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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방지법 시행 2년을 맞이하며
조진경_다시함께센터1) 소장
I. 들어가는 말2)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된다. 요즘은 시행 초기의 혼란스러운 분위기에서 많이 차분해졌다. 아니 차분해졌다기보다는 분위기가 가라앉았다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표현인 것 같다. 경찰의 단속은 법시행 이전으로 돌아간 듯 하고 성매매 방지 정책 또한 다른 사안들에 묻혀 관심 밖이 돼 버린 듯하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언론은 성매매방지법에 대한 부정적인 소리만 부각시켜 마치 모든 국민들이 성매매방지법이 실패한 법이라 생각하는 양, 성매매방지법에 모두 반대하는 양, 여론을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현장에서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물론 예기치 못한 일들이 발생하였고, 수없이 많은 반대 여론에 봉착하여야 했으며, 현장관계자들이 꿈꿨던 급격한 변화에 대한 기대에도 많이 못 미쳤다. 하지만 그동안 현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긍정적인 성과가 있었다.
II. 지난 2년 동안의 현장의 변화와 성과
1. 성매매문제에서 인권의 문제로 : 전국민의 관심 확산
한 번도 인권의 관점에서 다뤄지지 못했던 성매매 문제가 인권의 문제로 전국민들의 관심이 되었으며, 각 개인들이 동의하든 안 하든 간에 최소한 성매매가 한국에서는 불법이라는 것을 모르는 국민들은 이제 없는 듯하다. 이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요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아는 만큼 관심이 생기고, 전제가 동일한 만큼 논의가 진행되고 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성매매를 금지해왔던 윤락행위등방지법이 40년 넘게 시행되었지만 국민의 대다수는 성매매를 합법이라 여길 만큼 사문화되어 있었으며, 그만큼 성매매 문제에 관심이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성매매 현장에서 업주나 소개업자 등의 알선자들에 의한 인권유린행위는 상상을 초월하게 행해졌다. 그러나 지금은 최소한 국내에서만이라도 업주 등에 의한 인권유린행위가 전처럼 그렇게 일반적으로, 안하무인식으로 자행될 수는 없다. 국민들이 그만큼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감시와 알선자들에 대한 위협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성매매방지법 시행 후 얼마나 많은 부작용이 나타났는데 당연한 일을 가지고 확대 의미부여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당연한 일이 40여년을 넘게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되어야 하지 않았는가. 인권유린의 범죄집단이 감시를 받고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이제야 조금씩 정착 되는 것은 법제정과 일련의 과정을 통해 국민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고 새로운 법이 성매매를 불법으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음을 전국민이 알기 때문이라 본다.
2. 성구매자층의 각성과 변화
이점은 또한 성구매자층의 각성과 변화를 가져오기도 하였다. 일상적이고 광범위하게 이루어져왔던 성접대문화나 성매매를 통한 남성놀이문화는 ‘성매매는 불법’이라는 의식이 확산되면서 급격하게 변화하였다. 이점은 광범위한 반대여론과 성매매방지법에 대해 심각하게 적대감을 갖게 하기도 했지만, 반면에 상당히 많은 수의 성구매자들에게 일상적 삶의 문화 전반을 바꾸게도 하였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존스쿨3)’이 제대로 된 교육내용과 형식, 강사 인력풀을 갖추고 안착이 된다면 훨씬 많은 수의 성구매자들이 적극적으로 삶을 바꾸고 성매매방지법의 입법취지에 동의하리라 본다. 나아가 초․중․고․대학, 군대, 공무원, 기업을 포함하여 전국민에 대한 성매매방지․예방교육의 실시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성구매욕구를 현저하게 감소시킬 것이며 자연스럽게 성매매 산업의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 여겨진다.
사실 성매매 산업의 확장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온갖 인권유린의 원인은 거대한 규모의 성구매자들에 의해 주도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구매자층의 구매행위가 줄어든다면 성매매 시장은 유지될 수가 없을 것이며, 성매매 여성들이 그렇게나 많이 필요치도 않게 될 것이다. 이것이 성매매피해자 지원운동이 성구매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주장하는 이유이다. 거대한 성매매산업을 그대로 둔 채, 성매매피해자를 지원 한다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붓는 격임과 동시에 반인권적이며 소모적일 뿐이다.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하지 이미 피해를 당한 후 나머지 긴 인생을 충격과 혼란, 절망 속에서 살지 않도록 온갖 지원을 한들 성매매로 인해 피해를 당하지 않은 것 보다 당사자에게 유익하겠는가.
