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포]우후죽순 늘어나는 여성 전용 증기탕의 현주소

[레이디경향 2006-11-15 10:57]

미지의 세계처럼 소문만 무성하던 여성 전용 증기탕의 실체가 드러났다. 서울을 비롯해 부산, 대구 등 주요 도시 곳곳에서 성업 중이라고 한다. 과연 그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길래, 여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일까?

서울지방경찰청 여경기동수사대는 지난 4월 서울 강남의 한 건물 지하에 비밀리에 영업 중이던 ‘여성 전용 증기탕’을 적발해 남성 접대부 6명과 업주를 입건했다. 여성을 상대로 한 윤락업소가 적발된 최초의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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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소는 남성 직원들을 고용해 여성 손님들과의 성매매를 알선해왔는데 ‘증기탕’이라는 표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목욕과 안마 등 다양한 서비스는 물론 성매매까지 제공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한가지 더 심각한 문제는 여성 청소년 2명을 상담사로 고용해 여성 손님이 원하는 도우미 남성을 고르는 과정을 돕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안동범 판사는 지난 6월 8일 여성 전용 증기탕을 차려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위반)로 구속 기소된 업주 김 모씨(41)에 대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관리부장 정 모씨(36)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법원은 또 이들에 대해 보호 관찰 2년씩을 명령했다. 최초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윤락업소인 여성 전용 증기탕이 적발된 것에 이어 재판부가 실형을 구형했다는 부분은 성매매의 남녀평등(?) 원칙이 적용된 사례라 할 수 있기에 눈길을 끈다. 여성 전용 증기탕이 당시 적발된 업소 하나였거나, 이제 생기기 시작하는 것이라면 법적 제재를 간구할 수 있을 텐데, 이미 상당수의 여성 전용 증기탕이 서울을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에서 성업 중이라고 한다.

여성 전용 증기탕은 왜 생겨났는가? 우선 여성 전용 증기탕이 무언인지 그 개념부터 살펴보도록 한다. ‘여성’은 손님 층이 주로 여성임을 의미하는데 여기 ‘전용’이란 표현까지 가세해 남성 손님은 배제된 업소임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증기탕’이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여기서 증기탕이란 애당초 ‘터키탕’이라 불리던 윤락업소의 또 다른 이름이다. ‘증기탕’은 여성 도우미(일반적으로 ‘탕순이’란 비어로 불린다)가 남성 손님을 직접 목욕시켜준 뒤 성관계를 갖는 성매매 윤락업소를 뜻한다. 그런데 남성들은 증기탕 대신 불법 퇴폐 안마 시술소를 찾기 때문에 ‘증기탕’이라는 간판을 걸고 영업하는 업소는 눈에 띄게 줄어든 상황이다. 우리가 궁금해하는 여성 전용 증기탕은 남성 손님을 대상으로 하는 윤락업소에서 손님과 도우미의 성별만 달라진 업소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여성이 손님이 되고 도우미는 남성이 맡는데 그들은 보통 ‘탕돌이’라 불린다. 여성 전용 증기탕은 룸살롱을 비롯한 유흥업소에서 근무하며 술 시중을 드는 데 지친 여성 호스트(일명 나가요 걸)들을 위한 호스트바가 생겨난 것과 비슷하다. 온몸으로 남성 손님을 마사지해주고 목욕을 시켜주고 성관계까지 맺는 탕순이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곳으로 처음에는 남성 전용 증기탕이나 불법 퇴폐 안마 시술소 내지 남성 휴게텔 등의 여성 근무자를 대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따라서 드러내놓고 영업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불법이지만 여성 손님을 대상으로 한 성매매에 대해서는 단속할 수 있는 법적인 수단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었다.

