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수입서 뺀 방값 돌려 줘라"<부산지법>
[연합뉴스 2007-03-19 15:08]
성매매방지법 이후 피해여성 승소 첫 사례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성매매 수입에서 포주가 방값 등의 명목으로 공제한 돈은 채권상 효력이 없는 것이므로 되돌려 줘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민사 제18단독 김병철 판사는 부산 최대의 성매매 집결지인 속칭 '완월동'에서 선불금에 묶여 강제로 성매매를 해온 A(52.여)씨가 포주인 김모(63.여)씨와 이모(55.여)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고 19일 밝혔다.
김 판사는 "피고들이 원고의 성매매 수입에서 방값 등의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공제한 것은 사회적 질서에 반하는 행위인 만큼 성매매를 전제로 채권을 행사한 것은 무효"라며 "김씨와 이씨는 해당기간 A씨에게서 방값 등으로 공제한 1천500만원과 1천440만원을 각각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김 판사는 "피고들의 원고에 대한 채권은 성매매를 전제로 한 것이므로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이고, 따라서 이를 이유로 행한 공제 역시 무효"라고 판시했다.
김 판사는 또 원고 또한 윤락행위 방지법을 어긴 공동 불법행위자이므로 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는 피고측 주장에 대해 "피고들의 불법성이 원고의 그것보다 현저히 크기 때문에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2004년 9월 시행된 성매매방지법 시행 이후 성매매 집결지 여성이 업주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으로서는 최초의 판결이어서 향후 유사한 재판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판사는 원고가 주장한 피고의 성매매 강요 및 감금, 건강 악화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는 원고가 자발적으로 성매매 집결지를 찾아간 점, 다른 인정할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 등으로 기각했다.
A씨는 2000년 12월 선불금 300만원을 받고 부산 완월동에 발을 들여 놓은 뒤 2004년 6월까지 선불금을 갚지 못하고 성매매를 해오다 성매매피해여성 지원센터인 '살림'의 도움으로 두 업주를 상대로 방값 반환과 정신적인 고통으로 인한 위자료 등 모두 7천94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성매매 집결지에서 일하는 동안 월 평균 500만원의 수입을 올렸으나 업주는 이 가운데 150만∼200만원을 방값 등의 명목으로 공제하고 나머지를 지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살림'의 김혜정 사무국장은 "성매매를 둘러싼 장소 제공과 방값, 의류비, 식비 등의 명목으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착취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법원이 이를 제대로 반영해 판결했다"며 "성매매방지법의 취지에 맞게 이뤄진 이번 판결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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