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지난 2월 24일 이태원 아웃리치를 다녀온 후기를 공유드립니다.

이번 후기는 오랜만에 아웃리치에 동행하신 백소윤 님이 작성해주셨습니다.  지속적인 관심으로 함께 해주시는 마음에 감사함을 전합니다. 🙂

———————————————————————

 

고요한 밤, 이태원 밤 

 

아무리 평일 저녁이라지만 한산한 거리, 

간판이나 실내에 불이 켜지지 않은 가게, 

다소 차분한 분위기의 고요한 밤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이태원에 다녀왔습니다. 

이루머들은 아웃리치를 이어왔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몇 번 기회를 놓치니 시간이 훌쩍 지나버려 “오랜만”이 되었어요. 

올해는 빠짐없이 이태원 거리를 이루머들과 함께 걷기를 바라봅니다. 

 

그래도 제법 익숙해진 골목, 익숙한 가게, 낯익은 얼굴들이 있었는데  

방문 해 왔던 오래된 가게들 중에도 오랫동안 문이 잠겨있거나 불이 꺼진 곳,

통창을 가리던 시트지가 다 벗겨지고 안이 훤히 보이게 두고 “임대”가 붙은 곳도 있었어요. 

애써 쌓은 익숙함을 알 수 없는 것들에 뺏긴 기분이 들었습니다. 

 

멀리서도 번쩍이던 간판이 있던 자리엔 자국만 남아서 

알던 사람만 그 자리에 무슨 글자가 있었는지 알 수 있겠더라고요.   

 

오랜만이어서 일까, 끈질긴 감염병의 여파일까, 

여러가지 이유로 경기가 많이 어려워서일까, 인과관계를 자문하다가 

 

오래 머물던 곳을 떠날 때의 기분은 어땠을까, 어디로 가셨을까 뭐하고 계실까, 뭘 하실 생각이실까, 건강은 어떠실까 답을 들을 수 없는 질문을 누군가에게 해보면서 언덕을 오르락 내리락 했습니다. 

 

2월 소식지는 늦은 구정 새해 인사와 발렌타인과 화이트데이 중간을 핑계삼아 

달콤한 초콜릿과 함께 준비했습니다. 

 

간판이 꺼진 곳이어도 혹시 지나칠까  문을 두드려 보고 

간판이 켜진 곳도 조심스레 문을 두드려 문을 열리길 기다려 봅니다.

몇 분 정도 계시는지 여쭙고 짧은 안부를 주고 받습니다. 

 

“웬 초콜렛? 언제가 발렌타인인데?” “지난 번에 나눠 준 앰플 좋더라” 

“맨날 받기만 하네” “국수 말았는데 먹고 갈래?” 

“나도 오랜만에 문 연거라, 1명 뿐이야” 

 

오고 가는 짧은 안부 인사가 마스크 때문에 더 아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어두운 조명 때문인가, 연기 때문인가, 음악 때문인가 눈을 맞추기 어려웠던 것 같은데)

오고 가는 짧은 눈 인사에 더 집중하게 되는지 눈맞춤에 더 신경쓰게 되기도 해요. 

 

예전엔 팀을 나눠 돌아도 한참 걸렸던 게 오늘은 

한 팀이 돌아도 금새 문 연 곳들을 다 들른 후 다시 제자리에 모였습니다.

자리 맡기가 힘들던 까페도 사람이 드문드문 앉아있어 천천히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처음 뵌 분, 문 닫은 곳, 다시 온 분, 밝게 인사 나눠 준 분, 연락됐어야 하는 분 등등)

 

눈인사 뿐 아니라 얼굴을 맞대고 인사할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려봅니다. 

덜 고요한 이태원의 밤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