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괴물이 된 사람들

 
지난 10월 28일, 따끈따끈한 신작 책을 가지고 몹시를 진행했습니다~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이 번역한 <괴물이 된 사람들>인데요! 9월에 출판기념회를 한 책인데 우리는 10월이 되자마자 공부했어요! 홍홍~ 발빠른 이룸!>_<
 
<괴물이 된 사람들> 은 ‘아홉명의 아동 성범죄자를 만나다’라는 부제가 달려있어 우리의 관심을 단숨에 사로잡았습니다. 처음엔 가해자의 이야기를 읽는다는 게 마음이 무거웠지만 막상 시작하고 나니 가해자의 생애사에 몰입해서 쭉 읽어 내려가게 되더라고요. 공감하면서 가슴 아파하면서 읽게 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가해자가 자신을 너무 변명하는 것 같아서 불편한 마음이 들기도 했고요.
 
저자는 가해자들의 서사가 진실인지 아닌지 여부는 중요치 않다고 얘기합니다. 인터뷰는 여러 요인들로 인해 오염된 정보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저자는 이 사회가 아동 성범죄자들을 단순히 괴물로 취급하기 보다는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알게 되는 여러 정보들을 통해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알아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것이 저자로 하여금 이 힘든 연구를 끌고 나갈 수 있게 한 원동력인 것 같더라고요.

다 읽고 나서 9명의 서사의 시작이 대체로 비슷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 시절에 가정에서 폭력에 노출되거나 방치되는 비중도 높았고요. 그리고 대부분 매우 어린 시절에 성적 경험을 시작했다고 나오는데요. 10대 혹은 그보다 어린 시절에 사촌들과 혹은 이웃과 성적 경험을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생경해서, 이게 미국이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인터뷰이들의 가정환경과 연관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가해자들은 이러한 경험이 자신이 나중에 성적인 가해자가 되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어린 시절 성적인 피해를 겪거나 이른 성적 경험을 했다고 해서 꼭 가해자가 되는 건 아니지 않냐!’는 얘기도 나왔지요.
 
책 속의 많은 가해자들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출소한 이후에 자신의 가해행위를 멈출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요. 물론 지금 받고 있는 교정치료가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컨트롤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가해자들이 출소한 이후의 재범율의 수치를 보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한 명이라도 사회로 복귀해서 다시 자신의 행동을 컨트롤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그것은 또 다른 가해로 이어질 테니까요. 이런 얘기를 하다가 미국의 메건법(아동 성범죄자가 출소한 후에 이 사람에 대한 정보를 지역 주민에게 제공하는 법) 얘기가 나왔는데요. 이 정보를 아는 것이 대체 어떤 효과를 낳는가, 피해를 정말 방지할 수는 있는 것이냐라는 이야기부터 마음 한 켠 이 법에 대해 옹호(?)하게 되는 마음이 드는 것에 대한 토로도 있었지요. 이런 것에 대해 딱 어느 하나의 입장을 갖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에는 이런 얘기도 나왔어요. 많은 가해자들이 자신의 가해 충동을 컨트롤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을 하는 걸 읽다 보니, ‘이런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창구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가해 충동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상담소가 가능할 수 있을 것인가에 아이디어로 꽃을 피웠습니다.

그런 상담소를 만들 수 있다면 지하철에 ‘가해충동을 느낄 때 이쪽으로 전화주시면 상담할 수 있습니다~’ 라는 홍보문구를 만들어 붙일 수 있겠지요. 지하철에 ‘성추행에 노출되지 않는 방법’ 이런 스티커들만 나붙잖아요. 피해자더러 예방하라는 내용으로 가득한! -_-

그래서 가해 충동을 느끼는 사람이 예방해라~ 이런 방향으로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가해 충동을 느끼는 사람이 과연 전화를 할는지, 장난 전화가 엄청 많지는 않을는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아무튼 마지막에는 이런 저런 아이디어들로 꽃피우면서 달뜬 분위기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가해자에 대한 이야기를 읽은 후의 무거운 마음이 덜어지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원래 다음 달 몹시 커리도 성폭력에 대한 책이었는데, '가해자' 하고 나니 지쳐서 다음 달 커리를 바꾸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두 달 연속 힘든 주제로 하려니 몸도 마음도 힘들힘들 ㅠㅠ 과연 다음 달 몹시는 어떤 커리로 바뀔 것인가?!!
기대해주세용! 채널~고정!!!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