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두꼭지] “MBC는 HIV/AIDS 공포 조장과 혐오 선동을 멈춰라! ‘에이즈감염 여중생 성매매’ 뉴스를 규탄한다.” 성명서를 읽고 피어오른 생각들

“MBC는 HIV/AIDS 공포 조장과 혐오 선동을 멈춰라! ‘에이즈감염 여중생 성매매’ 뉴스를 규탄한다.” 성명서를 읽고 피어오른 생각들_유나

조건만남을 통한 에이즈 감염 기사를 보고 이룸 안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키씽에이즈살롱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성명서(https://www.facebook.com/KissingAIDSSalon/posts/623272898062920)를 읽었다. 성명서의 전반적인 주장에 공감하면서 성매매상담소에서의 고민을 더하고 싶다. 성명서에는 알선자의 존재가 없다. 02년생이어서 피임기구를 쓸 생각을 못했다는 가족들의 한탄과 별개로 해당 사건에서 피임기구를 사용하지 못한 이유로는 성매매라는 현장의 특수성이 강하게 작동했을 것이다. 애당초 성적 통제권을 화폐와 교환했다고 착각하는 (착각이지만 성매매과정에서는 이상하게도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구매자이기에 여성이 피임기구를 사용하지 못했을 확률이 높다. 무엇보다 해당 사건에는 알선자가 존재하며 알선자는 콘돔 착용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홍보해왔다.

질병에 대한 정보제공이 제대로 되었다 할지라도 대부분의 성매매 현장에서는 구매자와 알선자의 요구에 반하는 질병예방 조치가 불가능하다. 성명서에도 적었듯이 성매매과정에서 작동하는 권력관계, 성매매를 가능하게 하는 권력관계는 성판매자가 자신의 앎대로 행동할 수 있는 현장이 아니다. 어플을 통한 익명의 만남과 어플을 통해 화폐를 교환하는 성매매는 엄연히 다른 장이다. 실제로 채팅 어플은 성판매자들의 개인정보를 밝히지 않아도 되기에 안전하다고 여겨지지만 마찬가지로 성구매자로 인한 불법촬영 및 갈취 등의 사건이 발생했을 때 성구매자의 개인정보를 확보할 수 없다는 점을 감수해야만 한다.

성매매의 위험성은 성적 보수주의적 관점이 아니라 인권의 관점에서 폭넓게 사고되어야 한다. 더하여 성매매는 성판매자의 성적자기결정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성적자기결정권을 정립할 수 있는 성교육의 부재를 이번 사건의 원인으로 꼽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국내 성산업에서의 HIV/에이즈 이슈는 적극적으로 다뤄지고 있지 않다. 이룸도 별별신문에 창원에서 있었던 사건에 대한 토막 소식을 싣거나 검사방법을 알리는 정도에 그쳤다. 과거 막달레나의 집에서 관련된 책을 발간한 바 있지만 실제 상담하면서 활용한 일은 극히 드물었다. 성매매과정에서의 HIV/에이즈 이슈가 선정적으로 보도될 때면 성산업의 여성들은 두려움과 안타까움을 공유한다. 하지만 딱히 방법은 없다. 이룸에서는 꼭 HIV/에이즈 때문만이 아니라 각종 성매개 질환, 임신 이슈 때문에 콘돔을 어떻게 하면 꼭 착용하게 만들 수 있을까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했다. 여전히 질문은 남는다. 성매매과정에서 성판매자의 권리로서 피임기구 사용은 어떻게 가능한가? 정말 가능한가?