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한꼭지]고백하건데 규제가 좋아졌습니다._유나

고백하건데 규제가 좋아졌습니다.
유나

평화롭고 자유로운 세상을 꿈꾸는 나는 규제가 좋아졌다. 규제를 원한다.
 
                           
이번 주에만 초소형몰래카메라 상담이 두 건이었다. 여성들을 몰래 찍어대는 몰래카메라를 규제해야 한다. 몰래카메라는 ‘예방법’으로 피할 수 없다.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초소형카메라는 조심한다고 피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니다. 2015년 워터파크 몰래카메라 사건 이후로 몰래카메라를 제조, 유통하는 업체들을 규제하는 법안이 상정되었다고 하는데 올해 얼른 통과되어 적용되길 간절히 바란다. 구매자(새끼)가 몰래카메라로 성행위를 찍은 것 같다는 상담전화가 오면 미쳐버릴 것 같다. 상대방의 연락처와 실명을 모르면 이건 고소를 할 수도 없다. 안경 등에 숨겨진 초소형카메라는 진짜 찍은 건지 그 자리에서 확인을 할 수도 없다.
아니 대체 살면서 이게 뭐 그렇게 필요해? 아예 이런 건 팔면 안 된다. 진짜 내가 원하는 건 위장 가능한 초소형카메라를 아예 못 팔게 하는 거다.
 
지난 주 열망한 규제는 금융 규제! 최고이자율이 27.3%가 된 날, 나는 축배를 들고 싶었다. 더 낮아져야 한다. 가파르게 낮아져야 한다. 한국의 금융을 연구한다는 어떤 자들은 이자율이 낮아져서 제1금융권의 대출기준은 높아지고, 가난한 서민의 불법 사금융 이용도가 높아질 거라던데, 가난한 사람들이 사금융을 이용하는 이유는 제1금융권의 대출기준이 높아서가 아니잖아? 그런 식으로 호도를 해대니 짜증이 났다. 대부업체들을 더더욱 규제해야 한다. 등록 기준을 엄격하게 해서, 많은 대부업자들이 대부업을 그만두면 좋겠다. 대부업이 조금이라도 목돈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는 사업처럼 되어 버렸는데, 이래서는 안 된다. 유흥업소 종사 여성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금융을 철저하게 규제해야 한다. 아니 내 진심은, 금융 사업은 없어져야 한다. 돈이 없는데(‘돈이 없다’는 ‘인간답게 살 수 없다’와 동일한 의미이다.) 돈 있는 사람들이 그걸 빌려준다는 이유로 돈 없는 사람들에게 이자까지 받아먹는 돈놀이가 대체 왜 필요해?

                                             
톡 터놓고 말하자면, 정말 내가 바라는 건 다 없애버리는 거다. 합법적인 대부업, 합법적인 초소형카메라의 영역을 따로 두는 게 아니라 다 뒤집어 버리고 싶다. 똑같이 돈놀이 하면서 ‘리볼빙 상품’이라느니 ‘마이너스통장’이라느니 포장해대는 은행도, 똑같이 돈놀이 하면서 ‘학업에 집중’하기 위해 ‘학비부담’을 줄인다는 학자금대출도(그니까 이 나라도) 모두 위선적이다. 성희롱/성추행이랑 똑같은 행위를 할 수 있게 해놓고선 여성들 성병검사나 시키고, 2차는 안시키니까 합법적이라는 식품위생법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런 얘기 하면 하나도 안 먹히고 전략적으로 좋지 않다고 하고, 이상적이라고 하니까 그나마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행정규제, 법 규제 얘기만 줄창 한다. 이렇게 나는 뒤집어 엎어버리고 싶은 흑심을 계속 품은 채 규제빠로 탈바꿈하여 규제규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