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빚 독촉 못한다

한밤중에 빚 독촉 못한다

[한겨레 2006-12-28 21:12]

116729821770_20061229.JPG

[한겨레]
앞으로 채권추심업체 직원들이 채무자를 상대로 “빚을 빨리 안 갚으면 평생 후회하게 해주겠다”거나 “아이들 등·하굣길 조심하라”는 말을 입 밖에 냈다가는 곧바로 신고당할 수 있다. 또 밤늦게 채무자 집을 방문하거나 심야에 전화로 빚 독촉을 해서도 안 된다. 주 2회를 넘는 과도한 방문이나 미행, 채무자의 경조사 행사장 방문 등도 금지된다.

금융감독원은 채권자나 추심업자의 빚 독촉 과정에서 폭력과 과도한 방문 등 불법행위가 빈번하다는 민원이 쇄도함에 따라 금융회사와 채권추심업자가 반드시 지켜야 할 ‘채권추심업무 모범규준’을 28일 제정해 이날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늦은 시간 전화·방문 금지
채무자 직장 찾아와 협박
경찰서 금감원에 신고땐 구제

이번 규준은 지금까지 신용카드사와 리스·할부금융업계의 채권추심 과정에만 적용됐던 심야 방문(밤 9시~아침 8시) 금지, 전화를 통한 빚독촉 금지 등의 규정이 대부업체와 채권추심업체 모두에 확대 적용되는 것이다.

이 규준은 △여러명이 채무자 집이나 직장을 방문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행위 △채무자 근무 장소에서 고함을 지르고 난동을 부리는 행위 △근무처에서 오랜 시간 머물면서 불안감을 조성하는 행위 등을 모두 ‘위력’ 행위로 규정했다.

또 채무자가 채무 존재 사실을 부인하며 소송을 제기하거나 워크아웃을 신청한 때, 중병에 걸려 사회적 생활부조를 받는 때에는 채권추심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116729821756_20061229.JPG

이갑주 금감원 신용정보실 팀장은 “이런 피해를 당한 소비자들은 주저하지 말고 곧바로 인근 경찰서로 신고하거나, 금융감독원 소비자보호센터에 전화·우편·인터넷으로 접수하면 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은 이날 보건복지부, 노동부, 금감원, 공정위 등과 함께 고리 사채나 부당 채권추심 행위 등을 신고할 수 있는 ‘생계침해형 부조리사범 통합신고센터’를 열었다. 국번 없이 ‘1379’(일상친구)로 전화하거나 누리집(www.1379.go.kr)에 접속하면 상담 및 민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경찰은 필요하면 직접 수사에 나설 예정이어서, 피해자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은 각종 금품갈취, 임금착취, 취업사기, 과다 직업소개료 청구, 불법 직업소개 행위, 성매매·성상납 강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계약 등으로 피해를 본 이들도 센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내년 1월부터 두세달 동안 검·경과 국세청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전국적인 대부업체 실태조사와 함께 불법 사금융 특별단속을 벌일 방침이다. 특히 경찰은 이와 관련된 조직 폭력배들을 특별단속하기로 했다.

최익림 전종휘 기자 choi21@hani.co.kr

온라인상담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