성매매 문제는 빈곤의 문제, 곧 경제적 문제가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지만 문화와 의식의 문제이기도 하다. 성매매를 즐기고 누리는 것이 당연한 권리로 여겨지는 문화와 의식의 변화 없이 성매매 산업의 축소와 피해자층의 감소는 현실성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변화시키는 방법으로 ‘성매매 불법화’는 현실적으로 효과적인 방안이라 본다. 이는 다시 성매매 산업의 이익확대의 측면에서 보면 성구매자층의 확대나 안전한 성구매가 관건인 만큼 성매매를 불법화하는 현행 성매매방지법의 사문서화나 폐지, 성매매 합법화에 대한 성매매 영업 관련자들의 요구는 사활을 건 사안인 만큼 시간이 가면 갈수록 거세고 강력해 질 것이다.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 정부와 단속주체들의 강력하고 지속적인 의지, 일반시민들의 광범위한 참여를 통한 저변의 확대 등을 통해 성매매 영업 관련자들이나 일상적인 성적착취를 지속하려하는 성구매자층의 공세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III. 성매매피해여성에 대한 실질적 지원의 확대와 국가지원시스템 구축에 대한 상이한 평가의 입장
성매매방지법 시행 2년 동안 현장에서 일어난 가장 중요한 변화이며 성과는 성매매 피해여성에 대한 실질적 지원의 확대와 구조에서 취업․창업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에 대한 국가 지원시스템의 구축이다. 그러나 이 점에 대해서 역시 다른 변화들과 마찬가지로 관점에 따라 그 반대로 평가되기도 한다.
성매매 여성은 쉽게 돈을 벌기 위해 윤리적 타락을 선택한 자들로 피해자로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더욱이 국가가 국민의 세금으로 그런 여성들을 지원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하는 이론은 차치하고라도, 성매매 여성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지원의 내용과 성격, 현행법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
1. 성매매여성을 ‘피해자’로 보는 입장
먼저 성매매여성을 피해자로 보는 그룹이다. 이들은 성매매 여성들의 성매매 산업 유입을 한국사회, 또는 세계 역학 관계 안에 있는 한국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유입되고 있다고 보며(물론 국경을 넘어 외국의 성매매 산업으로 유입되는 문제에 대해서나 외국인 여성의 국내 성매매 산업 유입에 대한 입장도 이와 같다), 성매매 자체를 여성에 대한 폭력이며 착취로 규정하여 성매매 자체를 문제시한다. 또한 성매매 산업 전반이 강력한 착취구조의 시스템을 띄고 있으므로 일종의 인신매매로 보며 따라서 성매매 유입 여성을 자발이든 강제든 ‘피해자’로 본다. 이러한 사람들이 현행 성매매방지법의 제정과 강력한 법시행 촉구를 주장하는 그룹이다.
2. 성매매여성을 ‘성노동자’로 보는 입장
또 다른 그룹은 법시행과 더불어 대두된 입장으로 성매매를 자본주의와 가부장제 사회에서 존재하는 하나의 ‘일’로 규정하고, 성매매 여성들은 그 일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성매매를 불법화하는 것은 사실상 성매매를 현직으로 삼고 있는 빈곤여성들의 생존권과 주체성을 박탈하는 행위로 규정한다.
이들의 관점에서 성매매는 인권침해나 폭력이라기보다는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일’이며, 그러므로 관건은 ‘일’의 임금분배나 계약 조건, 업무 환경 등 이들을 둘러싼 상황이 문제이기 때문에 ‘성 노동’의 인정과 ‘노동자성’의 인정을 주장, 업주와의 단체간 교섭에 따라 계약을 맺고 이를 통해 ‘성노동’을 둘러싼 노동착취를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있어서 성매매 여성은 노동자로서 노동의 주체이며, 업주 등을 포함한 성매매 영업 관련자들은 성노동의 또 다른 주체가 되며, 성구매자들은 이들 모두에게 중요한 거래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이들은 성매매의 합법화와 성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집단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노조설립을 주장한다.(이들 안에서도 다양한 전략과 전술이 존재하지만 대체적으로 성매매나 성매매 여성을 바라보는 관점은 동일하다고 보여 진다.)
