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칼럼]어느덧 5개월 차_송이송


이룸에서 일하게 된 지 어언 5개월 차, 점점 정신이 없어지는 중이다. 어엿한 활동가가 되어가는 중이랄까.
 
업무 분담을 하는 와중에 자산과 후원금 회계 업무를 맡게 된 건 신의 한 수(!)였다. 나는 내가 엑셀을 이렇게 좋아할 줄은 몰랐다. 모든 엑셀식의 숫자들이 딱 맞아 떨어져서 “0”을 만들 때의 그 쾌감이란! 하지만 가끔 수입과 지출의 숫자가 맞지 않을 때가 있다. 아무리 보고 보고 또 봐도, 어디서 차이가 나는 지 알 수 없다. 퇴근을 해야 하는데 영 뭐 싸고 뒤 안 닦은 듯 찝찝해서 발걸음이 안 떨어진다. 한 번은 10분만 더 보고 가야지…하면서 1시간 가까이 숫자들을 쳐다보다가 포기하고 퇴근한 적이 있는데, 다음 날 아침에 와서는 5분 만에 찾아냈다. 수입 결의서를 옮기다가 50,500원을 500,500원으로 타이핑한 내 몹쓸 손가락 덕분이었음을…크흑!
 
이렇게 자잘한 실수 하나 때문에 그걸 잡아내느라 고생할 때는 눈알이 핑핑 돌고 어지럽지만, 회계 업무는 내게 주는 쾌감이 훨씬 크기 때문에 불만은 없다. 요즘에는 작년 1년 치 회계 결산을 내고 있는데, 요런 저런 엑셀 수식을 넣어보면서 결산을 내는 게 그저 재미있다. 사실…계산기로 두드려서 했으면 애진작에 끝냈을 것을 엑셀식 사용해서 간지나게 해보겠다고 네이버 지식인을 뒤져가며 하는 바람에 시간이 훨씬 더 걸렸다; 고기능을 시도하느라 비효율이라는 결과를 가져온 것에 대해(ㅠ.ㅠ) 이루머들은 관대했다. 이룸…갈수록 느끼는데 좋은 곳인 것 같다.
 
오늘은 기부금 영수증을 발송하는 작업을 했다. 비영리단체와 상담소 후원회원도 분리해야 하고, 챙길 것도 많고…머리가 팽팽 돌았다. 정신을 차리고 내 딴엔 잘한다고 했는데! 아뿔싸! 기부금 영수증의 순서와 주소라벨지의 순서가 다르게 뽑혔다… 윽 이 두 개의 순서가 똑같아야 주소 라벨지를 붙여서 촥- 옆으로 넘기면 거기다가 기부금 영수증을 촥- 넣을 수 있는데 말이다. “으아.. 다시 순서 맞춰서 뽑을까?” 라는 내 말에, 옆에 있던 이루머 왈 “아냐~ 그냥 이름 찾아서 넣으면 되지 뭐~ 몇 개 안되는데~” 그렇다. 우린 후원회원이 100여명이기 때문에 그냥 책상에 펼쳐놓고 이름 맞는 봉투 찾아서 넣는 걸로 해결을 봤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회원이 1000명이 곳이었다면? 1000개의 봉투 앞에서 망연자실해하는 동료 활동가들의 모습이 상상되면서…급 멘붕이 왔다. 그리고 나의 이런 실수들이 커버가 되는 소박(?)하고 관대한(!) 이룸에서 일하게 돼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후원회원 수는 늘어나야 하지만(!)
 
활동가 칼럼이라고 하니까, 왠지 활동가가 된 기념으로 지금의 에피소드들과 감정을 남겨놓고 싶어서 이것저것 써봤는데 조금 창피하다;; 몇 년 뒤에 이 글을 보면 더 창피할 것 같기도;; 쨌든 지금은 월요병도 없는 쌩쌩하고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고, 이곳에서의 5년 뒤, 10년 뒤의 모습도 그릴만큼 안정감을 느끼며 활동가부심도 키워가고 있다. 아마도 활동하다보면 소진되거나 도망가고 싶을 때가 올 수도 있을텐데, 그때 지금의 이 쌍콤하고 발랄하게 남겨놓은 글을 누가 나한테 들이밀어주면 좋겠당~
 

-송이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