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8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절 보장을 위한 국제행동의 날’ 자유 발언문

9.28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절 보장을 위한 국제행동의 날’ 에 다녀왔습니다. 임신중절을 둘러싼 경험을 이야기하는 10명의 목소리에 더하여 이룸도 성판매여성의 목소리로 자유발언을 했습니다. 발언문, 그리고 이룸의 글 ” [활동가 칼럼] 임신중절을 許하라” 를 공유합니다.

저는 성판매여성입니다. 누구인지도 모르는 성구매자에 의한 임신을 했고 출산과 육아를 원치 않습니다. 하지만 임신중절수술을 할 돈이 없고, 성매매는 성폭력이 아니기 때문에 임신중절수술비 지원조차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불안감과 하루하루 바뀌는 신체상태를 감당하는 건 오롯이 저 한 사람 뿐입니다. 주차가 늘어갈수록 중절에 따르는 위험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고 수술할 수 있는 병원을 찾기란 점점 더 어렵습니다.

또한 저는, 성판매를 하던 중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고 간절하게 출산과 육아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빚으로 나를 옭아매고 있던 업주는 태교도 제대로 못하고 가족도 없이 애를 제대로 키우겠냐며 낙태를 하라고 했습니다. 업소말고 어디서 돈을 벌어 내 돈을 갚겠느냐며 낙태하라고 했습니다. 제가 업소를 나와 출산을 준비하는동안 업주는 나를 사기로 고소했습니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의 임신이건 출산하고 아이를 키우기를 결정하는 것은 나의 몫이자 삶의 권리라 믿습니다.

성매매 상담소에서는 계속해서 중절 상담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폭력에 의한 임신과는 달리 성매매 과정에서의 임신에 대한 중절은 법적으로 지원할수가 없게 되어있습니다. 현장의 상담소들에서 끊임없이 중절지원을 가능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여성가족부는 보건복지부에만 그 책임을 돌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성판매여성들은 성구매자에 의한 원치 않는 임신을 합니다. 성판매과정에서 콘돔을 끼지 않으려는 구매자들과 협상하여 거부하기란 극히 어렵습니다. 비대칭적인 성적 권력관계에 기반한 성매매 과정을 비롯, 낙태죄가 존재하는 상황에서의 중절과정은 성판매여성의 몸을 더욱 위협합니다.
동시에 성구매자에 의한 임신이든, 파트너와의 관계에서의 임신이든 성판매여성은 출산을 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판매여성은 출산할 자격이 없는 존재로 간주되고, 출산과 양육에 필요한 자원으로부터 배제되어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국가가 정한 조건 없이 또 우리의 몸을 탈취하여 사용하려는 어떠한 강제 없이, 우리 스스로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결정하고 그에 따르는 건강과 안전, 재생산의 권리를 보장받기를 원합니다.

[활동가칼럼] 임신중절을 許하라

“임신중절 불법은 성차별적이다. 지금도 콘돔 없이 성구매를 하고 있을 남성은 임신중절이 합법이든 불법이든 상관이 없다. 자기 몸으로 겪을 일이 아니니까 콘돔 없이 성구매를 하고 돌아다닌다. 그러면 임신중절이 불법이어서 가장 고통 받는 사람은 누구인가? 원치 않는 임신, 책임질 수 없는 출산, 스스로를 고립시켜야 하는 상황에 몰려 있는 여성이다. 남자중심적인 법/사회/문화/제도는 제 몸인데도 불구하고 여성 스스로 자기 몸의 경험을 주도하며 살 권한을 박탈한다.”

#진짜_문제는_낙태죄다
#모두를_위한_낙태죄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