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칼럼]궁극이는 저 멀리에_기용

[7월 칼럼]궁극이는 저멀리에
 
이룸이 만나게 되는 여성들은 30대가 가장 많다. 20대부터 성매매를 이어오다가 30대로 넘어가면서 빚 문제가 쌓이고 건강이 악화되면서 상담소를 찾을 이유가 생기기 때문일테다. 30대말고 내가 제일 많이 만난 나이대는 60대 이상이다. 통계수치상으로는 꼭 그렇진 않지만 60대 이상은 단발성 상담보다는 지속적인 의료지원 건이 많아서 한명을 만나도 그 비중이 크게 느껴진다.
노년 여성들을 만나는 건 살짜쿵 효를 실천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병원을 함께 다니며 수발을 들고, 진료일정을 확인하고 의사가 하는 말을 열심히 듣고서 해석해주고. 그러다보면 내 직업이 뭐였더라 가물가물해진다. 나의 상담 내용에 업주, 화대 같은 건 없다. 지난주에는 허리가 아파서 어딜 다닐 수가 없었고, 어제는 발목을 삐끗하는 바람에 침 맞으러 가야될 것 같고 요즘은 밤마다 머리가 계속 아픈 것이 검사를 좀 해보는 일이 급하다. 지금 성매매가 뭔 대수랴.
 
8만 6300원. 12만 2700원
나의 존재의 이유는 수납창구에서 가장 확실해진다. 이때야말로 내가 가장 필요한 순간이자 언니와 내가 만나게 되는 이유이고 이 상담의 핵심이다. 복지혜택은 개코딱지만한 나라에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쏙쏙 다 빼먹으셨음 좋겠다. 기꺼운 마음으로 국가예산전달자를 자처하리라.
 
그래서, 상담으로 인해 이 여성에게 어떤 변화를 이뤄냈냐고?
성매매피해지원상담소의 입장에서는 이 여성이 성매매일은 그만두는 것이 ‘궁극의 목표’쯤이긴 한데… 궁극이는 워낙에 좀 저 멀리 있는 것 아닌가. 빚문제 해결하고, 성매매하느라 아픈 몸 치료받고, 직업훈련한 뒤에 쨔잔 탈업할수 있다면 참 좋지만!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잖나. 젊은 여성들도 쉽지 않은데 더군다나 나이든 여성이라면, 탈업은 더더욱 남의나라 얘기가 된다. (탈업 그게 뭔가여 먹는겅가여) 그저 상담소가 병원비 몇푼 지원한 것으로 아픈 몸을 끙끙 참지 않아도 되는 것이, 이 병원비를 벌기 위해 손님을 덜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 성과랄까.
 
성매매피해여성들에게는 760만원까지 지원할 수 있다. 법률이든 의료든 직업훈련이든 이 금액 안에서 사용해야 한다. 나이든 여성들은 대부분 사는 지역을 바꾸지 않고, 직업도 바꾸지 않기에(!) 한동안 연락이 끊어졌다가도 한두해 지나면 또 만나게 된다. 크고 작은 수술 한두번에 정기적으로 병원 다니고 약 타먹다보면 760만원쯤 야금야금 사라지다가 금새 동이 나버린다. 지원금 다 쓰고나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구청이며 병원 내 사회복지팀이며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지 알아본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대부분 큰 수술이라든지, 급작스런 사고에 한한 것이라 이 여성들이 달고 사는 허리통증, 만성질환, 치과질환 등에는 해당이 되지 않는다. 의외로 의료비지원에 있어서 성매매 쪽이 문턱이 제일 낮은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알고나면 불쌍한 사람들 많은데 왜 그런 일 하는 여자들에게 병원비 대주냐고 화를 낼지도 모른다.)
 
치료하는 도중에 지원금을 다 쓰게 된 복자언니는 울상이 된 채 ‘조금만 더 도와주면 안 되느냐 지금 이것만 나으면 다시 일하면 된다’고 했다. 이 지원금은 당신이 이 일을 하지 말라고 나오는 돈이라는 사실은 껴들 틈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