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6월 청량리/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이태원 아웃리치 후기

이번 아웃리치에서는 자원활동가 강유가람님과 함께 여름용 덧신양말에 이룸 스티커를 붙여서 가지고 갔습니다. 작년부터 여러 차례 아웃리치를 나가면서 이제는 얼굴이 익숙해지고 대화도 나눈 분들이 많은데, 보이던 얼굴이 안 보여서 물으면 일을 그만두셨거나 다른 지역으로 가신 분들이 계셔서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작별 인사를 하지 못해서요. 들고 남이 많은 업종 특성상 어쩔 수 없지만 그 언니는 어디서 어떻게 지내실까 가끔 궁금한 마음이 들곤 합니다. 이번에도 몇몇 가게에서는 커피를 얻어 마시며 동네 소식도 듣고 언니들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지나가던 술 취한 외국인이 저희 길을 막고 방해를 할 땐 한 언니가 나와서 도와주시기도 하구요. 다음 달에는 트렌스젠더 언니들을 위한 특집 기사가 실린 별별신문을 가지고 갑니다. 기대해 주세요!

청량리 아웃리치 후기

6월 7일 화요일 낮에 점점 철거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청량리로 아웃리치를 나갔습니다. 녹색병원의 윤정원 산부인과 과장님이 이번에도 함께 해 주셨어요. 유리방, 여인숙, 쪽방은 각각 철거에 대해 체감하는 정도가 조금 달라보였습니다. 공통적으로 “어찌 할 바가 없으니 계속 버틴다. 시간은 걸릴 거다.”라는 말씀들을 하셨어요. 곳곳에 철거될 공간이라는 노란 스티커를 붙이러 다니는 사람들을 볼 수도 있었습니다. 윤정원 쌤은 쪽방 언니들의 의료지원 요청 내용을 들으며 생각이 많아 보이셨어요. 특히 4-50대의 나이에 비해 치아 상태가 많이 안 좋은 이유에는 햇빛을 많이 못보고, 영양이 부족한 것, 술과 담배의 상시복용 등이 있을 수 있다며 영양제 복용을 하시는 게 도움이 될 거라고 조언해주셨습니다. 다음에는 영양제를 들고 갈까봐요!!
(저희는 못보고 지나치는 부분들을 매의 눈으로 잡아내고 이야기해주신 윤정원 쌤~~ 완전 소중해요!!)

밤의 청량리는 여전히 북적북적했어요. 구매자들도 꽤 많이 봤고요. 문 닫혀있던 가게에 새로 들어오신 언니와 인사를 나누기도 했고 예전에 알고지내다 한동안 소식이 끊겼던 언니들을 만나 꽤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이곳이 없어지면 어떻게 살아갈지, 갈 곳은 마땅치 않은데 생색내기용 이사비만 받아서는 뭘 계획하기도 애매하다는 이야기들, 온몸이 아파서 다른 일을 할 엄두가 안난다는 분…   참말로 답답한 일입니다. 기존 사회복지제도의 틈바구니로 들어가려면 충족해야 하는 조건들이 까다로워서 쉽지가 않지만, 어찌저찌 같이 머리 싸매보자, 남은 긴 이야기들은 사무실 놀러오셔서 같이 밥 먹으며 나누자는 약속을 하곤 아웃리치를 마쳤어요.
활동가들은 이러저러 복잡한 마음에 쉽게 청량리를 떠나지 못했습니다. 뭐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시도를 해봐야할텐데요. 가슴에 돌덩이가 묵직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