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특별법 시행이후…성매매 집결지는 썰렁, 신종 성매매업소는 불야성
[쿠키뉴스 2006-12-06 08:00]
[쿠키 사회] 성매매 특별법 시행 이후 경찰의 강도높은 단속으로 인해 성매매 집결지와 퇴폐업소가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법 시행 이후 처벌을 의식한 성 매수자들이 급감하면서 전국의 집결지가 속속 문을 닫은 데다 성매매를 매개로 한 접대문화가 자취를 감추는 등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또 성매매 피해여성에 대한 인권보호 및 자활기반을 마련했다는 점도 성과로 꼽힌다.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성매매 특별법 시행 후 2년이 지나면서 전국 성매매 집결지와 종사자 수는 줄었다.
성매매 특별법 시행 직전인 2004년 9월 전국 성매매 집결지 업소는 1,679곳,종사자 수는 5,567명에 달했지만 지난 5월에는 업소 1,097곳, 종사자 2,663명으로 줄었다.
업소는 34.6%,종사자는 52.0%가 감소한 수치다. 성매매 집결지만 따로 떼놓고 보면 성매매 특별법이 상당한 위력을 발휘한 셈이다.
그러나 안마소, 대딸방 등 신종 성매매 업소와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가 대신 그 자리를 차지했다. 성매매 사범수를 보면 성매매 특별법 시행 전인 2003년 9월23일∼2004년 9월22일 1만3,998명이었던 것이 2004년 9월23일∼2005년 9월22일 1만6,260명으로 증가했고 2005년 9월23일∼2006년 8월31일엔 2만3,922명으로 늘었다.
대전과 서울, 광주지역의 성매매 집결지는 을씨년스러운 풍경으로 점차 사라져가고 있으나 신·변종 성매매 업소 불야성을 이루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전
초 겨울 날씨로 제법 차가워진 지난 달 30일 대전의 대표적인 유흥가인 중구 유천동 속칭 ‘텍사스촌’은 환하게 불을 밝힌 업소 40여개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짙은 화장으로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여성들이 조그맣게 낸 유리문 사이로 얼굴을 내밀며 행인들에게 손짓을 하고 있다.
현재 대전 유천동 ‘텍사스촌’은 68개 업소가 있고 그중 40여개가 여전히 성업 중이다.
성매매 특별법 이후 잠시 주춤하는 듯했던 유흥업소 영업은 단속 1년 만에 150여개에서 70여로 줄었고 이제 40여 곳으로 업소 수는 크게 줄어들었지만 유천동 골목길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다.
업소로 들어찬 골목길마다 반라 차림의 여성들이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손님들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골목길을 벋어난 시장길과 주변 주택가는 적막이 흐를 정도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며 판이한 모습을 보인다.
편의점 주인 이모씨는 “예전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일부 업소는 영업이 잘되고 있다”며 “경찰의 단속이 한창일 때 잠시 조용했을 뿐 최근 들어서는 예전의 전성기는 아니어도 단속 초기보다는 활기를 되찾은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재 대전지역은 유천동을 비롯해 신 유흥가로 급부상하고 있는 동구 용전동, 중앙동, 서구 월평동과 둔산동 일대 유흥가에서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로 알려지고 있다.
대전의 대표적인 성매매 집결지인 유천동 일대.
이곳의 성매매 업소들은 대개 유흥주점으로 등록, 유리방 형태를 취하고 있다.
대전여민회 성매매여성인권지원상담소에 따르면 성매매 특별법 시행이전 69개소 440명이 종사했던 유천동 집결지는 현재 40여개 업소에 400여명이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곳 대부분의 업소는 보통 2층으로 돼 있으며 1층과 2층에는 5∼6개의 방으로 돼 있으며, 마담, 삼촌이라 불리는 이들에 의해 여성들이 철저히 외부와 통제된 채 24시간 감시가 이뤄지고 있다.
동구 중앙동은 대전역을 중심으로 좌, 우, 건너편으로 120여개의 여인숙과 호텔 등 숙박업소, 쪽방으로 형성돼 있다. 이들 숙박업소와 쪽방은 한 사람이 지나갈까한 매우 좁은 골목으로 밀집돼 있고 희미하고 불그스레한 조명들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 신규 성매매 집결지로 떠오른 중리동 일대.
이곳은 주로 까페형 일반음식점이라 불리우는 맥주ㆍ양주집에서 주로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욱이 중리동사무소 앞 2차선 도로에 위치한 집결지는 주변의 모텔들이 밀집하고 있어 새로운 집결지고 급부상하고 있다.
이들 업소들의 문과 창은 대개 밖에서 볼 수 없게끔 돼 있으며 구매자가 오면 현관문을 잠그고 영업을 하고 있다.
그 외 동구 용전동은 티켓다방을 중심으로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으며, 유성구 봉명동과 서구 월평동 지역 역시 성매매관련 업소들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
일명 ‘미아리 텍사스촌’으로 불리는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88번지 일대는 국내최대 성매매 집결지로 한 때 1,000명이 넘는 여성들이 일하던 곳이다. 지난 1일 저녁 9시에 찾은 ‘미아리 텍사스촌’은 개발과 단속의 찬바람으로 한때의 호황은 찾아볼 수 없었다.
흉물스럽게 남겨진 몇몇 건물의 유리문과 커튼만이 이곳이 성매매업소였음을 미뤄 짐작하게 할 뿐이었다.