여성 전용 증기탕을 찾은 그녀가 말하다! 직접 여성 전용 증기탕을 찾아 서비스를 받은 경험이 있는 여성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만난 30대 초반의 여성 강 모씨는 현재 강남 소재의 한 룸살롱에서 마담(나가요 걸을 관리하는 직책의 여성)으로 활동 중이다. “쉽게 생각하면 편히 쉬었다 갈 수 있는 곳이고, 솔직히 말하자면 감춰둔 욕망을 마음껏 풀 수 있는 곳이지요. 애들(관리하는 나가요 걸)도 그런 데 다니곤 하는데 중독되지만 않으면 어느 정도 삶에 활력소가 되는 것 같아요.” 어떤 구조인지 궁금해하자, 강 씨는 고급 러브호텔과 흡사하다고 얘기한다. 다만 증기탕의 특성상 룸과 욕실이 일체형으로 되어 있는데, 월풀 욕조와 최신식 샤워 시설은 기본이고 바로 옆에 간이용 마사지 침대가 놓여 있다. 그리고 성관계를 위한 침대와 옷장 등이 비치돼 있다고 한다. 은근한 조명은 물론이고 바닥도 최고급 건축 자재로 꾸며져 있다. “깔끔하고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인테리어를 갖춰 여성 손님들에게 청결하다는 느낌을 전하려는 것 같아 보인다.”는 게 강 씨의 설명. 서비스의 시작은 탕돌이를 고르는 과정부터 시작된다. 100%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시간에 맞춰 업소를 찾으면 우선 고풍스럽게 꾸며진 대기실에서 차를 마시며 순서를 기다린다. 지정 손님(특정 탕돌이를 지정해 예약한 손님)의 경우 방문 즉시 곧장 서비스 룸으로 올라가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마음에 드는 탕돌이를 골라야 한다. 종업원은 손님에게 탕돌이의 자세한 설명(사진, 애칭, 성격, 주특기 서비스 등)이 적힌 프로필을 건네고, 손님은 이를 바탕으로 마음에 드는 탕돌이를 선택한다. 이렇게 선택 과정이 마무리되면 종업원이 손님을 서비스 룸으로 안내한다. “룸에서 조금 기다리면 탕돌이가 들어와요. 정식으로 인사를 한 뒤 욕조에 물을 받기 시작해요. 그 다음 두 사람 모두 옷을 완전히 벗는데 옷 벗는 과정도 탕돌이가 친절하게 도와줍니다. 옷을 다 멋을 때 쯤 욕조에 물이 다 차 그 안에 들어가면 탕돌이가 정성껏 몸을 구석구석 씻겨준답니다.” 서비스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용품을 사용한다. 욕조에 고급 아로마 향을 풀어주는 것은 기본이고 장미꽃잎을 띄워주는 곳도 있다고 한다. 목욕이 끝나면 간이침대에서 안마가 시작된다. 전문적인 안마가 아닌 가벼운 수준의 안마지만 남성의 강한 손맛이 뭉친 근육을 풀어줘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그 다음 핵심 서비스는 온몸 마사지. 남성 손님을 대상으로 한 증기탕에선 일명 ‘몸타기’라 불리는 온몸 마사지가 여성 전용 증기탕에서도 그대로 서비스되고 있는 것. “샤워까지 모두 끝낸 뒤 간이침대에 누우면 탕돌이가 온몸을 마사지해줘요. 제 몸에 오일을 바른 뒤 탕돌이가 몸을 타듯이 온몸으로 마사지해줘요. 특히 탕돌이가 물건에 오일을 잔뜩 발라 온 몸 구석구석을 마사지해주면 묘한 쾌감이 느껴져요.” 그리고 성관계가 이어지는 것이다. 아쉽게도 강 씨는 가장 민감한 내용의 서비스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와 설명은 들려주지 않았다.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가격이었다. 먼저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 증기탕(혹은 불법 퇴폐 안마 시술소) 의 경우 20여 만원 정도다. 이에 비해 여성 전용 증기탕은 두 배 가까운 금액을 기본 이용료로 지불한다. 평균적인 이용료가 40만~50만원이나 된다는 것.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다. “여자들이 그런 데 간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용기를 내야 가능해요. 어렵게 찾은 만큼 조금 비싸더라도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보는 게 당연한 심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기본 서비스에 한 두 가지 서비스를 추가하면 금세 1백만원 정도 되죠. 팁까지 줘야 하니까 한 번 큰맘 먹고 가면 1백만원 훌쩍 넘게 쓰고 오게 마련이에요.” 이렇게 비싼 이용료를 지불하면서까지 여성들이 여성 전용 증기탕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히 평소 쌓인 스트레스 해소와 성욕 해소를 위해서다. 여전히 성관계에서 여성은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성욕이란 남녀 모두 동일하게 느끼는 것이고 연령이 높아질수록 남성의 성욕이 서서히 감퇴하는 데 반해 여성 성욕과 성에 대한 관심이 서서히 높아진다. 이렇기 때문에 부부 생활에 불만이 많은 여성이 혹은 이혼 등의 이유로 혼자가 된 여성들이 성욕 해소를 위해 여성 전용 증기탕을 찾고 있는 것이다. 강 씨는 여성 전용 증기탕에 대해 현재 남성 손님을 대상으로 한 유흥업소 종사자다운 설명을 했다. “지금까지 성을 파는 대상은 늘 여성이었고 사는 입장에 서있는 이는 남성이었어요. 여성 전용 증기탕 같은 업소가 많아지면서 그런 개념이 달라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이제 남성도 돈만 주면 살 수 있는 대상이 됐다는 게 가장 큰 의미인 것 같아요.”

3년 차 프로 탕돌이가 입을 열다!

