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장촌업주 “재개발 전면 수용”
[경향신문 2007-01-02 21:42]
서울시내 집창촌 업주들이 집창촌에 대한 재개발 계획을 전면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집창촌 재개발은 그간 업주 반발이 걸림돌이 돼 온 만큼 업주들의 이번 결정으로 재개발 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국 11개 집창촌 업주 대표들로 구성된 한터전국연합(이하 한터연합) 강현준 대표는 2일 “천호동, 청량리, 미아리, 영등포, 용산 등 서울 지역 5개 집창촌 7만5000평에 대한 재개발 계획을 전면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강대표는 4일 이런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말했다.
강대표는 이어 “지난달 해당 지역 600여 업소 중 200여 업주들로부터 ‘재개발에 적극 협조하고 과도한 보상금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동의서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더 많은 업주들이 이같은 결정에 동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터연합측은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에 대비, 성매매 종사자들에 대한 자활대책도 내놨다. 업주들은 재개발이 진행될 향후 2~3년 동안 영업을 계속하되 수입을 10%씩 적립해 종업원들에게 퇴직금으로 지급, 자활을 돕는다는 계획이다.
◇왜 재개발에 동의했나=강대표는 이에 대해 “성매매특별법 시행 후 지속된 영업난이 이번 결정의 가장 큰 이유”라고 밝혔다. 계속되는 단속과 불황으로 더 이상 영업을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는 설명이다.
집창촌만을 타깃으로 하는 정부의 단속에 대한 업주들의 반발도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강대표는 “정부가 다른 유사성행위 업소들은 뒷전으로 밀어둔 채 집창촌 죽이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면서 “집창촌 업주들이 재개발에 장애물이라는 식으로 정부가 호도하는 것을 더이상 지켜보지 않겠다”고 말했다. 공을 정부에 넘기겠다는 얘기다.
한 업주는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정부가 거둔 성과는 9000여개의 유사성행위 업소”라고 꼬집었다.
◇재개발 탄력받을까=이번 결정이 현실화되면 집창촌 터에는 대규모 상업단지와 백화점 등 수익시설을 유치해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업주들은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재개발 사업에 탄력이 붙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업주들이 재개발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건물의 소유주들이 재개발에 동의한 것은 아니다. 해묵은 보상금 문제와 업주들이 지불했던 권리금 등은 협상 과정에서 언제든지 ‘암초’로 돌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정비계획이 수립된 천호동의 경우 조합원 간의 개발계획상 이견으로 일부 조합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1100여명으로 추산되는 해당 지역내 성매매 종사자들에 대한 자활 프로그램이 제대로 운용될 것인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강대표는 “지금까지 정부에서 집창촌만이 문제라는 식으로 정치적 공격을 해왔는데 이제 정부에서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해뒀는지 보여줄 차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호준·송진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