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칼럼]게임, 내기, 회피, 나_유나

        게임, 내기, 회피, 나
 

지난 주 친구로부터 어떤 이가 게임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 친구는 게임에서 가장 크게 지고 있는 사람이 쉽게 게임을 포기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아름답다 싶어 내 경향을 생각해봤는데, 나는 대체로 그 친구가 도와줘야 할 가장 크게 지고 있는 사람의 위치에 있느라 다른 이들을 돕고 말고 할 일이 없었더라. 그 대신 나는 게임을 할 때면 반복하는 말이 있다.
 
“돈 걸면 안 해.”
이 문장 안 ‘돈’의 자리에는 온갖 것이 들어갈 수 있다. 설거지, 딱콩맞기, 코끼리코하고 돌기 등등. 무엇이든 내기거리로 걸기만 하면 나는 그 게임에서 빠지고 싶다. 최근 이룸에서 설거지 등을 걸고 백일장을 열자고 했는데 나는 그 말이 나오자마자 기권을 외쳤다.
 
가끔 같이 사는 친구와 고스톱을 치거나 루미큐브(게임의 일종)를 한다. 그 친구는 나를 어르고 달래 저금통 돈이라도 걸자고 유혹하지만 이상하게 나는 저금통 돈조차도 걸고 싶지 않다. 아무 의미 없는 사탕 한 알을 1점으로 해서 돈 대신 놓고 하자면 못할 건 없지만 그걸 왜 꼭 걸어야 하나 모르겠다. 그냥 해도 재밌는데? 꼭 무언가를 걸어야 하나?
 
그렇다면 이런 나의 태도는 내 무엇을 보여주나 생각해보니…. 갈등회피, 경쟁에 몰입하기 싫음 등의 성향도 있겠으나…. 무엇보다 내가 게임을 못 한다고 생각하기에 게임이 싫구나 싶다. 그래 공기놀이도 고무줄도 뭐 하나 내게 쉬운 게 없었지. 운전하는 게임에서 내 느린 속도를 보고 놀라워하던 친구 동생의 눈빛이 떠오른다. 엄지손가락이 벌겋게 변하고 얼얼했던 펭귄 게임도 그렇게 열심히 하는데 기록을 깬 적이 없었다. 어제 친 맞고에서 나는 5전 5패를 기록하였다.
 
게임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게임을 못해서 게임을 하기 싫어한다는 말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런데 괜히 친구의 말을 듣고 떠올려보니 내가 인생의 수많은 게임들을 이렇게 피하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에이 설마, 다 피하지는 않지. 대신 승패가 가름 나는 결전의 날을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지. 흠.
 
‘이제는 미루지 않고 내 앞의 게임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어, 무언가를 잃을 지라도 도전해보겠어.’ 라는 다짐은 솔직히 안 하게 된다. 그저 지금은 ‘이런 내가 있구나.’를 아는 것까지~
 
_ 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