하지만 일부 골목에서는 여전히 업소들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미아리는 경찰의 단속과 도시개발계획에 따라 사실상 막을 내리고 있지만 이곳에서 일하던 여성들이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서울종암경찰서가 성매매 특별법 시행 2년 이후 일하는 여성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결과 절반 이상이 ‘이곳을 나가면 이런 일을 그만두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이 성매매특별법 시행이후 국내 최대규모 집결지인 미아리 텍사스촌의 경우 재개발과 단속의 집중포화로 사실상 붕괴직전에 놓여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실제로 미아리는 크게 3개 구역으로 나뉘어 재개발이 진행중이며, 이 가운데 1구역은 이미 건물의 철거를 마친 상태다. 이와 함께 성매매 특별법 이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서울의 대표적 집결지이던 속칭 ‘청량리 588’도 사라지게 된다.
청량리 균형발전촉진지구에 포함돼 있는 청량리 집결지는 답십리길∼롯데백화점 구간의 총연장 226m 도로가 현재의 폭 8m에서 32m로 대폭 확장되면서 일부 업소가 도로로 수용된다.
일부 업소가 포함되기는 하지만 성매매 업소가 밀집한 곳이어서 다른 업소들도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내년 6월까지 보상절차를 마무리짓고 공사에 들어가면 내년 12월 끝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이 지역은 이미 2004년 9월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된서리를 맞아 업소수가 종전의 40% 밑으로 줄었다.
▲광주·전남
광주와 전남지역은 성매매 특별법 시행이후 광주시 동구 대인동 등 ‘집결지’의 불은 꺼졌지만, 신·변종 성매매는 불야성을 이루는 등 대조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04년 9월23일 특별법 시행 이후 광주·전남지역 성매매 집결지 업소는 40개소에서 17개소로 42.5%가 줄었으며, 성매매 종사자도 74명에서 43명으로 58.1%가 감소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스포츠마사지·휴게텔·출장마사지 등 신종 성매매 업소는 137명에서 198명으로 오히려 22.9%가 더 늘어났다. 이는 기존 성매매 집결지에 대한 감시는 강화됐지만, 안마 업소 등 신종 성매매 업소는 상대적으로 단속이 느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3일 광주시 서구 양동의 유흥 업소 밀집촌.
속칭 ‘닭전머리’라고 부르는 이 일대 주점들은 특별법 시행에 따른 단속의 여파 탓인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다만 업소별로 2∼3명씩의 여성 종업원들이 반라의 차림으로 유리문 주위에 모여 거리를 지나는 남성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 일대는 성매매 특별법 시행 전만하더라도 48여개 업소에 성매매 종사자들이 200명에 달할 만큼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35여개 업소, 70여명으로 급감했다. 보증금 9,000만원에 월 330만원 하던 가게가 최근 2,000만원에 120만까지 급락했지만 찾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이같은 사정은 광주의 유일한 성매매 집결지인 동구 대인동의 경우도 마찬가지.
이곳은 최근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한 명이라도 더 잡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영업을 강행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이 일대의 경우 특별법 시행 이후 손님 급감으로 인해 30여개의 업소 중 10여개 만이 영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나머지 20여곳의 업소는 경찰의 단속과 극심한 매출 부진을 견디지 못한채 문을 닫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대전여민회 성매매여성인권지원상담소 ‘느티나무’ 채계순 소장
“성매매특별법의 시행을 통해 성매매가 여성에 대한 폭력이며, 인권침해라는 인식전환을 이러냈고 성매매 여성들에게는 피해자로서 구조에서 자활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한 종합지원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은 중요한 성과라 할 수 있습니다”
대전여민회 성매매여성 인권지원상담소 ‘느티나무’ 채계순 소장은 성매매특별법이 수많은 성매매여성들이 성매매롭터 벗어날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성매매가 아닌 다른 삶을 살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탈성매매의 길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매매가 확장되고 있어 시민들의 의식전환이 가장 급선무라고 말한다. 성매매특별법이 시행이후 채 소장은 선불금에 얽힌 업소 여성들과 함께 긴 법적싸움을 벌이며 바쁜 시간을 보냈다.
상담의 경우 단순 제보가 많은데다 직접 오는 여성들은 대부분 선불금과 관련된 문제들로 이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증거가 입증되면 형사 소송과 민사소송까지 가야 ‘채무 부존재 확인’이 되는데 여기까지 길면 1년이 걸린다.
그러나 업소를 나온 여성들은 대부분 저임금, 저학력 등의 문제로 현실에 부딪히게 되고 극소수는 다시 업소로 유입되기도 한다.
“새로운 직업을 가지기에 여성들의 현실여건도 만만치않습니다. 심리적 신체적 치료의 병행이나 취업문제, 그리고 학력문제가 가장 어렵습니다”
채 소장은 자활을 해서 취헙을 해도 학력 문제나 저임금으로 일을 그만 두는 경우가 많다며 취업준비와 정신치료를 병행하면서 1년안에 성과를 내기에는 사실 무리가 있다고 말한다.
채 소장은 “성매매 여성들은 대부분 저학력인데다 오랜 성매매 생활로 인한 건강이 취약한 상태이며 사회적 자원이 없어 생계대책과 주거지원이 없는 한 탈성매매는 현실적으로 어렵이 많다”며 “고 연령대의 성매매 여성에 대한 보호정책과 지방자치단체의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 소장은 “성매매 특별법은 이제 부터가 시작이다”며 “앞으로 성매매방지를 위한 대대적인 캠페인과 성매매피해여성을 위한 보호 및 지원 등의 사업을 통해 성산업 규모의 축소는 물론 성매매에 대한 남성들의 왜곡된 의식과 접대문화를 바꿔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새전북신문 김재수기자 kjs@sj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