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차별 법조항 고친다

성 차별 법조항 고친다

[한국일보 2007-02-20 18:21]

"음행의 상습 없는"… 순결한 정조만 보호?
법제처, 의견수렴 나서

현행법에 따르면 성매매 알선죄(음행매개)와 혼인빙자 간음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상대 여성이 비교적 건전한 성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형법은 두 죄의 처벌대상을 각각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에게 성 관계를 알선한 자’(242조)와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를 속여서 성 관계를 한 자’(304조)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음행의 상습이 없다’는 것은 순결을 지키려 하거나 최소한 성생활이 문란하지 않다 뜻으로 해석된다.

여성가족부와 여성단체들은 이 조항을 대표적인 성차별 조항으로 꼽는다. 이들은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라는 개념 때문에 순결한 여성의 정조만 법률로 보호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형법이 개인의 사생활 영역까지 규제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제처는 올해부터 현행 법에 남아 있는 이 같은 성차별 조항을 적극 발굴해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김선욱 법제처장은 20일 ‘2007년 주요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성차별 조항 등 불합리하거나 사회변화에 맞지 않는 법 제도를 적극 발굴해 개선할 방침”이라며 “이달 말까지 관계부처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 정비대상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제처가 이날 배포한 ‘남녀차별법령 개선예정사례’에는 이 밖에도
▦남편이 사망한 후 재혼한 여성에게는 사망한 남편의 연금수급자격을 무조건 박탈하는 규정(공무원연금법)
▦고위공직자의 재산등록 대상에서 출가한 딸과 모계혈족은 제외하면서 기혼여성의 경우 시부모의 재산을 등록하도록 한 규정(공직자윤리법)
▦출산 육아로 승진시험에 응시하지 못한 여성을 불합격 처리하는 규정(연구직 및 지도직 공무원의 임용 등에 관한 규정)
등이 포함돼 있다.

김 처장은 “여성부가 최근 360여개에 달하는 성차별 조항에 대한 개선의견을 보내 왔다”면서 “이 가운데 사회적 합의가 있고, 관계부처의 반대가 크지 않은 법 조항부터 개정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제처는 이와 함께 일부 법에 남아 있는 장애인 차별 규정도 적극 발굴해 개선해 나아갈 계획이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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