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EXIT 신림 아웃리치 결합 후기 – 이렇게 찐하고 활력 넘치는 버스라니!

이렇게 찐하고 활력 넘치는 버스라니! EXIT 신림아웃리치 결합 후기

움직이는청소년센터 EXIT가 작년에 이룸으로 기관방문을 왔을 때부터 같이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엑시트 활동가들로부터 느껴지는 활기도 그런 마음에 한 몫 했고 무엇보다 상담을 하며 종종 마주친 ‘신림’에 관심이 생겼다. 나는 특히 20대 초반의 여성들을 지원하다 신림을 만나곤 했다. 이들은 신림에서 조건만남을 하거나 친구를 통해 알음알음 룸에서 알바를 했는데 신림은 유흥업소도 많고, 여관도 많고, 들고 나는 사람도 많아 성판매를 시작하기 상대적으로 쉬운 공간으로 보였다.(구매자들은 대체로 ‘어린’ 여성을 원하기 때문에 20대 초반 여성들을 ‘초이스’하는 경우가 많고, 구매자들이 돈을 많이 쓸수록 이득이 되는 유흥업소에서는 ‘어린’여성들을 적극적으로 모집한다. 십대 때부터 스스로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 온 여성들에게 성구매자와 유흥업소는 생활할만한 돈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으로 여겨진다. 실제 십대 혹은 이십대 초반의 여성들이 구할 수 있는 일자리는 많지 않고 대부분의 안정적인 아르바이트 자리-이조차 생활임금에 크게 못 미치는 최저임금만을 제공하지만-는 항상 포화상태이다.)  엑시트의 아웃리치에 함께 하며 성산업이 흥하는 ‘신림’을 직접 마주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세 시간에 걸친 자원 활동가 세미교육을 받고 이루머들은 신림으로 향했다. 엑시트의 아웃리치 방식은 우리와 달랐다. 엑시트는 패트롤 아웃리치(거리로 나가 누구에게든 말을 거는 방식)를 주로 진행한다고 하여 일단 우리는 신림의 여성들에게 성매매상담소를 소개하는 방식을 택했다. 청량리나 이태원은 성매매업소의 여성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환경이지만 신림은 그렇지 않았다. 이루머 중 몇 명은 여성 누구에게나 줄만한 물품인 생리대와 이룸을 소개하는 스티커를 들고 ‘우리는 성매매 상담소이다. 혹시 주변에 업소일을 하는 여성이 있다면 우리를 소개해달라.’는 문장으로 무장하여 거리를 나갔다. 밤 11시까지 세 번에 걸쳐 거리로 나섰는데 보도차량을 만나도 접근하기가 어려웠다. 업소는 많지만 밖에 있는 여성들은 드물었고, 보도차량에서 내린 여성들은 급하게 가게로 들어가기 바빴기 때문에 말을 걸기는 쉽지 않았다. 한편 또 다른 이루머들은 엑시트 버스에 머물렀다. 버스를 찾아오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성매매상담소를 소개하거나 타로상담을 진행했다.

나는 버스에 머물며 이룸을 소개하고 주변에 소개해주길 요청했다. 십대, 20대 초반의 남성들이 많다고 하여 긴장을 많이 했는데 성별 관계없이 다들 귀 기울여 들어주었다. (엑시트에서 마련해준 염색약의 효과가 아주 컸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버스의 사람들은 주변에 조건만남이나 업소알바를 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했다. 어떤 사람은 그런 친구들을 비난했고, 또 다른 사람은 그런 친구들에게 이런 정보가 필요하다고 공감했다. 성판매와 성구매를 문제라고 생각하는 이유를 구분해서 묻고 대화를 나누었다. 섹스와 여성의 정조와 순결에 대해 각각 갖고 있는 가치관들이 넘실거렸는데 다들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는 주저했다. 성별에 따라 다른 성적 경험에 대한 서사도 흥미로웠다.
새벽 1시 경 아웃리치는 종료되었고, 평가가 끝나니 새벽 4시였다. 나는 엑시트의 활동가들과 평가를 나누며… 활동가들의 진심과 엑시트 버스를 가득 채운 신뢰감에 감동했다.

한편 신림에서 엑시트와 함께 한 아웃리치는 만나는 대상, 만날 수 있는 대상, 할 수 있는 이야기의 범위, 아웃리치의 목표까지 모두 이룸이 지금까지 해 온 아웃리치와 상당히 달랐다. 이룸은 목표와 대상,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다시 정리해보기로 했다. 일단 신림의 거리에서 생활하는 십대들과 성매매가 아주 가깝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모두의 바로 옆에 조건만남과 유흥업소, 보도방이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밀착되어 있는 성산업, 즉 너무도 쉽게 접근하는 성구매자와 알선자들은 이들의 성관념에 일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룸은 그 과정에 개입하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이 과정에 어떤 방식으로 함께 할지는 한 번 더 엑시트의 아웃리치에 함께 해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엑시트 버스의 찐한 기운들을 다시 만나면 어떤 방식으로든 이룸의 할 수 있는 것과 이룸의 몫이 아닌 부분이 분명해지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