어느날 업주가 ‘걸리면 윤락녀라고 빨간 줄이 생기고 평생 시집도 못간다’면서 장부나 일기장이 있으면 다 없애라고 하더군 요. 윤락 퇴폐에 대한 모든 책임은 자신이 진다는 각서도 쓰게 해놓고 선불금에 대한 이자는 모두 물어내라고 했습니다. 업주는 정말 치밀하고 약삭빠른 사람이었죠.”그는 지난해 가을 인터넷을 통해 성매매방지법과 1366이라는 상담전화번호를 알게 된 후 곧바로 신고를 했다. 신문도 볼 기회가 없었고 무지한 상태로 업주의 말만 듣고 노예처럼 살았던 날이 후회스러웠다. 업소를 이용했던 남성들의 명단을 뽑아다 경찰에 증거물로 주려다 다시 업주에게 끌려가 폭행을 당하기도 했으나지 난해 11월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
‘성매매피해여성 지원쉼터’에 입소해 안정을 되찾고 학원도 다니며 자활을 준비해온 그는 취업에도 성공하고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다. 그는 “공부도 다시 시작할 것”이라며 “아직도 어두운 지옥에서 사람 취급도 받지 못하며 울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싸우고 싶다”고 말했다.
여성부는 김씨를 포함해 성매매에서 벗어난 38명의 여성이 자활 과정을 직접 기록한 수기집 ‘꿈을 그리며 희망을 노래하며’를 발간했다. 이 책은 정부부처, 국회, 지방자치단체, 여성단체, 성매매 피해여성 지원시설과 상담소 등에 배포되며 인터넷 홈페이지(www.mogef.go.kr)에도 공개될 예정이다.
정희정기자 nivo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