성매매 공간에서 성매매 여성들은 업주를 포함한 성매매 영업 관련자들이나 성구매자들과 이미 교류, 협력, 협상, 타협 등의 방식을 통해 성매매 공간을 영위하고 있었으므로 이들은 성매매 여성뿐만 아니라 업주나 성매매 영업관련자, 성구매자에 대한 불처벌을 주장한다. 업주를 포함한 성매매 영업관련자와 성구매자들은 이들의 협력자들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현재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반성매매 운동은 여성들의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선택을 인정하지 않고 오직 ‘피해자’로만 한정하고 대상화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으며, 가부장적, 남성중심적 성도덕을 국가 경찰의 힘을 통해 강제적으로 관철시키려하는 중산층이상의 지식인 여성운동일 뿐이다. 이들의 관점은 공창을 주장하는 집단이나 업주, 성매매 영업 관련자, 성구매 행위를 일상적으로 유지하려하는 성구매자층, 일부 여성단체, 연구자, 시민운동 단체들을 포함하여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으며, 현재 전국성노동자연대 한터여성종사자연맹(한여연/ 일명 전성노련)과 성매매 영업관련자들과 단체 협약을 체결한 민주성노동자연대(민성노련)가 있다.
3. 소견
이러한 상이한 입장의 두 그룹은 서로 다른 목표와 전략을 가지고 성매매 문제를 바라보고 있으며 성매매 여성을 지원하고 있다. 당분간 이 두 그룹은 양립, 병존할 수밖에 없을 듯 하며 향후 서로 연대, 공존, 상호 발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필자의 입장은 전자의 입장으로 성매매를 권력의 문제로, 약자에 대한 폭력과 착취로 규정하여 성매매 자체를 문제시한다. 필자가 속해있는 ‘다시함께센터’의 경우 2003년 9월부터 2006년 6월 30일까지 총 15,450건의 상담을 하였으며 자세한 상담지원내용은 아래 (표1), (표2)와 같다.
(표1)상담유형(2003. 9. 1. - 2006. 6. 30.) (단위: 건)
구분 전화 내방 방문 사이버/서신 기타 총계
총계 3,863 3,442 7,725 130 290 15,450
(표2) 상담지원내용(중복집계 가능. 2003. 9. 1. - 2006. 6. 30.) (단위: 건)
구분 2차상담권고 긴급구조 긴급보호 쉼터연계
총 계 2,032 103 208 323
구분 법률지원 조사동행 재판동행 심리치료 의료지원 정보제공 기타 총계
총계 3,747 796 271 414 562 6,643 466 15,565
2006년 6월말 현재 전국의 성매매 피해 상담소는 총 28개소, 성매매업소 집결지 자활지원사업소 12개소, 성매매피해자 지원시설 40개소(일반지원시설 25개소, 청소년지원시설 15개소), 그룹홈 5개소, 탈성매매 여성 자활지원센터 3개소, 외국인쉼터 3개소, 여성인권 중앙지원센터 1개소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성매매 피해여성 지원사업은 장을 바꿔 기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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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매매 피해여성 자활지원을 위한 ‘다시함께센터’는 ‘서울시’의 위탁을 받아 ‘(사)성매매근절을 위한 한소리회’가 운영하는 성매매 피해여성 자활지원을 위한 센터입니다. 다시함께센터는 성매매 산업에 유입된 여성들의 탈성매매를 위하여 상담을 비롯해 법률지원, 의료지원, 쉼터연계와 긴급구조, 교육 등의 자활에 필요한 다양한 지원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 본 논고는 한국여성개발원 [젠더리뷰] 2006년 가을호에 실린 것입니다.
3) 성매매의 범죄성과 반인권성에 대한 교육 중심의 처우를 통해 성매매 행위에 대한 인식변화를 기대하여 초범인 경우 성구매자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경우 기소유예 처분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