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관광객ㆍ비즈니스맨도 "여자 없나요"

골프 관광객ㆍ비즈니스맨도 "여자 없나요"

매일경제 | 기사입력 2007-06-1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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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에 위치한 한 카지노. 강원랜드를 거쳐 마카오로 건너온 한국인들은 이곳에서 한국으로 돌아갈 비행기값까지 날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

◆'어글리 코리안'동남아 르포 / ① 빗나간 한국인 해외관광◆

지난달 30일 베트남 호찌민 시내 유명 A노래방. 밤 10시쯤 이미 예약을 마친 한 한국인들이 이 노래방으로 들어섰다.

이들이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한국노래가 흘러나오고 베트남 종업원들조차 "어서오세요"라며 한국말로 인사를 건넨다.

이미 각 방들은 한국인들로 가득차 있었다. 이날 12개의 룸을 갖춘 이 노래방을 예약한 10팀 중 9팀이 한국인이었다.

이에 술자리가 끝난 후 2차를 가는 상황은 공안의 감시를 피해 남녀가 헤어져 다시 만나는 것으로 다소 비밀스럽게 이뤄진다.

따로 헤어져서 다시 만나는 풍경은 한국에서 성매매특별 단속법이 시행된 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과 흡사하다. 술자리중에 하는 행동도 한국의 요란한 밤문화의 판박이다.

지난 3일 새벽 2시가 넘은 시간 마카오의 한 민박집에서 만난 몽골여성 J씨는 "원래 한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었고 한국 사람들을 동경하기도 했다"며 "그렇지만 주로 도박하는 한국인들은 도박 스트레스를 우리들에게 푸는 것 같다"고 한국인들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털어놨다.

홍콩의 한국인 노래방에는 한국여성 400여 명이 진출해 있다. 문제는 한국에서 여성들을 '매매'해 온다는 것.

이들은 성매매를 하지는 않지만 한국의 성인용 업소와 비슷한 시스템을 갖추고 영업을 하고 있다. 홍콩섬 북단 침사추이 지역에 집중적으로 위치해 있는 한국 노래방에는 현재 20여 곳이 성업중이다.

침사추이에 위치한 A업소 사장 Y씨는 "3주에 한 번씩 한국에 들어가 리쿠르팅을 한다"고 밝혔다. 그녀는 "직업소개소를 통해 알선받은 한국여성들을 홍콩으로 불러들여 업소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한국여성들은 3개월 단위로 계약을 갱신한다. 홍콩에 무비자로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이 3개월이기 때문이다.

업소에서 만난 한국 여성 M씨(27)는 "계약 기간인 3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돌아가게 되면 비행기값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국 손님들이 여성들에게 욕설을 퍼붓는 등 온갖 추태를 부린다"면서 "한 손님은 돈이 없다면서 업소 여성들에게 돈을 빌린 뒤 한국으로 도망가 버린 사례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골프를 치러 갔든, 관광목적이든 아니면 비즈니스로 갔든지 많은 한국인이 발걸음을 현지 여성의 성을 구매할 수 있는 노래방이나 섹스숍으로 돌리고 있다.

이처럼 한국인들이 동남아 등지에서 성매매는 그간 한국이 동남아에 일구어놓은 한류열풍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베트남의 한 교민은 "이 같은 일로 한국 전체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이런 것은 앞으로 동남아 국가의 한국에 대한 외교적 경제적으로 큰 우환거리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태국 방콕 랏차다피섹거리 A섹스숍에서 일하고 있는 시리퐁 씨는 한국인들이 얼마냐 오느냐는 질문에 "르어이 르어이"라고 했다. 번역하자면 끊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많이 많이"라는 한국말도 곁들인다. 이곳은 태국에서 황제 골프 관광을 하면 으레 들리는 코스 중 하나다.

"여자가 필요하지 않느냐"고 서툰 한국말로 접근해 오는 동남아의 호객꾼들의 말 속에서 '한국인=섹스'라는 관념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듯해 씁쓸했다.

[특별취재팀 방콕ㆍ파타야ㆍ호찌민 = 문수인 기자 / 홍콩ㆍ마카오ㆍ마닐라 = 박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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