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인권영화제 부스 참가

인권영화제 부스 참가 후기

 

며칠째 감사준비와 회계이월, 밀린 글쓰기에 멀미를 느끼고 있었다. 때마침 10년간 이룸에서 진행한 캠페인 역사를 정리하던 차였는데, 아무래도 일이 밀려서 못갈듯 싶었다. 같이 하는 회의에 제출해야 하는 글을 다 못써서 못가겠다고 하니, 회의 미뤄줄 테니 같이 가자~ 한다. 오호라~~ 얼마 만에 거리로냐! 나가기 전까지 쓰던 글이 ‘왜 이룸에서 그토록 캠페인을 열심히 했는가’ 였는데, 답이 절로 나왔다. 이렇게, 나가길 좋아했던 구성원들이 있었으니 그랬겠지…
 
그렇게 오래간만에 가게 된 마로니에는 새 단장(언제 한 것인지 모르나, 내 눈엔!)되어 있었다. 한쪽에서는 무지막지한 무게감이 실린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고, 그것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관객이 띄엄띄엄 있었으며 그 주변엔 인권이라 하면 내노라, 하는 단체들의 부스들이 줄지어 있었다. 먼저 와 있는 양 옆의 단체 활동가들과도 반가움을 주고받고, 이런 곳에 오면 꼭 보게 되는 다른 단체의 활동가들과 인사하고 자리를 잡았다. 성매매 관련한 Q&A 전단지와 발행책자 등 홍보물을 펼쳐놓고, 전날 만들어 놓은 알록달록 종이도 매달고 준비완료!

                             

 

홍보물을 다 펼쳐놓고 나서야 올해 인권영화제 슬로건이 제대로 보였다. ‘나 여기 있어요.’ 인권영화제 부스 참여 단체이면서도 올해 주제를 그제야 파악한다는 게 민망해서 상영작 리플렛도 보고, 행사 곳곳을 더 유심히 살펴보았다. 보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볼 수 있는 영화제. 자본에 기대지 않고, 후원과 후원인만으로 이렇게 매해 지켜오고 있다는 것이 새삼스레 뿌듯하였고, 19회를 거치는 동안 ‘나 여기 있어요’라고 말할 수 있도록 지켜낸 이들에게 고마움도 들었다.
 
도심 한 복판의 공원에, 근처 초등학생들이 까르륵 거리며 뛰어다니고 이런 저런 부스를 여유롭게 순회하는 사람들도 있고, 영화 상영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스탭들, 뜻 밖에 만났는지 흥겨움으로 얼싸안는 모습들, 이룸 부스에 와서 자신의 성매매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
 
모처럼 밖에 나오게 했던 인권영화제 부스 참여는, 트위터, 블로그 등의 온라인과 늘 한정된 사무실 공간과는 다르게, 송글송글 땀을 흘려가며 더위를 체감하고, 미미한 바람일지라도 그 시원함을 피부로 느끼게 되는 것처럼, 사람들의 활기차고 다양한 모습에서 생동감을 느끼고 직접 마주하고 이야기 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