애초 취재 협조에 부정적이던 강 씨가 인터뷰가 길어지자 현재 여성 전용 증기탕에서 근무 중인 탕돌이 남성 한 명을 소개해줬다. 강 씨가 자주 드나드는 여성 전용 증기탕에서 만난 탕돌이로 강 씨의 부탁으로 필자와 만남이 성사됐다. “별 것 없습니다. 뭐 (불법 퇴폐)안마 시술소랑 똑같죠, 조금 다르다면 더 고급스럽다는 것인데 강남에서 잘나간다는 안마 시술소도 그 정도는 갖춰놨던데요.” 올해 스물네 살로 탕돌이 근무 경력 3년 차인 정 모씨는 귀여운 미소년 이미지의 남성이었다. 여성 손님들이 좋아할 만한 외모의 소유자란 말이다. 그는 남성 손님을 대상으로 한 불법 퇴폐 안마 시술소와 여성 전용 증기탕을 비교해가며 그곳의 실체를 들려줬다. “각종 목욕 보조제가 사용됩니다. 아로마 허브 오일, 바이칼 소금, 천연 비누, 필라 향초 등 최고급 웰빙 제품을 이용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그런데 이 정도는 안마 시술소에서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월풀 욕조 안에서 레드 와인이나 칵테일을 마실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안마 시술소랑 비슷하고요.” 이렇게 목욕 관련 서비스는 남녀 구별이 거의 없다. 다만 목욕이 끝난 뒤 전신 마사지(일명 몸타기)부터 성관계에 이르는 과정은 다르다. 남성 손님을 대상으로 하는 안마 시술소는 정형화된 서비스가 제공된다. 여성 탕순이가 자신의 가슴과 음부에 잔뜩 오일을 바르고 남성 손님의 몸 이곳저곳을 마사지해주는 소위 ‘몸타기’를 한 뒤 전신 애무, 그리고 성관계로 사정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몸타기까지는 비슷해요. 탕돌이 역시 탕순이처럼 음부로 여성의 몸을 마사지해주는 거죠. 남자는 가슴이 없으니 음부를 이용한 몸타기만 제공돼요. 그 다음에 본격적인 애무를 시작해요. 기본적인 애무가 제공될 때 뭔가 더 원하는 부분을 요구하는 손님들이 계세요. 오럴섹스부터 각종 성인용품을 이용한 애무 등을 즐기는 분이 많은데 이는 별도 요금을 지불하는 옵션이라고 보면 됩니다.” 탕돌이를 가장 힘겹게 하는 부분은 역시 성관계다. 남성 손님의 경우 어떻게든 흥분시켜 사정하도록 만들면 서비스가 마무리된다. 반면 여성의 경우 눈에 보이는 종료 시점이 없다. 따라서 여성이 만족할 때까지 성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이를 위해 탕돌이는 ‘칙칙이’ 등을 활용해 최대한 발기 상태가 유지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성관계가 마무리되는 시점은 여성이 “됐다”고 말할 때이다. “쉽게 말해 오르가슴을 느끼면 서비스가 끝나는 것인데 그게 정확히 눈에 드러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힘들 때가 많아요. 게다가 요즘엔 40대 이상의 손님이 많아져 아무리 일이라도 탕돌이 본인도 흥분해야 원활한 성관계가 가능한데 그러기가 쉽지 않죠. 그런데 꼭 그런 손님들이 이것저것 원하는 게 많고 끝까지 ‘됐다’는 말을 안 해요. 저희가 무슨 로봇도 아니고, 참~.” 보통 탕돌이는 하루 두 명의 손님만 받는다. 그 이상 일하고 싶어도 체력이 따르지 않아 세 명 이상은 받지 못한다. 그래도 월수입 7백만~8백만원 정도가 보장된다. 팁을 제외한 수입이라 재주껏 팁까지 챙기면 월수입 1천만원을 넘기는 것도 어렵지 않다는 얘기다. 주요 손님 층의 변화는 여성 전용 증기탕의 위상과 함께 변해왔다고 한다. 애초 탕순이와 같은 윤락여성들을 대상으로 여성 전용 증기탕이 운영될 당시만 해도 손님 100%가 윤락여성이었다. 워낙 비밀리에 운영된 탓에 일반 여성들은 그런 게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업소에서 홍보를 나간 윤락업소에서 근무 중인 여성들로 손님 층을 국한해놓고 영업했던 것. 그만큼 인테리어가 별로 뛰어나지 않았고 탕돌이의 수준도 지금보다 낮았다. 당연히 가격도 지금보다 훨씬 저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흐름이 1년 전쯤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고급 인테리어를 갖춘 몇몇 신생 여성 전용 증기탕이 손님 층을 30~40대 여성들로 확대하기 시작한 것. 자연스럽게 가격대가 올라갔고 이에 수준 높은 탕돌이가 몰려들었다. 여전히 유흥업소나 윤락업소 여성들이 주된 손님 층이지만 이제는 30~40대 주부나 직장 여성의 비율이 절반을 육박할 정도라고 한다. 이렇게 공격적으로 손님 층을 확대하던 시점인 지난 4월 처음으로 여성 전용 증기탕이 경찰에 적발된 것이다. 하지만 이미 단속으로 막기엔 너무 많은 업소가 생겨났고 경험한 여성 손님이 너무 많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강력한 단속으로 현재의 여성 전용 증기탕이 모두 없어질지라도 이를 경험한, 그 맛을 잊지 못하는 여성들의 수요가 있는 한 또 다른 형태로 그 맥이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손쉽게 남성을 사는 세상, 성매매도 남녀평등(?)을 이루는 혼란한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 게재된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상관없습니다.

■ 글 / 조재진(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