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구매자 교육 ‘존스쿨’ 첫실시 현장
[경향신문 2005-08-28 18:15]
성구매 초범 남성에게 형사처벌 대신 성매매 방지교육을 실시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존 스쿨(John School)’ 프로그램이 27일 서울 휘경동 서울보호관찰소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존 스쿨’은 미국에서 성(性)을 구매한 혐의로 체포된 남성의 대부분이 자신을 ‘존(John)’이라고 밝힌 데서 유래됐다.
- ‘직장내 술문화’ 토론 진지 -
이날 교육에는 지난 7월 서울의 한 휴게텔에서 성매매 여성과 관계를 가진 ㄱ씨 등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윤락업소를 찾았다가 적발된 남성 8명이 참석했다.
성매매 피해여성 쉼터인 ‘휴먼케어 센터’와 한국에이즈퇴치연맹 등의 소속 강사들이 진행을 맡은 이날 교육은 남성들에게 성매매의 범죄성과 반인권성을 강조하고 재발방지를 다짐하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참석한 남성들은 ▲성구매가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 ▲성매매 특별법의 입법취지 ▲성매매 여성들의 피해실태 등에 대해 강의를 들었다. 특히 이들은 소시오드라마학회가 준비한 ‘역할극’에 참여해 직접 성매매 여성이나 업주, 본인의 가족 등의 역할을 맡아 성구매 행위가 타인에게 초래하게 될 고통을 느껴보기도 했다.
성매매 여성의 역할을 맡은 직장인 ㄴ씨는 “단지 돈을 냈다는 이유만으로 하인 부리듯 대하는 일부 성구매 남성들의 행위는 ‘폭력’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성매매 여성들이 업주들로부터도 반인권적인 대우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 ‘性거래 않겠다’ 서약서도 -
8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교육에 참석한 8명의 남성들은 초반에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태도로 일관했으나 갈수록 적극성을 띠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직장 내 술자리 등 성구매로 이어질만한 조건에서 어떻게 자기통제를 할 것인가’에 관한 토론에서는 앞다퉈 대안을 제시하고 상대 의견을 경청하는 등 진지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토론 후 이들은 더 이상 돈을 주고 성관계를 갖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한 뒤 교육을 마쳤다. 참석자 ㄷ씨는 “1회성에 그치는 벌금형 등 형사처벌보다 오늘과 같은 성매매 방지 교육이 의식 전환에 더 효과적인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강의를 맡은 ‘휴먼케어 센터’ 김양임 소장은 “성구매는 돈으로 인권을 뺏는 범죄”라며 “일부 남성들의 오래된, 가부장적인 편견을 고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소장은 “이 프로그램이 널리 알려져 제자리를 찾게 되면 성관련 범죄가 크게 줄어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미국에서 존 스쿨 교육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재미교포 강사 김현미씨는 “교육이 다소 딱딱하게 진행된 점이 아쉬웠다”며 “성매매 피해여성이 직접 성구매 남성에게 강의를 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선근형기자 ssu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