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없는 '사이비 안마시술소' 성매매 천국
노컷뉴스 | 기사입력 2007-06-04 06:31 | 최종수정 2007-06-04 06:41
숙박업·이미용업 등으로 사업자 등록, 단속의 사각지대
서울 강북의 한 유흥업소 밀집지역.
저녁이 되면 술손님들을 잡으려는 호객행위로 골목이 북적인다. 최근에는 안마를 받으라는 호객꾼들이 부쩍 늘었다. 안마 시술소를 선전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발걸음을 멈추면 이내 성매매를 권한다.
안마시술소라면 의무적으로 고용해야할 시각장애인 안마사 대신 성매매 여성들을 두고 마사지와 성매매를 함께 제공하고 있는 것.
한 호객꾼은 “시각장애인이 나오면 돈은 안 받는다”며 “시각장애인은 안마만 하는데 우리는 시각 장애인 없이 아가씨가 처음부터 끝까지 서비스한다”고 손님들을 설득했다.
다른 호객꾼은 “(신종 안마시술소는) 거품을 뺐다"며 "시각장애인 안마사와 아침 식사가 없기 때문에 가격이 싸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호객꾼은 "예전의 성매매 업소들처럼 술상을 마련해준다"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이처럼 싼 가격과 '공격적'인 영업활동 때문인지 이같은 '사이비' 안마시술소가 급속히 번지고 있다. 이 지역에만 무려 100군데가 넘는 사이비 안마시술소가 영업을 하고 있다.
문제는 사실상 성매매 업소로 전락한 사이비 안마시술소가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
우선 이들 업소들은 안마시술소가 아니라 숙박업이나 이미용업 등 다른 업종으로 사업자 등록이 돼있다. 실제로 100여개 업소가 몰려 있는 이 지역에서 안마시술소로 등록된 곳은 4군데에 불과하다.
사이비 단속을 피하기 위해 교묘한 방법을 쓰는 경우도 있다. 한 업소 종업원은 “(간판에)안마라고 적힌 곳은 몇 군데 없다. 이게 정식 허가를 못 냈기 때문이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다.”라고 털어 놓았다. ‘안마’라고 간판에 적혀 있어도 자세히 살펴보면 ‘안마’가 아닌 ‘안아’로 적는다는 것. 실제로 종업원이 가리킨 간판을 자세히 살펴보면 '안마' 대신 ‘안아’라고 적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른 업종으로 등록을 하다 보니 탈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마시술소로 등록할 경우 소득세율은 33% 정도. 그러나 이미용업으로 등록하면 세율은 10% 정도며 숙박업도 30%정도로, 안마시술소 세율보다 대체적으로 낮다.
사정이 이런데도 일선 세무서는 '오불관언'이다. 한 세무서 관계자는 “세금 걷어서 정상적으로 과세하고 본인 신고 받아서 문제 있으면 조사하겠지만 성매매까지 일일이 간섭할 수 있느냐”며 “우리가 사업을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는 나중에 확인하는 거지,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고 말을 돌렸다.
경찰도 현장 단속의 어려움을 얘기한다. 관할 경찰서 관계자는 “성매매를 입증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예를 들면 성을 판 사람하고 산 사람이 모두 나와야 하고 그것과 관련해서 정액 등 물증도 찾아야 하는 것들이 어렵다”고 말했다.
사이비 안마시술소가 사실상 성매매 업소로 변질된 것은 지난 2004년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되면서부터. 당시 경찰의 집중적인 단속으로 집창촌이 해체되자 업주들이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 '사이비' 안마시술소였다.
그래서 사이비 안마시술소는 기존 집창촌의 성매매 가격과 비슷한 가격대를 유지하는 동시에 집창촌 출신 여성들을 종업원으로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집창촌이 주택가와는 분리된 공간에서 영업이 이뤄졌다면 사이비 안마시술소는 이미용업 등의 형태로 주택가까지 파고들 수 있어 철저한 단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CBS사회부 강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